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제1회 지방고시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창조산업 국장, 미래산업 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까지 대구시의 경제 산업 분야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적 기반이 약한 대구에 대구테크노폴리스, ITS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 신서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소재·장비기업 육성 등의 많은 국책사업을 유치해 대구의 미래산업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 그는 최근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를 발간하며, 시민과 한 발짝 더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사례 중심의 도시 이야기가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사는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홍석준 경제국장이 말하는 흥하는 도시의 요건은 무엇일까? 흥하는 도시, 대구가 되기 위하여 우리가 임해야 할 자세를 알아보자.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뤼베크, 영국 맨체스터 등 세계 21개 도시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여러 도시의 히든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최근 발간하신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이야기입니다. 이론보다는 각 도시의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역사를 배경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적인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바라보았습니다. 나아가 도시가 직면한 문제로부터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역사적 배경,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는 정치, 문화, 예술, 경제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지역적 조직 단위입니다. 그중 정치나 문화·예술 파트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화된 지표를 찾기 힘든 데 비해, 경제적인 관점은 상대적으로 소득, 생산과 같은 객관적인 지수나 지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배경으로 도시를 바라본 것은 오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만들진 결과물이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의 흥망성쇠를 조금 더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대구는 흥하는 도시와 망하는 도시 중 어느 쪽인가요?
대구 인구는 작년 기준 246만 명에서 올해 3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대구의 많은 청년이 떠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면 향후 복지비용 증가,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까지 예상됩니다. 그 때문에 대구의 미래를 비관론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고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과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해 대구가 이끌어가는 리딩 기업이 있는가’, ‘내륙도시로써 물류 같은 측면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수도권의 팽창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이런 여러 가지 챌린징한 요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반면에 대구가 가진 장점도 많습니다. 대구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훌륭한 기업이 많고, 무엇보다 수많은 문화적 콘텐츠와 역사가 지역 곳곳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장점을 잘 살린 대표적인 예로 대구 근대 골목 투어가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먼저 도심 보존 운동을 펼쳐나갔고, 쇠퇴한 상권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죠. 여기에 대구 중구청도 함께 힘을 보태 작년 기준으로 근대 골목 방문객이 약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한 관광투어를 넘어서 숨어있던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지역 성장과 문화확산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매년 달성군의 사문진 나루터에서 개최하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있습니다. 이 행사는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좋은 선례입니다. 이처럼 대구의 숨어있는 콘텐츠들을 잘 활용하면 분명 더욱더 흥하는 도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 저자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세계 여러 도시의 흥망을 이끈 주요 원인을 꼽자면?
고대에는 전쟁을 비롯한 정치적·물리적 파워, 중세 시대에는 교역, 18세기 이후 산업 혁명 시대에는 경제적·산업적인 면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았습니다. 현대로 올수록 지도자와 시민 그리고 혁신 의지 등이 결합한 창조적 정책과 아이디어로 도시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 이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도시 중, 한 도시를 소개해 주세요.
현재 베네치아는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때는 지중해 오백 년을 패자로써 주름잡는 도시였습니다.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 중 베네치아만이 유일하게 로마제국 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로, 5~6세기경 롬바드디아족, 훈족과 같은 이민족을 피해서 방어가 좋은 석호 지역으로 도망친 시민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유리산업과 무역업이 발달하면서 이탈리아의 내륙 수운의 중심지가 되었고,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아드리아해의 제해권을 획득하고 여러 도시와 무역을 하면서 본격인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베네치아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는 르네상스 문화 탄생의 핵심이 되었고, 오늘날 서구 산업 문명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표피적으로 아름답게만 보이는 도시도 그 속살을 벗겨보면 시민들의 피와 땀, 눈물이 얽혀있습니다. 베네치아를 단적인 예로 들었지만, 모든 도시의 이면에는 우리가 몰랐던 히든 스토리가 있습니다.
책 속의 도시들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도시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도시의 발전과 쇠퇴의 원인으로 작용한 곳을 찾고자 했습니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이에 적합한 도시가 적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와 독일과 같이 도시 국가들이 많았던 유럽의 도시들과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도시들을 많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 도시들의 사례가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대구 역시 흥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어떤 도시도 영원히 발전할 수 없습니다. 시민과 지도자는 대외 환경 변화에 늘 깨어 있어야 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의 미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지역은 깊은 역사가 많은 만큼, 숨겨진 콘텐츠를 잘 발굴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앞으로 각각의 기업,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대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시 정부, 언론 등 리딩하는 집단이 더 큰 역할을 해야겠죠. 저 또한 책의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흥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도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어 각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의 주요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며 촉발된 이 사태는 글로벌 분업화된 상황에 안 좋은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전체의 상황으로 봤을 때는 상당한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지만, 우리 지역에 국한해서 본다면 유리한 측면이 많아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이때까지 일본의 부품 소재에만 의존해왔던 부분을 국산화하는 방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부에서도 부품 소재 기업에서도 부품, 소재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R&D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아닌 부품, 소재 관련된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입니다. 특히 대구의 부품, 소재 기업들은 일본과 협력 관계 기업보다 경쟁 관계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지역 입장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구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먼저 지역의 다이텍이라는 염색기술 연구소가 한국 내 4대 소재 평가 센터로 지정됐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지역 기업들에게 관련된 정부 R&D 과제를 더 많이 맡기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속 응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부품 소재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또는 새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협력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에스카사 외식산업 특별 호에 싣게 된 인터뷰인 만큼, 외식산업의 전망에 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외식업에 강합니다. 특히, 막창과 커피 분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식업이 프랜차이즈화되는 경향을 띱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는 치킨 분야를 꼽을 수 있고, 최근에는 떡볶이 분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많은 CEO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우리 지역에도 훌륭한 외식업체가 많고, 특히 젊은 CEO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남다른 열정을 보며 대구 외식업에 대한 미래를 굉장히 밝게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외식산업은 대구를 이끄는 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을까요?
외식산업은 식품, 관광을 비롯한 기타 여러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 관계가 있는 복합적인 산업입니다. 일반 시민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고용 창출 효과가 다른 제조업보다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 부분에서는 큰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산업의 중요한 카테고리로 분석해 지원정책 수단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청년들이 도전 의식을 갖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항상 고민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대구에도 열정적인 기업과 청년들이 많습니다. 특히 외식업 비즈니스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30대 초중반의 젊은 CEO의 열정에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구의 청년들이 대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가 모여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나아가 지역의 밝은 미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진행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1996년 제1회 지방고시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창조산업 국장, 미래산업 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까지 대구시의 경제 산업 분야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적 기반이 약한 대구에 대구테크노폴리스, ITS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 신서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소재·장비기업 육성 등의 많은 국책사업을 유치해 대구의 미래산업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 그는 최근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를 발간하며, 시민과 한 발짝 더 가깝게 소통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사례 중심의 도시 이야기가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사는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홍석준 경제국장이 말하는 흥하는 도시의 요건은 무엇일까? 흥하는 도시, 대구가 되기 위하여 우리가 임해야 할 자세를 알아보자.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뤼베크, 영국 맨체스터 등 세계 21개 도시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여러 도시의 히든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최근 발간하신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이야기입니다. 이론보다는 각 도시의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역사를 배경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적인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바라보았습니다. 나아가 도시가 직면한 문제로부터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역사적 배경,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는 정치, 문화, 예술, 경제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지역적 조직 단위입니다. 그중 정치나 문화·예술 파트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화된 지표를 찾기 힘든 데 비해, 경제적인 관점은 상대적으로 소득, 생산과 같은 객관적인 지수나 지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배경으로 도시를 바라본 것은 오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만들진 결과물이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에 도시의 흥망성쇠를 조금 더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대구는 흥하는 도시와 망하는 도시 중 어느 쪽인가요?
대구 인구는 작년 기준 246만 명에서 올해 3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대구의 많은 청년이 떠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면 향후 복지비용 증가, 노동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까지 예상됩니다. 그 때문에 대구의 미래를 비관론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고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과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해 대구가 이끌어가는 리딩 기업이 있는가’, ‘내륙도시로써 물류 같은 측면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수도권의 팽창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이런 여러 가지 챌린징한 요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반면에 대구가 가진 장점도 많습니다. 대구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지만 훌륭한 기업이 많고, 무엇보다 수많은 문화적 콘텐츠와 역사가 지역 곳곳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장점을 잘 살린 대표적인 예로 대구 근대 골목 투어가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먼저 도심 보존 운동을 펼쳐나갔고, 쇠퇴한 상권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죠. 여기에 대구 중구청도 함께 힘을 보태 작년 기준으로 근대 골목 방문객이 약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한 관광투어를 넘어서 숨어있던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지역 성장과 문화확산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매년 달성군의 사문진 나루터에서 개최하는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있습니다. 이 행사는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역사적 사실을 사회·문화적 콘텐츠로 풀어낸 좋은 선례입니다. 이처럼 대구의 숨어있는 콘텐츠들을 잘 활용하면 분명 더욱더 흥하는 도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흥하는 도시 망하는 도시> 저자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세계 여러 도시의 흥망을 이끈 주요 원인을 꼽자면?
고대에는 전쟁을 비롯한 정치적·물리적 파워, 중세 시대에는 교역, 18세기 이후 산업 혁명 시대에는 경제적·산업적인 면을 결정적인 요소로 보았습니다. 현대로 올수록 지도자와 시민 그리고 혁신 의지 등이 결합한 창조적 정책과 아이디어로 도시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 이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도시 중, 한 도시를 소개해 주세요.
현재 베네치아는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때는 지중해 오백 년을 패자로써 주름잡는 도시였습니다.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 중 베네치아만이 유일하게 로마제국 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도시로, 5~6세기경 롬바드디아족, 훈족과 같은 이민족을 피해서 방어가 좋은 석호 지역으로 도망친 시민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유리산업과 무역업이 발달하면서 이탈리아의 내륙 수운의 중심지가 되었고,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아드리아해의 제해권을 획득하고 여러 도시와 무역을 하면서 본격인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베네치아의 정치, 경제, 문화, 외교는 르네상스 문화 탄생의 핵심이 되었고, 오늘날 서구 산업 문명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표피적으로 아름답게만 보이는 도시도 그 속살을 벗겨보면 시민들의 피와 땀, 눈물이 얽혀있습니다. 베네치아를 단적인 예로 들었지만, 모든 도시의 이면에는 우리가 몰랐던 히든 스토리가 있습니다.
책 속의 도시들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도시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도시의 발전과 쇠퇴의 원인으로 작용한 곳을 찾고자 했습니다.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이에 적합한 도시가 적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와 독일과 같이 도시 국가들이 많았던 유럽의 도시들과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도시들을 많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 도시들의 사례가 우리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대구 역시 흥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어떤 도시도 영원히 발전할 수 없습니다. 시민과 지도자는 대외 환경 변화에 늘 깨어 있어야 하며,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의 미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지역은 깊은 역사가 많은 만큼, 숨겨진 콘텐츠를 잘 발굴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앞으로 각각의 기업,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대구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시 정부, 언론 등 리딩하는 집단이 더 큰 역할을 해야겠죠. 저 또한 책의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흥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도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어 각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관계 악화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의 주요 소재 세 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며 촉발된 이 사태는 글로벌 분업화된 상황에 안 좋은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전체의 상황으로 봤을 때는 상당한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지만, 우리 지역에 국한해서 본다면 유리한 측면이 많아 기회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이때까지 일본의 부품 소재에만 의존해왔던 부분을 국산화하는 방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정부에서도 부품 소재 기업에서도 부품, 소재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R&D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구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가 아닌 부품, 소재 관련된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입니다. 특히 대구의 부품, 소재 기업들은 일본과 협력 관계 기업보다 경쟁 관계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지역 입장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구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먼저 지역의 다이텍이라는 염색기술 연구소가 한국 내 4대 소재 평가 센터로 지정됐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지역 기업들에게 관련된 정부 R&D 과제를 더 많이 맡기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속 응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의 부품 소재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또는 새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의 협력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에스카사 외식산업 특별 호에 싣게 된 인터뷰인 만큼, 외식산업의 전망에 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외식업에 강합니다. 특히, 막창과 커피 분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식업이 프랜차이즈화되는 경향을 띱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는 치킨 분야를 꼽을 수 있고, 최근에는 떡볶이 분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 열린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많은 CEO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우리 지역에도 훌륭한 외식업체가 많고, 특히 젊은 CEO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남다른 열정을 보며 대구 외식업에 대한 미래를 굉장히 밝게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외식산업은 대구를 이끄는 사업 중 하나로 볼 수 있을까요?
외식산업은 식품, 관광을 비롯한 기타 여러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연관 관계가 있는 복합적인 산업입니다. 일반 시민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고용 창출 효과가 다른 제조업보다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 부분에서는 큰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산업의 중요한 카테고리로 분석해 지원정책 수단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청년들이 도전 의식을 갖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항상 고민하며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대구에도 열정적인 기업과 청년들이 많습니다. 특히 외식업 비즈니스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30대 초중반의 젊은 CEO의 열정에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구의 청년들이 대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가 모여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나아가 지역의 밝은 미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진행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