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수성못은 오래도록 시민들의 산책길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붐비는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그 고요한 물 위에 이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려 한다. 이름부터 거창하다 — ‘세계적 수상공연장’.
총 사업비 300억 원. 국비와 시비가 더해져, 수성못 한가운데에 새로운 상징을 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상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가상이미지
1. “세계적”이라는 단어의 무게
‘세계적’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달콤하게 들린다.
도시가 성장하고, 사람들이 몰려오며, 지역이 활기를 찾는다는 상상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단어는 때때로 너무 쉽게 쓰인다.
애초 90억 원이던 사업비는 어느새 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유는 ‘규모 확대’, ‘디자인 개선’, ‘세계적 수준의 시설’.
그 말 속엔 구체적 근거보다, 막연한 기대가 더 크다.
거대한 예산의 이면에는 늘 같은 질문이 숨어 있다.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2. 잔잔했던 호수 위로 드리운 그림자
공연장은 수면의 약 6%를 차지한다지만, 그 수치는 마음을 달래지 못한다.
숫자보다 큰 것은 풍경의 균형이다.
밤이면 조용히 물결에 비치던 불빛 대신, 화려한 조명과 구조물이 들어설 것이다.
물론 도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변하지 않음이 도시의 품격을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을 위한 빛이 너무 강하면, 그 빛 아래 살던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3. 주민의 공간일까, 도시의 무대일까
이 공연장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고 한다. 산책로, 물놀이장, 얼음놀이장 등 복합적인 공간이 될 거라고.
그러나 ‘다목적’이라는 단어는 종종 ‘모호함’을 감춘다.
공연이 없을 때, 그곳은 과연 누구의 공간일까?
아이들이 뛰놀고, 노인들이 쉬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행사가 없을 땐, 텅 빈 구조물로 남아버릴까?
한 주민은 설명회에서 말했다.
“좌석이 2천 석이면 주차장은 어디에 두나요?”
그 단순한 질문은, 실은 이 사업 전체를 향한 물음이기도 했다.
‘누구의 편의가 중심에 놓였는가?’
4. 반짝임은 금방 사라진다
대형 시설이 세워질 때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관광객이 늘고, 지역이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운영비, 관리비, 이벤트 비용, 그리고 비수기의 공백.
공연장의 불빛이 꺼진 뒤에도, 그 자리에는 늘 예산과 책임이 남는다.
도시는 무대를 갖게 되지만, 시민은 조용히 비용을 나눈다.
이것이 늘 반복되는 지방 개발의 역설이다.
5. 화려한 수면 아래의 고요
수성못의 물결은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다.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놀던 아이들, 봄이면 벚꽃을 보며 걷던 사람들.
그 단순하고 느린 시간들이 이 호수를 사랑하게 했다.
그런데 이젠 ‘세계적 공연장’이 그 위를 덮는다.
빛은 더 화려해지겠지만, 고요함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시가 원한 건 과연 세계적 무대였을까, 아니면 조용한 안식처였을까?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가
도시의 발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이 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멈춤이, 지킴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300억 원짜리 공연장은 언젠가 완공될 것이다.
그날 밤, 불빛이 수성못 위로 번질 때
누군가는 감탄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이토록 밝은 빛 아래, 우리가 잃은 건 무엇일까.”
Story and Image by S.CASA
대구의 수성못은 오래도록 시민들의 산책길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붐비는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그 고요한 물 위에 이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려 한다. 이름부터 거창하다 — ‘세계적 수상공연장’.
총 사업비 300억 원. 국비와 시비가 더해져, 수성못 한가운데에 새로운 상징을 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상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가상이미지
1. “세계적”이라는 단어의 무게
‘세계적’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달콤하게 들린다.
도시가 성장하고, 사람들이 몰려오며, 지역이 활기를 찾는다는 상상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단어는 때때로 너무 쉽게 쓰인다.
애초 90억 원이던 사업비는 어느새 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유는 ‘규모 확대’, ‘디자인 개선’, ‘세계적 수준의 시설’.
그 말 속엔 구체적 근거보다, 막연한 기대가 더 크다.
거대한 예산의 이면에는 늘 같은 질문이 숨어 있다.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2. 잔잔했던 호수 위로 드리운 그림자
공연장은 수면의 약 6%를 차지한다지만, 그 수치는 마음을 달래지 못한다.
숫자보다 큰 것은 풍경의 균형이다.
밤이면 조용히 물결에 비치던 불빛 대신, 화려한 조명과 구조물이 들어설 것이다.
물론 도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변하지 않음이 도시의 품격을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을 위한 빛이 너무 강하면, 그 빛 아래 살던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3. 주민의 공간일까, 도시의 무대일까
이 공연장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고 한다. 산책로, 물놀이장, 얼음놀이장 등 복합적인 공간이 될 거라고.
그러나 ‘다목적’이라는 단어는 종종 ‘모호함’을 감춘다.
공연이 없을 때, 그곳은 과연 누구의 공간일까?
아이들이 뛰놀고, 노인들이 쉬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행사가 없을 땐, 텅 빈 구조물로 남아버릴까?
한 주민은 설명회에서 말했다.
“좌석이 2천 석이면 주차장은 어디에 두나요?”
그 단순한 질문은, 실은 이 사업 전체를 향한 물음이기도 했다.
‘누구의 편의가 중심에 놓였는가?’
4. 반짝임은 금방 사라진다
대형 시설이 세워질 때마다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관광객이 늘고, 지역이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운영비, 관리비, 이벤트 비용, 그리고 비수기의 공백.
공연장의 불빛이 꺼진 뒤에도, 그 자리에는 늘 예산과 책임이 남는다.
도시는 무대를 갖게 되지만, 시민은 조용히 비용을 나눈다.
이것이 늘 반복되는 지방 개발의 역설이다.
5. 화려한 수면 아래의 고요
수성못의 물결은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다.
겨울이면 얼음 위에서 놀던 아이들, 봄이면 벚꽃을 보며 걷던 사람들.
그 단순하고 느린 시간들이 이 호수를 사랑하게 했다.
그런데 이젠 ‘세계적 공연장’이 그 위를 덮는다.
빛은 더 화려해지겠지만, 고요함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시가 원한 건 과연 세계적 무대였을까, 아니면 조용한 안식처였을까?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가
도시의 발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발전이 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멈춤이, 지킴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300억 원짜리 공연장은 언젠가 완공될 것이다.
그날 밤, 불빛이 수성못 위로 번질 때
누군가는 감탄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이토록 밝은 빛 아래, 우리가 잃은 건 무엇일까.”
Story and Image by S.C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