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음악인이 들려주는 생활 속 음악이야기 6월에 만나는 뉴욕 필하모니 무료 콘서트

전문 음악인이 들려주는 생활 속 음악이야기 6월에 만나는 뉴욕 필하모니 무료 콘서트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의 반이 되는 6월이 되었다.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도 하는 6월은 아이들의 방학 스케줄을 고민하던 지난달보다는 조금 여유 있는 달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사는 북부 뉴저지는 차로 30분이면 미술관에서 명 작품들을 감상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브로드웨이 공연도 볼 수 있으며,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연주가 같은 날 다른 음악 홀에서 공연되어 선택의 기로에 선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애태우기도 하는 맨해튼에 갈 수 있다. 지척의 거리에 있는 이 도시의 방문은 주말에도 주차문제나 시간상의 이유로 쉽지 않다. 맨해튼에 자주 나가는 필자도 아이들과 Pokemon Go 게임을 즐기기 위해 Central Park 가기로 약속한 게 벌써일 년 전의 일이 되었으니 말이다.


2017년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새해 목표를 정했을때 마침 ‘Chinese New Year 2017’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 소프라노 조수미의 출연 소식을 듣게 되었다. 평일 저녁 시간에 음악회를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족과 함께 링컨센터 David Geffen 홀을 찾았다. 연주 타이틀에 걸맞게 관객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었으며 중국 노래, 중국 작곡가의 작품이 뉴욕 필하모닉에 의해 공연되었다. 조수미의 목소리가 링컨 센터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세련된 무대 매너에 관객들이 환호할때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국 가곡이 아닌 중국 가곡을 듣는다는 게 한편으로 씁쓸했었다. 공연 후 Gala Dinner에 참석한 뉴욕 필하모닉의 중국인 후원자들을 보면서 이 공연은 그들을 위한 감사 공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Gala Dinner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아들에게 ‘네가 성공하면 너를 초청할 거야’라는 책임 전가의 답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링컨센터 David Geffen 홀에서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와 조수미의 목소리를 실황으로 들은 것이 처음이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체험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참여를 독려했던 나는 정작 남편과 좋은 시간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독자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 감상을 계획하셨던 분들이 계신다면 뉴욕 5개 보로 공원에서 공연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무료 콘서트 정보를 나누고 싶다. 6월 13, 14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하고 연주 후 불꽃놀이도 볼 수 있다. 마지막 무료 공연은 18일 오후 3시 Staten Island에 소재한 Botanical Garden에 있는 음악 홀에서 열린다.


돗자리와 도시락을 준비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공연장의 감동과는 다른 감동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넓은 장소에서 친구를 만나는 재미있는 방법도 들었는데 풍선의 색깔, 모양, 갯수등을 표식으로 삼아 친구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딸아이의 21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숫자 21풍선을 준비해 가야겠다.


뉴욕 필하모닉 야외 연주 정보

6월 13일 8 PM, Van Cortlandt Park, Bronx 6월 15일 8 PM, Cunningham Park, Queens

지휘: Alan Gilbert

Symphony no. 9 by Dvorak, Symphonic Dances from West Side Story by Bernstein An American in Paris by Gershwin

6월 14일 8 PM, Central Park, Manhattan 6월 16일 Long Meadow Ball fields, Prospect Park, Brooklyn

지휘: Alan Gilbert, Violin: Maxin Vengerov

Carnival Overture by Dvorak,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by Saint-Saens, Tzigane by Ravel, Meditation from

Thais by Massenet, Symphony no. 9 by Dvorak

6월 18일 3 PM, Music Hall, Snug Harbor Cultural Center & Botanical Garden, Staten Island

지휘: Alan Gilbert 프로그램 미정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의 자랑이며 빡빡한 도시의 삶에 충전수 역할을 해주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빅 5 오케스트라이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관현악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유렐리 코렐리 힐(Ureli Corelli Hill)이 1842년, 뉴욕시를 중심으로 필하모닉 협회를 결성하였는데 이것을 뉴욕필의 시초로 보고 있다. 창단 초기 열악한 재정으로 적은 보수와 빡빡한 연주 일정으로 단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해체 위기의 상황까지 갔었으나, 시어도어 토머스(Theodore Thomas)가 지휘자로 부임하면서 기업 후원이나 외부 재정 지원을 받아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시작했다.


안톤 자이들(Anton Seidl)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을 세계초연하고 바그너 작품을 미국에서 초연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말러(Gustav Mahler),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평양공연 지휘자 로린 마젤(Lorin Maazel), 이번 시즌을 끝으로 뉴욕필을 떠나는 알란 길버트(Alan Gilbert)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지휘자들이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으며 많은 한인 연주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이다.


글 정선분_바이올리니스트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