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hattan 뉴욕으로의 가을 여행 나에게 뉴욕 맨해튼이란….

Manhattan 뉴욕으로의 가을 여행 나에게 뉴욕 맨해튼이란…. 

누구나 한 번쯤 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어 하는 세계 최대 도시 맨해튼에 사는 나! 이제 나도 위풍당당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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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07년 가을이다. 소개팅으로 만난 미국 유학생이 난 너무 좋았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눈에 서로 반한 우리는 오가는 이메일로 사랑을 확인하고 그야말로 속전속결,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뉴욕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초중고 대학을 거쳐, 교직 생활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결혼 이전에 뉴욕은 고사하고 미국에 와 본 적도 없다. 이런 내가 얼떨결에 뉴욕대 졸업반이었던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온 것이다. 결혼해서 뉴욕 한복판 맨해튼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내가 말이다.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나의 성격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까지 미련 없이 다 버리고 오로지 사랑하는 남자 하나만 따라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도착 후 처음 몇 달은 무척 잘 지내는 듯했다. 취미 삼아 몇 년간 배워왔던 요리 교실의 레서피를 뒤적이며 남편과 소꿉장난도 했고, 화려한 뉴욕의 거리를 쏘다니며 당시 한참 유행했던 ‘싸이월드’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쏠쏠한 재미도 느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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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graphy by Doyoung Kim


영화속 같은 센츄럴 파트의 아름다운 장면, 락펠러 센터의 여유, 잡지에서나 보던 5번가 쇼윈도에 비친 명품을 실컷 눈요기하거나 갖고 싶은 멋스러운 상품이 유혹하던 소호, 분위기 좋은 리틀 이태리 카페, 어디나 들어가면 예쁜 상품들이 쌓여있는 작은 가게들, 볼거리 넘치는 크고 작은 갤러리, 차이나타운,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밤거리도 맘껏 즐기며 난 약간 들뜬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신나던 뉴요커 놀이도 ‘실증’ 이란 단어 앞에 무너졌다.


몇 달이 지나자, 무엇이든 긍정 마인드를 가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안 올 것만 같았던 ‘향수병’이란게 슬슬 고개를 들고 날 흔들기 시작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던 지난 한국 생활에 대한 그리움은 종일 울리지 않는 휴대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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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graphy by Doyoung Kim


한국에서 살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전화기. 그런데 뉴욕에서는 너무나 조용하고 잠잠한 전화기가 그렇게 이상하고 섭섭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나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구나’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면서, 괜스레 공부하느라 바쁜 남편에게 투정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졸업을 앞둔 남편 또한 예민해져 있었고, 우린 그렇게 황금 같은 신혼생활을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다투면서 보냈다.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그 좋다는 도시도 다 소용이 없었다.


결혼 후 조금은 여유가 생기는 지금이지만,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이맘때가 되면 문득문득 낙엽이 지는 센트럴파크를 홀로 걸으며 안 해도 되는 쓸데없는 생각들로 나 자신을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졸업 후에는 텍사스 시골 군부대로 발령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1년 동안 도시에서 좋은 추억을 쌓으라며 부모님께서 우리를 배려해서 어렵게 얻어주신 미드타운 고층 아파트. 창가에 서면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도 보였었다. 밤이 되면 야경이 참 아름다웠던 그 창가에서 난 바보처럼 눈물이나 훔치고 있었으니, 이제야 돌아보면 참 배부른 소리였고 성숙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2007년 가을의 맨해튼은 내게 야속함과 서운함이 뒤섞인 도시로 남아있다. 그해 이후 뉴욕 맨해튼은 늘 나에게 아쉬움이 남는 단어가 되었다. 더 많이 행복했어야 했고, 더 즐겼어야 했고 더 감사했어야 할 도시였는데 말이다. 현재의 나는 두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텍사스와 서울을 거쳐 십 년 뒤 내가 다시 정착한 곳은 마음만 먹으면 30분 안에 맨해튼에 닿을 수 있는 이곳 뉴저지라는 사실이 날 행복하게 한다. 지난 2007년 가을이 남긴 아쉬움을 풀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육아와 가사를 하는 틈틈이 맨해튼에 나갈 궁리를 하는 오늘도 난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이번엔 놓치지 않을 거야, 뉴욕~!’


글 Jenny Lee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