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지붕 파란대문 빨간벽돌 좋은 집이란?

이번 달에 Netflix에서 “Anne of Green Gables” 시리즈를 방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빨간 머리 앤” 애니메이션으로 더 알려진 이 작품은 캐나다 여성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이다. 어렸을 적의 이 e가 붙은 Anne을 너무 좋아해서 몽고메리 여사의 후속작품인 앤의 아들들이 1차 대전에 참여하고 앤이 세상을 뜰 때까지의 시리즈를 겉장이 낡아질 때까지 끼고 살았었다. 한참 어학연수가 붐이던 대학 시절에는 몽고메리 여사의 고향이자, 책의 배경이 된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가기 위해 어학연수를 핑계로 캐나다로 향했었던 요샛말로 필자는 몽고메리 여사의 덕후였다.


초록색 지붕의 앤처럼 우리도 감나무골 최 진사, 파란 대문집 영희, 김 약국집 딸들처럼 우체국에서 정해진 주소로만 집을 칭하는 경우보다는 집을 칭하는 말이 있었다. 전근이 많은 아버지를 둔 탓에 이사가 잦았지만, 머릿속에 항상 남아 있는 우리 집은 황령산 자락에 있었던 빨간 벽돌집이다. 그 집에는 젊디젊던 내 엄마가 딸기잼을 만드시느라 큰 냄비에 종일 삶던 딸기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하던 그런 기억이 있는 집이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머리 밖 세상보다 머릿속 세상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 리얼터 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집을 찾아서 계약하게 해드렸을 때는 이 일이 누군가의 꿈에 동참하는 일인 것이어서 너무나 신중해지고 가슴이 뛴다.


좋은 집은 어떤 집인가? 많은 전문가가 말하기를 Location!, Location!, Location!'이라고 가장 먼저 손을 꼽는다. 위치는 학군과 연관 지어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각각의 동네는 그 고유한 색깔이 있어서 리모델링이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동네 안에서도 더 선호되는 지역과 더 비싼 지역이 있다. 그리고 집을 살 때, 머릿속으로 팔 때의 구상을 같이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비싼 동네의 작은집이 싼 동네의 큰 집보다 더 가치가 있다. 학군과 함께, 내 직장과의 거리, 주위환경, 타운의 전통, 개발 가능성 등, 내가 살고자 하는 타운의 개성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학교와 공원 등은 적당한 거리에 있는 것이 좋고, 막힌 골목인 Cul-De-Sac이 차량의 유입이 많지 않고, 안전해서 좋고, T자 길 앞은 통상 피하는 것이 좋다. 학군과 관계해서도 인터넷으로 나오는 성적 랭킹만을 신뢰하지 말고, 직접 여러 경로로 알아보는 것이 내 아이를 위해서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Condition인데, 새집이 아닌 이상, 꼼꼼한 Inspection을 통해서 집의 골조가 튼튼한지, 페인트 냄새로 가려진 곰팡이 냄새가 없는지를 잘 봐야 한다. 방음, 방열도 확인해 봐야 하는데, 방열에 관해서는 전기회사에 전화해서 주소만 대면 일 년의 평균 전기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내부구조가 쓸모가 있고, 부엌, 화장실, 바닥, 조경이 잘 된 집은 시세보다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주인이 신경을 썼다는 것이므로 가치가 있다.


‘좋은 집 이란?’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내 상황과 형편에 맞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고, 모게지가 내 목을 죄는 짐이 아니며 저축의 다른 형태가 되는 집이 진짜 좋은 내 집이다.


글 그레이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