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숨은 예술 찾기" 세라믹 아티스트 권수영 작가

 "일상 속 숨은 예술 찾기" 세라믹 아티스트 권수영 작가

“예술가는 사람들이 가질 필요가 없는 것들을 만드는 사람이다” 라던 앤디 워홀의 말은 현재에도 유효한가? 시대에 따라 예술의 정의는 바뀌어 왔고 이제 21세기, 우리는 예술의 함의가 가장 넓은 시대에 살고 있다. 예술은 더 이상 일상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먹고 입고 주거하는 생활 전반에 예술이 스며 있다. 세라믹 아티스트 권수영 작가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그릇을 이용하여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이 아닌 일상 속 예술을 더 친밀하게 알아보자.



(출처:본사취재)

어떤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회화와 디자인 두 가지를 전공했지만, 무대디자인의 매력에 빠져 유학준비를 했어요. 그러다 문득 무대 위가 아니라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세라믹을 이용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방천아트와 공방 운영, 아이들까지 가르치신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면서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수저만 할 수 있는 예술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니까요. 대중과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 일상 속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공방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또 제가 운영진으로 있는 방천아트도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에서 고민하던 당시 저에게 큰 영향을 줬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제가 몸소 느낀 미술에 대한 진정한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선배로서 마음이 가장 컸어요.

(출처:본사취재)

권수영 작가님이 생각하는 예술은?

저는 예술이라고 해서 너무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고, 상품을 더 보기 좋게 꾸미는 VMD는 상업적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일상에 스며들어있죠. 지금 이 공방에 있는 도자기 그릇부터 예술이자 상업이죠. 생활 속에 항상 예술이 숨어있어요. 제품을 고르고 구매하는 행위 또한 예술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순수 미술과 상업 미술을 나누는 것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범위는 그 한계가 없어요. 


일상 속 예술이라는 점에서 방천아트의 취지와 접점이 있네요.  

동의해요. 제 생각과 맞는 부분이 많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방천아트와 닮은 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운영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어요. 방천아트 마켓은 경쟁 구도의 마켓이 아닌, 예술가들이 서로를 존중해주고 대중과 함께 즐기는 곳이에요. 그 아트마켓에서 사람들이 더 쉽게 예술을 접하고 작품을 살 수도 있기에 제 예술관과 방천아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출처:본사취재)

작업과정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제 작품의 기법은 드로잉 보다는 콜라주 기법이 주를 이뤄요. 일단 콜라주 작업에 필요한 이미지를 모두 모아 흑백으로 복사하고, 그중 한 이미지를 선택해요.이미지 선택은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 이미지를 도자기에 붙이고, 그 위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식이죠. 무의식적 감정과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을 선택해, 그 사진의 본질만을 다시 해석하는 식으로 작품 과정이 흘러가요. 그래서 제 작품은 제목이 없는 경우가 많죠. 


제가 느끼기에는 작품 과정 자체에서부터 고뇌보다는 즐거움이 느껴지는데, 작업을 즐겁게 하시는 편이신가요?

네 저는 자유롭게 작업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런 부분 때문에 남들은 제가 너무 편안하고 두루뭉술하다고 하지만 저는 이런 자유분방함이 좋아요. 특히, 저는 일상에서 겪고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개인적 경험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따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이미지 선택과정에서 평소 일상에서 느껴온 저의 무의식이 투사되어 선택되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고 저다운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어떨 때 작가로서 만족감을 얻으세요?

주로 관객들의 피드백에서 만족감을 얻어요. 저는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는 감상은 원치 않아요. 제 의도보다는 관객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 작품을 재해석하기를 원하는 편이에요. 그럴 때 소통의 기쁨을 느끼죠. 예를 들어 돼지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작품을 보고, 친구가 제가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받았냐며 놀리더라고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웃음), 각자 해석을 달리하는데 그게 참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는 작품에 대해 감상할 때 꼭 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 그림 너무 좋아!’ 처럼 편안하고 자유롭게 저의 작품을 즐기실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껴요.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예술세계를 펼치고 계시는데,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를 공예 작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 작품을 공간에 배치했을 때는 장소와 작품이 만나 새로운 작품처럼 보이기도 해요.하지만 현재 저의 목표는 세라믹 아티스트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자기에 저만의 색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제 작품을 통해 그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드리고 싶어요. 

(출처:본사취재)

앞으로의 또 다른 각오가 있으신가요?

저는 작품활동과 공방운영도 하지만, 학생들의 미술교육도 하고 있어요. 요새는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서 우리 학생들 또한 혜택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정말 필요한 미술 교육에서는 지난 몇 년간 정부 예산 동결 및 감축이 진행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저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미술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통해서 말이죠. 미술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또 미술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이 자라 미래의 예술가가 되었을 때 걸을 길을 제가 먼저 닦아놔야겠죠. 전 위대한 예술가보다는 친숙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모두가 우러러보는 예술이 아닌,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손 내미는 예술을 하고 싶어요.


글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