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피를 넘어, 그리고 다시 커피. 정상으로 향하는 작은 거인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대표 김현준

커피를 넘어, 그리고 다시 커피

정상으로 향하는 작은 거인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대표 김현준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대표 김현준 / 사진 출처= 본사취재)


여기 커피 맛을 조금 아는 사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보다 많이 아는 남자가 있다. 선천성 골형성부전증 가진 그는 높이 1m의 특수 제작 의자에 앉아 커피를 내린다. 남들보다 조금 낮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는 겸손한 이름을 내걸고 커피를 만들지만, 누구보다 높은 실력과 비전으로 업계에 큰 파도를 일으키는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이하 커조남)’의 김현준 대표다. 

2008년 봉덕동의 작은 가게로 시작한 커조남은 현재 대구를 대표하는 드립커피 전문점이 되었고, 지난 4월, 2호점 오픈에 이어 3호점까지 준비 중이다. 커피의 도시 대구에서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단지 11년간 뚝심 있게 커피 길만을 걸었다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하기에 대구의 커피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 

김현준 대표는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를 두고 자신만을 지칭하는 1인칭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옆에는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커조남을 함께 만들어간 직원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이호준 씨가 대표로 있는 직영 2호점,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the PEAK’로 향했다.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2호점 'the PEAK' 내부 / 사진 출처=본사취재)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본점의 메뉴와 더 피크 점의 메뉴가 조금 다르네요. 

네. 본점에서는 드립 전문점인 만큼 다양한 추출법을 사용한 하우스 블렌드와 독창적인 시그니처 음료,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어요.  2호점인 the PEAK의 메뉴는 시그니처 커피 외에도 샹그리아 에이드나 레몬 에이드 같은 상큼한 음료까지 맛볼 수 있어요. 그리고 거기 어울리는 유니크한 비주얼의 케이크로 구성했죠.


이곳의 커피 맛은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커조남만의 커피에 대해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커조남에서는 나라별 원산지 싱글 커피 7~10개 품종을 사용하고 꼭 스페셜티 커피만을 써요. 그래서 언제나 질 좋고 다양한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죠. 또 다른 카페와 다르게 특별한 메뉴가 많아요. 로마노는 에스프레소와 우리 가게만의 수제 크림을 기반으로 한 커피로, 잔 주위에 발린 레몬즙이 오묘한 맛을 내서 마법 커피라 불리기도 하죠.

(커조남의 시그니처 커피 '허니 꼼빠니아'와 '카페 로마노' / 사진 출처=본사취재)


저는 잘 모르지만, 커피 맛의 디테일이 매우 훌륭하다고 느꼈어요. 비결이 뭘까요?

저희 직원들은 단골손님 한 분 한 분 취향을 파악해서 커피의 농도나 드시는 스타일을 기억하고 커피에 반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커피는 원두도 중요하지만, 98%가 물이죠. 그래서 정수기 필터까지 공부하면서 물맛에 대해서 연구했어요. 또 하나는 청결이에요. 대부분 커피 맛에 가려져서 잘 모르지만, 식기세척기만으로 컵을 세척하면 무조건 물비린내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꼭 두세 번씩 컵을 세척해요. 손이 많이 가야 맛있는 음식이 나오듯 커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커조남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는 어떤 게 있나요?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레몬 맛이 오묘한 ‘카페 로마노’, 고소한 아몬드 가루와 수제크림이 조화로운 ‘아몬드아마레또’ 그리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 ‘허니 꼼빠니아’가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손님들이 카라멜 마끼야또, 아메리카노같이 익숙한 음료만을 찾으셔서 특별한 메뉴만으로 밀고 나가기 상당히 어려웠는데 2년 정도 지나니까 긍정적인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웃음)

(다양한 커피 관련 사업을 진행중인 커조남 / 사진 출처=본사취재)

그렇다면 개인적으로는 커조남의 어떤 메뉴를 가장 추천하시나요? 

저는 드립 중에서는 케냐를 가장 좋아합니다. 산미와 바디감이 발란스가 좋거든요. 요즘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로마노를 많이 마시죠. 스타벅스의 돌체라떼를 좋아하신다면 커조남의 스페니쉬 라떼를 꼭 추천하고 싶네요. 크림대신 연유가 들어가서 맛은 비슷한데 조금 더 깊은 디테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커조남에서 직접 커피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네요. 

10년 경력의 베테랑 바리스타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어요. 본점에서는 홈바리스타 클래스, 심화과정, 창업 컨설팅 과정을 진행 중이고, 외부에서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서도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 중이죠. 후원교육도 하고 있어요. 영화청각장애인, 꿈앤꿈청소년창의센터 커피교육을 해요. “커피를 배워서 행복할 수 있다”라는 목표로 진행 중이죠. 또 저희는 로스팅 공장도 따로 갖고 있기 때문에 납품도 함께 하고 있어요. 커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한다고 보면 돼요. 

(에스프레소 추출 중인 김현준 대표 / 사진 출처= 본사취재)


단순한 카페 이상이네요. 사실 선천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대구의 유명 핸드드립 전문점으로 성장시키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참 우여곡절이 많았죠. 저는 뼈가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가지고 태어나 거의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요. 몸이 조금 불편한 제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까 안 좋게 보시는 손님들도 많았고, 아르바이트생이라고만 생각하는 편견도 깨야 했죠.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항상 똑같은 문제로 포기할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인도네시아 산지부터 일본, 미국 같은 주요 커피 시장을 찾아다니면서 11년간 계속 트렌드를 익혔어요. 열심히 이끌었고 잘 따라와 준 직원들이 점점 늘어났죠. 그리고 그중 초창기 멤버였던 여직원은 지금 제 반려자가 됐고요. (웃음) 그래서 저는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를 저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식구 모두를 가리키는 복수형이라고 생각해요.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는 단순한 개인 카페를 넘어서 바리스타, 교육, 기획총괄 등 각 분야에 팀장이라는 직책을 부여해 체계적으로 경영되고 있다. 특히 4월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은 약 8년간 함께 일한 바리스타 이호준 씨가 대표를 맡게 되었으며, 본점 부대표 역시 8년간 함께한 이창재 씨가  맡고 있다. 김현준 대표는 직영 5호점까지 여는 것과 더 나아가 커피 복지가 최종적인 꿈이라 전했다. 

(다양한 커피 관련 사업을 진행중인 커조남 / 사진 출처=본사취재)


처음부터 커피를 하신 건 아니었군요. 

네. 원래는 정보통신 계열에서 일하던 회사원이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던 도중에 심리상담 쪽에도 관심이 생겨서 사회복지를 또 전공했는데, 그 분야의 폐단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결국 갈 길을 잃고 제가 좋아하는 걸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커피였죠. 저는 항상 커피를 마셨거든요. 그렇게 퇴직금을 모아 커피를 시작하게 됐어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머니 말로는 저는 어릴 때부터 과자도 뜯어서 그릇에 담아 줘야 먹을 만큼 예쁜 걸 좋아했데요. 그런 제 성향도 커피랑 좀 맞지 않았나 싶어요. 


확실히 커조남은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네요. 그 비결이 ‘사람들'에게 있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죠. 오래된 바리스타들은 저희 커조남의 자랑 중 하나에요. 제일 오래 일한 직원은 이제 10년 차죠. 긴 세월을 함께 한 만큼 이제는 식구들에게 다 나눠주고 싶어요. 그래서 오픈 초창기 때는 주지 못했던 인텐시브도 챙겨주고 있고,  연차, 월차, 병가 등 복지 혜택도 개선하고 있어요.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본점 부대표 이창재 씨와 2호점 대표 이호준 씨, 그리고 김현준 대표 / 사진 출처= 본사취재)


지난 4월에 문을 연 2호점,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the PEAK’ 대표가 8년간 일한 직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 본점에서 8년간 함께한 이호준 바리스타가 2호점의 대표를 맡게 됐어요.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우리 직원들에게 카페 이름이 돌아갔으면 해서 사업자를 낼 수 있도록 해줬죠. 저도 고작 1억 원으로 시작했던 카페가 직원들 덕분에 성장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 직원들이 커조남의 이름을 더 빛낼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2호점 the PEAK의 뜻인 ‘정상'처럼 이 업계에서 우뚝 솟길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커피 장사를 넘어서 커피 경영 시대를 열고 싶어요. 


어떻게 직원들과 함께 나눌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현실적인 비전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장만 독식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정답인가?’ 하며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어요. 저를 믿고 10년이나 곁을 지켜준 바리스타 식구들을 무시할 수 없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바리스타 월급을 받고, 빚을 내지 않으면 15평의 커피 창업도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래서 모두 책임은 질 수는 없지만, 직영점 5개를 목표로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본점 내부 / 사진 출처= 본사취재)


남다른 경영 철학에 대해서도 듣고싶어 지네요.

특별한 경영철학을 생각해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어요. 아직 프랜차이즈 사업은 할 생각은 없지만, 아주 좋은 투자자를 만난다면 우리가 가진 브랜드와 가치관, 조직 결속력을 토대로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의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싶어요. 저희는 커피 하나만큼은 자신 있으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은퇴 계획을 6년 안으로 잡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조금 더 맛있는 커피, 조금 더 정성스러운 커피, 대중들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또 우리 식구들이 “커피는 참 재미있다.”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최종적인 목표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통하여 커피 복지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3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커조남이 그때까지 있을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대구 사람이라면 기억 한켠에 "이 집 커피 맛있었지?" , "커피 하면 커조남이지" 하는 각인을 시켜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리고 “장애인이 커피를 한다”가 아닌, “커피를 하는 사람 중에 장애인이 있었다”라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5살 아들과 얼마 전 태어난 딸이 있어요. 비록 작은 몸으로 커피를 하며 숨을 쉬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먼 훗날 가족들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그때 아이들에게 꼭 “아빠는 커피 맛을 많이 알았던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커피맛을 조금아는남자 대표 김현준  

2014,2016~2017년 대구 로스터리연합회 부회장 역임

2018년 골든커피어워드 <the Beast Coffee> 동상 수상

2018년 Rotc(Roasting Technician Championship 우승 경상도 1위 

2018년 월드아로마스터챔피언쉽 8위 수상


ADDRESS 

본점                                             l  대구 수성구 범어천로 153  

the PEAK 직영2호점(로스팅공장)  l  대구 수성구 범어천로69

인스타그램 l   @goodtaste_coffee

페이스북    l   @coffeetastegood


글·사진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editor.story2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