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디지털 시대의 독소 처방전 Digital Detox
▲ (사진 출처 = 123rf)
바야흐로 범람의 시대
북새통을 이루는 도로, 사람이 빼곡한 지하철. 쉽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유튜버들. 끊임없이 추가되는 SNS 피드… 바야흐로 범람의 시대다. 무엇이든 넘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것은 ‘정보’다. 데이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일은 기업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혁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영유아부터 노인들까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의 행동방식이 바뀌었다. 휴대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내장 AI로 날씨를 확인한다.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하며, 모르는 길은 내비게이션 앱으로 찾고, 지하철의 사람들은 휴대폰의 화면 속에 빠져있다. 정보와 문명의 이기는 앞선 시대의 혁명이 무색하게 ‘현재'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에서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숙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터이지만 디지털 문명의 편리함과 즐거움은 가상공간에 우리를 묶어놓는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위험하다. 디지털 접근성이 증대됨에 따라 우리는 ‘멍 때리는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삶의 여백은 SNS와 스마트폰 게임으로 채워지고 비교적 호흡이 긴 취미 활동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독일의 뇌 신경 의사 만프레트 슈피처는 저서 <디지털 치매>에서 만성적인 디지털 환경에서의 기억력과 사고력 감퇴에 주목한다. 디지털 기기를 늘 접하는 환경은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는 여러 가지 일을 손쉽게 번갈아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환경 또한 조성해주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험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24시간 업무가 가능해진 덕분에 우리는 24시간 업무에 묶여있기도 한다. 로그아웃이 없는 카카오톡 덕분에 퇴근 후에도 상사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의 최첨단에 서 있는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디지털의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진정 중요한 가치에는 다가갈 수 없는 노릇일지도 모른다.미국의 코미디언 루이스 C.K는 “부모들은 바로 앞의 자녀를 휴대폰 카메라로 본다. 그걸 찍어 인터넷에 올려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SNS엔 현실이 아닌 환상이 넘치고 있으며 인정욕구와 과시 욕구는 화면 속의 빛으로 광합성 하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톡스(Detox)는 우리말로 해독, 인체 내의 축적된 독소를 빼낸다는 뜻이다. 이를 디지털 분야에 적용한 것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개념인데, 근래 들어서 이를 접목한 다양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차단되는 오지 여행과 호텔 숙박 상품, 앱 클릭 횟수를 제한하는 앱,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더해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2g 피처폰의 사용량이 갑작스레 증가하고 있으며, 청소년 대상의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도 점차 활성화(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청소년 디지털디톡스 또래 리더 양성 과정 운영 중이다) 되어가는 것을 통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디지털 디톡스를 극복하는 방식 또한 디지털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는 앱을 통해 호텔 예약을 하고, 앱을 통해 다른 앱의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뮤직 스트리밍 앱이 추천해주는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한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방법
이미 더럽혀진 물을 정화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희석이다. 디지털 중독으로 피로해진 우리의 심신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디지털이 아닌 것들로 우리 시간을 채우는 것 아닐까? 모든 것이 저장된 기계가 손에 없을 때, 우리는 친한 친구의 생일조차 기억하기 힘들다. 이제 디지털로의 아웃소싱을 멈추어 보자.
오늘, 소중한 이들의 생일을 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핸드폰의 카메라 대신, 두 눈에 풍경을 담아보는 것은 또 어떨까? 펜을 잡는 것이 어색해진 손으로 몇 통의 편지를 써보는 것과 종이책의 감촉을 느끼며 지루한 소설을 완독해 보는 것도 좋다. 이어폰을 뺀 후, 주변의 소음과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밤하늘의 뜬 별을 한참이나 쳐다보는 것도, 최첨단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 삶에 필요한 처방 아닐까?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당신은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디지털 시대의 독소 처방전 Digital Detox
▲ (사진 출처 = 123rf)
바야흐로 범람의 시대
북새통을 이루는 도로, 사람이 빼곡한 지하철. 쉽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유튜버들. 끊임없이 추가되는 SNS 피드… 바야흐로 범람의 시대다. 무엇이든 넘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인 것은 ‘정보’다. 데이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일은 기업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스마트폰이 촉발한 혁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영유아부터 노인들까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의 행동방식이 바뀌었다. 휴대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내장 AI로 날씨를 확인한다.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하며, 모르는 길은 내비게이션 앱으로 찾고, 지하철의 사람들은 휴대폰의 화면 속에 빠져있다. 정보와 문명의 이기는 앞선 시대의 혁명이 무색하게 ‘현재'를 바꾸어 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에서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숙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터이지만 디지털 문명의 편리함과 즐거움은 가상공간에 우리를 묶어놓는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위험하다. 디지털 접근성이 증대됨에 따라 우리는 ‘멍 때리는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삶의 여백은 SNS와 스마트폰 게임으로 채워지고 비교적 호흡이 긴 취미 활동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독일의 뇌 신경 의사 만프레트 슈피처는 저서 <디지털 치매>에서 만성적인 디지털 환경에서의 기억력과 사고력 감퇴에 주목한다. 디지털 기기를 늘 접하는 환경은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는 여러 가지 일을 손쉽게 번갈아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환경 또한 조성해주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험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24시간 업무가 가능해진 덕분에 우리는 24시간 업무에 묶여있기도 한다. 로그아웃이 없는 카카오톡 덕분에 퇴근 후에도 상사에게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게 볼 수 있다.
디지털 문명의 최첨단에 서 있는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디지털의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진정 중요한 가치에는 다가갈 수 없는 노릇일지도 모른다.미국의 코미디언 루이스 C.K는 “부모들은 바로 앞의 자녀를 휴대폰 카메라로 본다. 그걸 찍어 인터넷에 올려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SNS엔 현실이 아닌 환상이 넘치고 있으며 인정욕구와 과시 욕구는 화면 속의 빛으로 광합성 하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톡스(Detox)는 우리말로 해독, 인체 내의 축적된 독소를 빼낸다는 뜻이다. 이를 디지털 분야에 적용한 것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개념인데, 근래 들어서 이를 접목한 다양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이 차단되는 오지 여행과 호텔 숙박 상품, 앱 클릭 횟수를 제한하는 앱,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더해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2g 피처폰의 사용량이 갑작스레 증가하고 있으며, 청소년 대상의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도 점차 활성화(서울시 노원구에서는 청소년 디지털디톡스 또래 리더 양성 과정 운영 중이다) 되어가는 것을 통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밌는 것은 디지털 디톡스를 극복하는 방식 또한 디지털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전히 우리는 앱을 통해 호텔 예약을 하고, 앱을 통해 다른 앱의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뮤직 스트리밍 앱이 추천해주는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한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방법
이미 더럽혀진 물을 정화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희석이다. 디지털 중독으로 피로해진 우리의 심신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도 디지털이 아닌 것들로 우리 시간을 채우는 것 아닐까? 모든 것이 저장된 기계가 손에 없을 때, 우리는 친한 친구의 생일조차 기억하기 힘들다. 이제 디지털로의 아웃소싱을 멈추어 보자.
오늘, 소중한 이들의 생일을 외워보는 것은 어떨까? 핸드폰의 카메라 대신, 두 눈에 풍경을 담아보는 것은 또 어떨까? 펜을 잡는 것이 어색해진 손으로 몇 통의 편지를 써보는 것과 종이책의 감촉을 느끼며 지루한 소설을 완독해 보는 것도 좋다. 이어폰을 뺀 후, 주변의 소음과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밤하늘의 뜬 별을 한참이나 쳐다보는 것도, 최첨단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 삶에 필요한 처방 아닐까?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