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라디오를 켰다.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되는 시그널 연주음악(두 번째 달 ‘얼음 연못’)이 흘러나오고 어김없이 오후 4시를 알리는 반가운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할 시간, 누군가 그립고 따뜻한 이야기 한잔이 필요할 때 부드럽고 진한 커피향의 카푸치노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영아입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 커피 향에 매료돼 이름 모를 카페에 발길을 내딛듯 언제부턴가 그리워지는 목소리... “나 그 방송 알아!” 소리가 절로 나오며 20대에서 50대 까지 두터운 청취 층을 갖고 있는 가요에세이(TBC, FM99.3MHz) 진행자 김영아씨를 만났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라디오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녀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반갑습니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어린 아기의 순수함 그 자체였다. 라디오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인성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질문내용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아이처럼 깔깔 웃는 모습이 유리처럼 맑고 고와 같은 여자가 봐도 참 예뻤다. 뽀얀 피부에 곱게만 자랐을 것 같았는데 참 열심히 살아왔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매력을 하나 둘씩 발견할 수 있었다.
Q1. 반갑습니다. 가요에세이 청취자들이 꽤 많던데 진행자로서 인기 실감하시나요?
인기?! 아니요~~ 아직까지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아직 시작인데요....(겸손하게 미소를 보인다) 그런 건 전혀 못 느끼다가 정말 가끔씩 애청자로부터 꽃이나 책 이런 마음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 정말 감사하고 감동받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사정상 녹음 방송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마트나 병원에서 제 방송인 가요에세이를 듣고 있는걸 보고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임감도 느끼고 내일부터 더 열심히 방송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합니다. 방송이라는 게 저 혼자만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PD님, 작가님, 요일별 나오시는 게스트 분들과의 팀워크도 무시 못 하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청취자분들의 힘이 가장 크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새로운 한 식구씩 맞이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2. 김영아씨하면 가요에세이로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방송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대학 4학년 때 평화방송(pbc)에서 취재 리포터 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업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듣고 계셨어요. 저에게 라디오는 일상과 같았습니다. 학창시절 진로로 한참 고민하던 시기 저녁에 혼자 듣던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부님께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제게는 많은 위안이 되었고 졸업하면 평화방송에서 일 하고 싶다는 꿈의 목표를 세웠던 거죠. 그렇게 방송에 입문했습니다. 즐겁게 일을 했어요. 그런데 프리랜서 라디오 리포터만으로 생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기에 라디오 일을 놓치기 싫어서 학교 방과 후 수업도 하고 TV방송 진행도 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방송국에서 아셨는지 덜컥 라디오 메인진행을 맡겨주셨어요. 행복한 세상(93.1MHz) 진행을 한 6~7년 했습니다. 제 인생에 첫 메인 방송진행이라고 할 수 있죠. 그때 방송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당시 방송 환경 여건상 섭외에서부터 작가, 진행 역할을 함께 했어야 했기에 꽉 찬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 힘든 만큼 얻은 것 또한 많은 시간이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3. 생각보다 방송 경력이 꽤 되시는군요. 그렇다면 가요에세이는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어요. TBC 라디오 관계자 분께서 제 방송을 청취하셨는지 가요에세이 진행자를 찾고 있는데 정식으로 오디션 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군요. 기대를 안했는데 운 좋게 오디션에 합격했고 그렇게 가요에세이와는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 째 접어들었네요. 이전 방송에서 혼자 글 쓰고 진행하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더구나 라디오 진행이 처음도 아닌데 당시에는 예쁘게만 말하려하고 청취자들의 피드백에 실수라도 할까봐 한편에는 두려움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한해 두 해가 지나고... 이제 방송 진행에 조금 눈을 뜨는 것 같습니다.
Q4.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이신데... 존경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나 멘토가 있다면?
이금희 아나운서요. 방송에서 진행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저에게 가르쳐 주신 분 같아요. 누구나 어릴 때부터 진행자는 방송의 꽃이고 중심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분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진행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신 거죠. 진행자는 청취자와 게스트가 방송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내고 방송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겁니다. 직접 현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저도 그렇게 진실 된 진행자로 멋진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라디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기억을 들춰 추억 속의 음악을 들려주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근무시간 사무실에서도 생산라인을 맞춰야하는 작업장에서도 혼자 이어폰을 꽂고 올라 탄 지하철에서도 라디오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벗이 된다. 토닥토닥 힘내라고 내 어깨를 두드리듯 때로는 따스함으로 때로는 경쾌함으로 하루를 힐링하게 한다. 그것이 듣고 싶은 그녀의 음성이라면 더욱 반갑고 행복할 것이다.
Q5. 들리는 바로는 방송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투자?라기 보다는 제 습성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 방송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방송 일에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었고 실무에서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던 적이 있어서 아나운서 과정도 수료를 했습니다. 20대 시절이니 한참 배울 나이라서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했었기에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많이 배우고 다양하게 방송 일을 했습니다. 라디오 메인 진행을 처음 맡으면서 청취자 사연을 전달하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제 나름의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 성우 공부를 했었는데 지금은 라디오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매 주마다 저를 마다하지 않고 재워주신 수녀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드리고 싶어요.
Q5. 선택과 집중에 너무 매진하시는 것 같은데... 평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가요에세이 애청자 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보통 아침 7시 기상해서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예전엔 진행하는데 호흡을 키워보려고 수영을 배웠었는데 요즘은 요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방송국 출근 전 오전 시간에는 책도 읽고 집안 청소도 하며 여느 일상과 비슷합니다. 출근은 좀 일찍 하는 편입니다. 저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참 편안해요. 뭔가 안정적이고 조용히 정리를 할 수 있어서 오전에 있는 뮤직갤러리(김선희 진행)방송이 끝나면 이곳에서 방송준비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커피 한잔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취자 사연도 미리 읽어보고 음악 선곡도 하며......오후 4시부터 6시 까지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1남 2녀 중 막내,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었다. 그래서 당연히 음악을 전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에 이어 두 명을 음대에 보내기엔 집안 형편상 경제적으로 부담이었다. 그래서 평범하게 인문계를 진학했고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했다. 청소년기 일상처럼 접한 네모난 마법 상자인 라디오는 내게 방송의 꿈을 심어주었고 그렇게 나는 꿈에 그리던 라디오 진행자가 되었다.
Q6. 핫 이슈인 ‘가요 에세이’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죠. 다들 아시겠지만 프로그램을 잠깐 소개해 주신다면?
가요에세이는 말 그대로 일상의 수필과도 같은 가요 프로그램입니다. TBC라디오 방송개국 이후 프로그램 이름은 변화가 있었으나 그 틀은 그대로 대구·경북 청취자들과 함께해 온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대구·경북에서는 99.3MHz로 오후 4시부터 6시 까지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합니다. 코너별 이야기와 청취자들의 사연이 함께하며 듣고 싶은 음악을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Q7. 요일별 어떤 코너가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월요일에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배우 오승은씨가 함께 하는 오승은의 커피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경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셔서 요즘은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화요일에는 한국일보 김광원 기자가 전하는 가요(歌謠)따라 가요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 가요에 얽힌 가요의 숨은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흥미 있는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죠. 수요일에는 방송인 예나씨와 함께하는 문자코너 상상력 테스트로 채워집니다. 그날의 주제, 단어 하나를 제시하면 청취자들은 떠오르는 단어, 사연들을 보내주세요. 청취자들의 사연을 함께 얘기 나누는 코너입니다. 목요일은 가요 프로그램인 만큼 강인구씨와 함께하는 LP이야기로 꾸며집니다. 주 라디오 청취자 층인 4·50대에게는 아날로그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추억의 가요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에는 제가 가장 설레며 기다리는 여러분과 함께하는 화통한 불금 전화 데이트로 꾸며집니다.
Q8. 코너 소개를 듣다보니... 작년에 공동 집필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책인가요?
네... 지금 화요일 코너를 맡고 계시는 김광원 기자와 함께 가요를 중심으로 엮은 ‘가요 따라가요’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가요를 들으면 그 시대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대구와 경북지역 출신 가객들이 만들었거나 지역을 배경으로 탄생한 곡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우리지역의 노래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엮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고통을 노래한 ‘비 내리는 고모령’에서부터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이제는 대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광석의 ‘일어나’ 까지 우리나라 가요사에 큰 흔적을 남긴 노래들에 얽힌 이야기와 현장을 답사형식으로 풀었습니다. 대중가요에는 가식이 없다고들 하잖습니까. 비 오는 날 이어폰을 꽂고 현장에서 그 음악과 함께 하신다면 그 시대, 그 가요를 더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아씨에게 라디오란? 커피와 같은 것! 예전엔 커피를 못 마셨습니다. 한잔이라도 마시면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배우고 하루에 한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김영아씨에게 가요에세이란? 행복 속에서 찾은 네잎 클로버 같은 행운! 저는 꿈을 이루었고 늘 감사하고 살았는데 더 큰 감사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김영아씨에게 청취자란?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의 주인은 청취자입니다.
Q9. 가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데 앞으로 더 출판 계획은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건 현재 없습니다만 늘 염두에 두고는 있습니다. 워낙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미소로 답한다). 누구나 애창곡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습니까. 나의 애창곡에 관련된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해 주세요.
Q10. 다시 가요에세이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가요 에세이가 왜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디오는 청취자가 주인인 방송입니다. 요즘은 은행을 가도 영화관 매표소를 가도 대기 번호표가 제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입니다. 더구나 방송에서조차 sns로 문자로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되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것에 익숙해진 게 현실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청취자라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하시는 청취자들에 한해 실명이나 닉네임으로 방송에서 부르다보니 가요에세이 공간에서 만큼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방송 안 듣는다고 뭐라는 사람 없는데 좀 있으면 방송할 시간인데 오늘은 이래서 방송을 못 듣게 된다고 sns로 보내오는 문자, 속상한 청취자 사연을 함께하며 전한 위로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됐다고 답해오는 문자. 라디오 진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가 내 뱉는 말 한마디, 숨소리조차도 청취자에게는 큰 영향이 간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 또한 청취자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S.CASA 편집부
오늘도 라디오를 켰다. 잔잔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되는 시그널 연주음악(두 번째 달 ‘얼음 연못’)이 흘러나오고 어김없이 오후 4시를 알리는 반가운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할 시간, 누군가 그립고 따뜻한 이야기 한잔이 필요할 때 부드럽고 진한 커피향의 카푸치노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영아입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 커피 향에 매료돼 이름 모를 카페에 발길을 내딛듯 언제부턴가 그리워지는 목소리... “나 그 방송 알아!” 소리가 절로 나오며 20대에서 50대 까지 두터운 청취 층을 갖고 있는 가요에세이(TBC, FM99.3MHz) 진행자 김영아씨를 만났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라디오 청취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녀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반갑습니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어린 아기의 순수함 그 자체였다. 라디오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인성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질문내용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아이처럼 깔깔 웃는 모습이 유리처럼 맑고 고와 같은 여자가 봐도 참 예뻤다. 뽀얀 피부에 곱게만 자랐을 것 같았는데 참 열심히 살아왔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매력을 하나 둘씩 발견할 수 있었다.
Q1. 반갑습니다. 가요에세이 청취자들이 꽤 많던데 진행자로서 인기 실감하시나요?
인기?! 아니요~~ 아직까지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아직 시작인데요....(겸손하게 미소를 보인다) 그런 건 전혀 못 느끼다가 정말 가끔씩 애청자로부터 꽃이나 책 이런 마음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 정말 감사하고 감동받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사정상 녹음 방송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마트나 병원에서 제 방송인 가요에세이를 듣고 있는걸 보고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임감도 느끼고 내일부터 더 열심히 방송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합니다. 방송이라는 게 저 혼자만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PD님, 작가님, 요일별 나오시는 게스트 분들과의 팀워크도 무시 못 하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청취자분들의 힘이 가장 크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새로운 한 식구씩 맞이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2. 김영아씨하면 가요에세이로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방송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대학 4학년 때 평화방송(pbc)에서 취재 리포터 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업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듣고 계셨어요. 저에게 라디오는 일상과 같았습니다. 학창시절 진로로 한참 고민하던 시기 저녁에 혼자 듣던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부님께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제게는 많은 위안이 되었고 졸업하면 평화방송에서 일 하고 싶다는 꿈의 목표를 세웠던 거죠. 그렇게 방송에 입문했습니다. 즐겁게 일을 했어요. 그런데 프리랜서 라디오 리포터만으로 생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기에 라디오 일을 놓치기 싫어서 학교 방과 후 수업도 하고 TV방송 진행도 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방송국에서 아셨는지 덜컥 라디오 메인진행을 맡겨주셨어요. 행복한 세상(93.1MHz) 진행을 한 6~7년 했습니다. 제 인생에 첫 메인 방송진행이라고 할 수 있죠. 그때 방송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당시 방송 환경 여건상 섭외에서부터 작가, 진행 역할을 함께 했어야 했기에 꽉 찬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 힘든 만큼 얻은 것 또한 많은 시간이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3. 생각보다 방송 경력이 꽤 되시는군요. 그렇다면 가요에세이는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었어요. TBC 라디오 관계자 분께서 제 방송을 청취하셨는지 가요에세이 진행자를 찾고 있는데 정식으로 오디션 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군요. 기대를 안했는데 운 좋게 오디션에 합격했고 그렇게 가요에세이와는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 째 접어들었네요. 이전 방송에서 혼자 글 쓰고 진행하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더구나 라디오 진행이 처음도 아닌데 당시에는 예쁘게만 말하려하고 청취자들의 피드백에 실수라도 할까봐 한편에는 두려움도 많았던 것 같아요. 한해 두 해가 지나고... 이제 방송 진행에 조금 눈을 뜨는 것 같습니다.
Q4.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이신데... 존경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나 멘토가 있다면?
이금희 아나운서요. 방송에서 진행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저에게 가르쳐 주신 분 같아요. 누구나 어릴 때부터 진행자는 방송의 꽃이고 중심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저 또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분의 방송을 보고 있으면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데 진행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신 거죠. 진행자는 청취자와 게스트가 방송의 중심이 될 수 있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내고 방송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겁니다. 직접 현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저도 그렇게 진실 된 진행자로 멋진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라디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기억을 들춰 추억 속의 음악을 들려주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근무시간 사무실에서도 생산라인을 맞춰야하는 작업장에서도 혼자 이어폰을 꽂고 올라 탄 지하철에서도 라디오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는 벗이 된다. 토닥토닥 힘내라고 내 어깨를 두드리듯 때로는 따스함으로 때로는 경쾌함으로 하루를 힐링하게 한다. 그것이 듣고 싶은 그녀의 음성이라면 더욱 반갑고 행복할 것이다.
Q5. 들리는 바로는 방송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투자?라기 보다는 제 습성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합니다. 예전 방송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방송 일에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으로 대학원을 진학했었고 실무에서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던 적이 있어서 아나운서 과정도 수료를 했습니다. 20대 시절이니 한참 배울 나이라서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했었기에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많이 배우고 다양하게 방송 일을 했습니다. 라디오 메인 진행을 처음 맡으면서 청취자 사연을 전달하는데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제 나름의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 성우 공부를 했었는데 지금은 라디오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매 주마다 저를 마다하지 않고 재워주신 수녀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드리고 싶어요.
Q5. 선택과 집중에 너무 매진하시는 것 같은데... 평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가요에세이 애청자 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보통 아침 7시 기상해서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예전엔 진행하는데 호흡을 키워보려고 수영을 배웠었는데 요즘은 요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방송국 출근 전 오전 시간에는 책도 읽고 집안 청소도 하며 여느 일상과 비슷합니다. 출근은 좀 일찍 하는 편입니다. 저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참 편안해요. 뭔가 안정적이고 조용히 정리를 할 수 있어서 오전에 있는 뮤직갤러리(김선희 진행)방송이 끝나면 이곳에서 방송준비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커피 한잔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취자 사연도 미리 읽어보고 음악 선곡도 하며......오후 4시부터 6시 까지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1남 2녀 중 막내,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었다. 그래서 당연히 음악을 전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에 이어 두 명을 음대에 보내기엔 집안 형편상 경제적으로 부담이었다. 그래서 평범하게 인문계를 진학했고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했다. 청소년기 일상처럼 접한 네모난 마법 상자인 라디오는 내게 방송의 꿈을 심어주었고 그렇게 나는 꿈에 그리던 라디오 진행자가 되었다.
Q6. 핫 이슈인 ‘가요 에세이’에 대해 다시 얘기해보죠. 다들 아시겠지만 프로그램을 잠깐 소개해 주신다면?
가요에세이는 말 그대로 일상의 수필과도 같은 가요 프로그램입니다. TBC라디오 방송개국 이후 프로그램 이름은 변화가 있었으나 그 틀은 그대로 대구·경북 청취자들과 함께해 온 장수 프로그램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 대구·경북에서는 99.3MHz로 오후 4시부터 6시 까지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합니다. 코너별 이야기와 청취자들의 사연이 함께하며 듣고 싶은 음악을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Q7. 요일별 어떤 코너가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월요일에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배우 오승은씨가 함께 하는 오승은의 커피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경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셔서 요즘은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화요일에는 한국일보 김광원 기자가 전하는 가요(歌謠)따라 가요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 가요에 얽힌 가요의 숨은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흥미 있는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죠. 수요일에는 방송인 예나씨와 함께하는 문자코너 상상력 테스트로 채워집니다. 그날의 주제, 단어 하나를 제시하면 청취자들은 떠오르는 단어, 사연들을 보내주세요. 청취자들의 사연을 함께 얘기 나누는 코너입니다. 목요일은 가요 프로그램인 만큼 강인구씨와 함께하는 LP이야기로 꾸며집니다. 주 라디오 청취자 층인 4·50대에게는 아날로그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추억의 가요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에는 제가 가장 설레며 기다리는 여러분과 함께하는 화통한 불금 전화 데이트로 꾸며집니다.
Q8. 코너 소개를 듣다보니... 작년에 공동 집필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책인가요?
네... 지금 화요일 코너를 맡고 계시는 김광원 기자와 함께 가요를 중심으로 엮은 ‘가요 따라가요’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가요를 들으면 그 시대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대구와 경북지역 출신 가객들이 만들었거나 지역을 배경으로 탄생한 곡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우리지역의 노래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엮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고통을 노래한 ‘비 내리는 고모령’에서부터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이제는 대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광석의 ‘일어나’ 까지 우리나라 가요사에 큰 흔적을 남긴 노래들에 얽힌 이야기와 현장을 답사형식으로 풀었습니다. 대중가요에는 가식이 없다고들 하잖습니까. 비 오는 날 이어폰을 꽂고 현장에서 그 음악과 함께 하신다면 그 시대, 그 가요를 더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아씨에게 라디오란? 커피와 같은 것! 예전엔 커피를 못 마셨습니다. 한잔이라도 마시면 설레고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배우고 하루에 한잔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김영아씨에게 가요에세이란? 행복 속에서 찾은 네잎 클로버 같은 행운! 저는 꿈을 이루었고 늘 감사하고 살았는데 더 큰 감사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김영아씨에게 청취자란?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의 주인은 청취자입니다.
Q9. 가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데 앞으로 더 출판 계획은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건 현재 없습니다만 늘 염두에 두고는 있습니다. 워낙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미소로 답한다). 누구나 애창곡 하나쯤은 갖고 있지 않습니까. 나의 애창곡에 관련된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해 주세요.
Q10. 다시 가요에세이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가요 에세이가 왜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디오는 청취자가 주인인 방송입니다. 요즘은 은행을 가도 영화관 매표소를 가도 대기 번호표가 제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입니다. 더구나 방송에서조차 sns로 문자로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되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것에 익숙해진 게 현실입니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청취자라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하시는 청취자들에 한해 실명이나 닉네임으로 방송에서 부르다보니 가요에세이 공간에서 만큼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누가 방송 안 듣는다고 뭐라는 사람 없는데 좀 있으면 방송할 시간인데 오늘은 이래서 방송을 못 듣게 된다고 sns로 보내오는 문자, 속상한 청취자 사연을 함께하며 전한 위로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됐다고 답해오는 문자. 라디오 진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가 내 뱉는 말 한마디, 숨소리조차도 청취자에게는 큰 영향이 간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 또한 청취자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S.CAS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