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어 떠나는 자녀와 ‘잘’ 이별하는 법

"주변에서 보니, 이번에 아들, 딸을 대학 기숙사로 보내고 힘들게 지내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아이들한테 잘못하고 살았던 시간들만 생각하며 후회하는 경우를 봅니다. 저희 아이가 이제 12학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무래도 성적관리에만 신경쓰게 될 텐데요. 이제 남은 1년 동안이라도 아이와 어떻게 관계를 지속해야 아이와 떨어져 살면서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할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12학년은 아이와 부모에게 아주 중요한 한 해입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해야 할 일도 많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지요. 자녀는 학교 공부, 과외활동,  대학 수학능력 시험(SAT, ACT), 에세이, 추천서 등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냅니다. 또,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하고 학교 방문,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야 하고요. 원서를 제출하고는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힘들기는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비 마련에 정부 학자금 신청(FAFSA)도 해야 하고, 자녀와 함께 대학들을 방문해야 하고 더욱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자녀 비위를 맞추어 주느라 매우 힘드시겠지요.


그렇게 바쁜 한 해를 지내고 나면 어느덧 자녀는 대학으로 훨훨 떠나 버립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자녀는 부모와 떨어져서 누리게 되는 새로운 삶에 큰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되지요. 반면, 부모는 텅 빈 자녀의 방을 바라보며 큰 허탈감과 외로움, 슬픔, 우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빈 둥지 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남은 12학년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부모와 자녀에게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선, 자녀의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 주십시오. 12학년은 많은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지요. 자녀의 고민과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면 부모 자녀 관계는 훨씬 더 돈독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세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자녀를 너무 몰아 붙이거나 비난을 하면 관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반면, 어려울 때 늘 신뢰하며 도움을 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큰 안정감을 느끼겠지요. 가끔 텍스트로 애정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힘든 일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또,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세요. 12학년 자녀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콘서트에 참석할 수도 있겠죠.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맨해튼의 유명한 식당에 찾아가서 브런치를 먹는 것도 좋겠지요. 

제가 아는 한 미국인 엄마는 대학 입학원서를 다 제출한 후 딸아이와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그 엄마는 재정적으로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녀와 부모의 기억 속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돌아왔지요. 서로 떠나갈 준비를 하세요. 아이는 인생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성취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없는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혹 아이가 스스로 생활하는 방법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하나씩 가르쳐 주세요. 음식하기, 집안 정리, 시간 관리, 은행 이용 등 앞으로 혼자서 해나가야 합니다. 

부모에게 아이가 떠난다는 것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활동에 열심히 참석할 수도 있고, 부부간에 더 돈독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요. 아이가 떠난 자리를 다른 것들로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이 된 아이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응원과 관심을 보여주세요. 요즘에는 카카오톡, 탱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람 등 공간 제약 없이 연락하는 방법이 많이 있지요. 단, 너무 자주 연락하고 참견하지는 마세요. 아이도 혼자서 독립하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관심과 무관심의 적절한 균형을 지혜롭게 유지하세요.


S.CAS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