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을 잃은 산모의 몸을 회복시키는 음식들

가물치는 한자로 ‘여어(蠡魚)’라 부르는데 조선시대 선조 때 유몽인의 ‘어우야담’에서는 부인네들에게 좋은 물고기라 하여 ‘가모치(加母致)’라고 별명을 붙이기도 하였다. 요즘도 출산을 한 젊은 여성들은 누구나 가물치가 산모에 좋은 영양 식품으로 알고 서로 권하면서 즐겨 먹고 있다. 실제 산후에는 기력이 탈진해 있으므로 영양을 보충하는 데 있어서도 육류에 비해 소화에 비교적 부담이 없는 물고기를 많이 선택해 왔다. 그래서 산후 부종이 심할 때는 씨를 뺀 호박에 미꾸라지를 넣어 먹기도 하며 잉어, 붕어, 가물치 장어 등으로 곰을 해 먹기도 하고 있다.

모든 음식이나 한약으로 쓰이는 동식물은 제각각 그 고유한 성질이 있으므로 그것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 한의학이다. 산후에 보하는 음식의 경우도 소화 시간이 길고 온혈 동물인 육류보다는 냉혈 동물이면서 담백한 물고기가 소화에도 부담이 없고 영양도 충분하여 아기를 낳은 여성들의 산후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 한의학적인 견해다.

가물치의 효능에 대해 모든 한의학 서적에서는 공통적으로 맛은 달고 성질은 냉하며 부종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산후에 우울증과 불만으로 인해 속 열이 있어 소변이 잘 나가지 않고 부기가 빨리 빠지지 않을 때 가물치를 잠시 먹으면 단 맛으로 영양 보충도 되면서 그 냉한 성질로 울화를 식히고 소변을 통해 주니 산후 부종을 빨리 푸는 것이다.

그러나 몸에 찬 바람이 느껴져 냉기가 돌고 젖이 묽으며(물젖)속이 냉하여 냉수를 먹었다 하면 소화가 안 되고 자꾸 설사를 하는 산모라면 성질이 냉한 가물치보다는 붕어나 잉어 미꾸라지 등이 회복에 더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간혹 그 성질이 와전되어 널리 쓰이는 예 중에 익모초도 있다. 익모초를 대개 부인병에 무난히 쓸 수 있는 약으로 알고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역시 익모초도 성질이 냉하고 맛이 써서 몸집이 좀 뚱뚱하고 혈색이 누렇고 거무스름한 사람이면 쓸 만하나 몸이 야위고 핼쑥하며 배가 찬 여성이 익모초를 장복하면 오히려 더 냉해지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언제든지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해야 하는 산모는 빠른 회복을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간수하고 음식도 속을 냉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차후를 위해 꼭 필요하겠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