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미지로 주고 받은 작가들의 대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사진 전시회 Taking Pictures

150년이 넘는 사진의 역사 속에서 지난 10년은 아마도 사진이라는 매체의 향유 방식을 변화시킨 가장 극적인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아이폰의 등장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휴대 전화 카메라는 사진의 제작과 사용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전의 카메라가 주로 과거를 보존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휴대 전화로 찍은 이미지를 통해 전례없이 시각적경험을 친밀하게 공유한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Taking Pictures- Camera Phone Conversation Between Artists> 전시회를 12월 17일까지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다른 아티스트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서로 전화기로 찍은 이미지만을 사용하여 시각적 대화에 참여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는 아이디어로 기획되었다. 전통 미술품의 보고로 알려진 메트 뮤지엄이 수년 전부터 보다 현대적인 개념의 기획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이런 시도 중에서도 단연 실험성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회를 에스카사편집부가 다녀왔다.



메트 뮤지엄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12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했다. 그들에게 한 명씩 다른 아티스트와 짝을 맺게 하고 디지털을 이용한 시각적 대화, 즉 휴대폰 사진으로 소통을하게 했다. 정해진 규칙은 간단했다. 선정된 아티스트들은 2016년 11월 부터 2017년 4월까지 5개월 동안 각자의 파트너와 계속 소통을 했고, 댓글과 내용이 없는 순수한 사진 이미지들만을 교환했다. 그리고 전시회에서 그 사진들이 공개될 때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하지 못하게 했다. 메트는 이 중 6개의 대화를 선별해서 이번 전시에 소개하고있다.


이런 실험의 효과는 말 그대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만약 매년 애플이 개최하고 있는 아이폰 사진 컨테스트처럼 휴대폰으로 찍었지만, 기존의 사진작가들 작품 못지않게 예술적이고 스펙타클한 풍경이나 인물 사진 전시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전혀 다른 사진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마치 아무 의미 없는 말을 생각나는 데로 내뱉듯이, 사진을 주고받는 당사자만이 그 주고받는 시점에서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즉흥적이고 맥락 없는 이미지들의 연속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장난처럼 의미 없는 장면들을 보내거나, 보는 사람은 물론 그 사진을 받은 당사자도 동의하기 어려운 이미지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인 만자리 샤마(Manjari Sharma)는 카메라 플래시로 얼굴을 지운 한 여성의 초상을 올렸는데, 수신자가 전달한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사진이다. 그녀의 파트너였던 사진작가 이리나 로조프스키 (Irina Rozovsky)는 “때로는 서로 동의하고, 때로는 서로를 반향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냥 무시했다”고 다섯달간의 디지털 대화를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여성은 우연히도 이 기간에 임신한 상태여서 많은 사진이 임신과 관계된 주제들이었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신생아의 이미지로 정리된다.



또한, 작가들이 디지털 대화를 나누던 시기는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였다. 저널리스트인 로라 포이트라스(Laura Poitras)와 작가 테주 콜(Teju Cole)의 사진들엔 이런 정치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재밌는 것은 한 작가는 지속해서 이미지를 보내는데 이에 대해 상대 작가는 아주 가끔씩 응답을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일상 속에서 소통의 대상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윌리엄 웨그먼(William Wegman) 과 토니 우슬러(Tony Oursler) 사이의 농담 같은 사진 교환 역시 흥미롭고, 신시아 다그나웃(Cynthia Daignault)과 다니엘 헤이드캠프(Daniel Heidkamp)는 특별히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회화를 교환했다.


영상과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이미지의 힘이다. 말과 글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혹은 말과 글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이미지 메이커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리고 순수한 이미지는 수용자들의 해석 공간을 확보해준다. 이미지들을 통해 전해지는 의미는 수용자들의 몫이다. 이미지에 텍스트가 포함되는 순간, 의미는 한정되고 전하는 사람의 의지가 더 일방적으로 된다.


오랜 기간, 이미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공급자가 주도하는 소통이었다. 영상과 스틸 이미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내용을 채우는 일은 자본과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일반인들의 사진은 사적인 영역 속에서 과거를 기록하는 역할에 만족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배설’하는 시대다. 익명의 다수를 향해 혹은 지극히 친밀한 친구에게,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진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거기에 대한 응답을 기다린다. 이런 새로운 소통 방식에서의 가장 큰 목적이 ‘의미의 전달’인가를 새삼스럽게 질문하게 되는 전시회였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