본대로 느낀대로 솔직 담백 뉴욕 뉴저지 여행 이야기

지루하고 까다로운 입국심사

인천 국제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꼬박 14시간을 달려 도착한 존 에프 케네디 공항((JFK)은 첫인상부터 실망이다. 인천공항보다 작고 복잡하며 지저분하다. 미국이란 나라는 큰 나라라서 모든 점이 우리보다 우월하고 월등하여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규모로 압도당하고 으리으리해서 나 같은 촌놈은 주눅이 들 줄 알았는데 입국 심사장부터 도무지 선진국다운 시설은 보이질 않고 뭐든 오래되고 낡았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줄은 지루하다. 심사관의 태도 또한 기막히다. 자유분방하게 군기 빠진 느긋한 행동으로 한 명씩 건방진 목소리로 불러서 심사하다가 입국 손님을 잔뜩 세워놓고도 갑자기 근무시간 다 됐다고 가방을 챙겨 퇴근하질 않나. 한국식 사고로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입국심사는 오래 걸리고 까다로우며, 입국자를 무슨 범죄자 대하듯 위압적인 태도로 대하는 게 맘에 안 든다.


뉴욕 시내를 거쳐 뉴저지 숙소로 가는 길에 스친 생각들

하나 입국장을 빠져나와 숙소인 뉴저지로 향하는 길은 공항보다 더 심하다. 미국은 모든 게 다 삐까번쩍인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어질러진 주변 길가의 쓰레기, 움푹질푹한 도로상태, 그리고 가드레일이 녹슬어 있고, 도로 방음벽과 중앙분리 콘크리트는 부딪혀 깨지고 오래 방치된 느낌, ‘이곳이 정말 내가 상상하던 미국이 맞나?’ 


조지 워싱턴 브릿지(한인들은 ‘조 다리’라고 부른다는데 입에 착 달라붙는 호칭이다)를 지나는데 오래된 고철 덩어리 같다. ‘부산 광안대교나 남해 대교가 더 멋지지 않나?’  속으로 궁시렁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본 듯이 지인이 조 다리에 얽힌 얘길 꺼낸다. 우리나라는 초가집 짓고 강가에 징검다리 놓고 살고 있을 때 이곳에선 이미 수십, 수백 층 짜리 빌딩 짓고 바다 위에 다리나 철교를 놓고 살았다는 거다. 


급성장한 나라 대부분이 그렇듯이 사회 곳곳의 불균형, 불평등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사회 복지 등 어린이나 여성, 약자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인지라 도시 미관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엔 소홀해지거나 뒷전이 될 수밖에 없노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툭하면 보도 블럭 교체나 페인트 등 겉치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정작 복지문제 등 기본적인 문제는 소홀히 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기본에 충실하다. 안전진단을 철저히 해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겉모양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며 심지어 페인트칠도 생략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것 같다.


아름다운 동네 뉴저지 버겐 카운티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 뉴저지 내 최고 학군이라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산다는 Bergen County에 들어섰다. 사진이나 TV로만 접하던, 잘 정돈된 깔끔한 도로와 잔디. 옆집과 담도 없다. ‘아! 드디어 미국에 왔구나’ 사실 여행사 패키지로 여행을 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좋은 곳만 바쁘게 찾아다니며 날마다 시간에 쫓겨 다녀와도 사진 외엔 남는 게 없다.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던가. 현지인들의 생활은 어떠하면 그들은 우리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졌음에도 우리보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며 잘사는지, 도대체 뭘 먹고 살기에 그렇게 덩치가 큰지 등등. 부지런히 미국 뉴욕 뉴저지를 샅샅이 살펴보리라.


뉴욕 맨해튼 

New York주를 The Empire State 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유한 주라는 별칭이지만 뉴욕주에 속한 뉴욕시의 애칭은 ‘빅 애플’이다. 뉴욕으로 이주해온 청교도들이 뉴욕에 사과를 많이 심어서 갖게 된 이름이다. 뉴욕시는 서울 면적의 1.4배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인종이 170여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기에 그만큼 많은 문화가 공존한다. Melting Pot이란 별명은 그래서 나온 거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공연이 있었던 타임스퀘어 광장에 왔더니 그 별명이 딱맞다.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이곳에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자 아무 생각 없이 찍었더니 서울역 앞에 내린 시골 영감이 대우빌딩 조금 쳐다보고 돈을 뺏긴 것처럼 비싼 모델료를 내야만 했다.


센츄럴 파크에서 

센츄럴 파크에 오니 미국에 온 실감이 난다. 비싼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자리한 숲 속이 신기하다. 바윗덩어리에 불과한 이곳을  개발해서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밀림공원을 만든 미국인의 정신이 정말 대단하다. 자전거를 빌려타고 쎈츄럴 파크를 돌아보니 옷을 너무 많이 입은 사람, 안 입은 사람, 웃통을 벗어젖히고 잔디밭에 드러누워 썬텐을 즐기는 여인들,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뭔가를 호소하는 사람, 아마추어 연주가, 악기 몇 개 들고 밴드 흉내를 내는 음악가들 볼거리 천국이다. 이중에서도 타임 스퀘어에서 본, 팬티만 입은 채 기타 치는 아저씨가 압권이었지만.


전설의 뉴욕 양키 스타디움(Yankee Stadium) 

한 때 야구인의 꿈을 가진 적이 있기에 뉴욕 양키스 야구장에 오니 감격스럽다. 스포츠 시설 중 최대 관중(49,642명)을 수용한다는 뉴욕 양키스 새로운 야구장은 천문학적인 15억 달러 건축비를 들여 2009년 완공했다고 한다.


여행을 마치며

집에 돌아와서도 일손이 잡히질 않고 미국에서의 일이 꿈인 듯 자꾸 생각난다. 지면이 좁아 다 적을 수 없었지만, 버스를 타고 뉴욕 맨해튼 야경을 즐기던 루프 투어,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하고 거대한 물의 용트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뉴욕 양키 스타디움, 영화 속 장면 같던 쎈츄럴 파크, 맨해튼과 뉴저지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허드슨 강, 그리고 조지 워싱턴 브릿지…. 등을 보며 느낀 점이 참 많다. 맨해튼의 멋진 야경이 젤 많이 생각난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뉴욕 뉴저지의 아름다운 모습도 그립다.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로 14시간만 날아가면 다시 볼 수 있겠지만, 맨해튼에 가까이 사시는 분이 매우 부럽다. 


글 Rambo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