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지상 최고의 샹글리라 부탄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지상 최고의 샹글리라 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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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동쪽 기슭에 위치한 부탄은 최근에서야 외부에 알려진 나라로 ‘국민 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를 세계에 소개한 나라이다. 이 때문에 ‘은둔의 왕국’이나 ‘지상 최후의 샹그릴라’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이 허락되지 않고 부탄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만 가능한 데다, 하루에 최소 200-250달러씩 체류비를 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좀처럼 가보겠다.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국왕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존경이 대단한 나라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졌다. 

결국, 올해 2월 네팔에 가는 기회를 틈타 부탄을 방문하기로 했다. 드디어 부탄으로 가는 날.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한 시간쯤 지나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인파로 공항에 도착했다. 파로 공항은 5500m의 높은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계곡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에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 조종사는 전 세계에 10명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험한 공항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리가 탄 비행기는 부드럽게 착륙했다.


파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공항건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방문한 공항 중 가장 아름다운 공항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예뻤는데, 부탄 전통 양식의 건물에 전통 문양과 색으로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공항 건물에서도 부탄이 얼마만큼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돌려보니 부탄 5대 국왕 부부의 커다란 걸개 사진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걸개 사진 속의 국왕 부부의 미소가 무척이나 따뜻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국왕 부부의 사진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국왕이 너무 젊었다. 거기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게 잘생긴 얼굴을 가진 게 아닌가? 실제로 잘 생긴 외모 때문에 태국 여성들에게 부탄 국왕의 인기가 연예인 못지않게 높았다고 한다. 물론 국왕이 결혼한 후에는 그 인기가 조금은 수그러들었지만 말이다. 이전 4대 국왕은 국가의 발전지표를 경제적 개념의 ‘GDP’가 아니라 ‘GNH (국민총행복)’을 척도로 삼아야 한다면서 ‘국민 총행복’의 개념을 전 세계에 소개를 한 장본인이다.

 또한, 그는 2006년에는 나라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절대군주제였던 부탄왕국의 정치제도를 입헌군주제로 변경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이 망연자실하며 입헌군주제 도입을 반대했는데, 국왕이 전국을 돌며 국민을 일일이 만나 투표를 하도록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부탄의 국왕은 ‘국민의 왕’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마침 내가 부탄을 방문한 날은 5대 국왕의 37번째 생일 다음 날이었다. 부탄은 국왕의 생일부터 3일간은 공식휴일인데, 생일 당일에는 행사가 있지만, 그 후 이틀간은 특별한 행사는 없이 공휴일이라고 한다. 도착한 날도 행사가 있는 줄 알고 부탄 국왕을 직접 만나볼 기회를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 행사도 없다는 얘기에 살짝 실망했다. 도착한 날 저녁, 부탄에서는 어떤 방송을 하는지 궁금해 호텔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뒤적거렸다. 상당히 많은 채널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인도 방송이었다. 

한참 채널을 돌린 후에 부탄의 유일한 텔레비전 방송인 BBS (Bhutan Broadcasting System)의 채널을 찾았다. 이 BBS에서 전국 각지에서 보낸 부탄 국왕 생일 축하 메시지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었다. 당연한얘기겠지만 다들 하나같이 사랑하는 국왕이 만수무강하길 바란다는 얘기였다. BBS가 국영방송이라 왕가를 칭송하는 방송만을 내가 보낸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역시 그렇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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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도 여전히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서신을 낭독하고 있었다. 조금 후에는 지난 10년간 국왕이 이룬 치적을 칭송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는데, 나는 이 방송을 다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부탄 친구가 ‘부탄에서 국왕만큼 우리 국민을 위하는 사람은 없다’며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과장이겠거니 생각하며 “진짜로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느냐?”고 물었는데, 정말로 말 그대로 ‘구석구석’을 다 방문한다고 했다. 가가호호를 방문하고 얘기를 나누며 그들과 함께 먹고 잔다는 것이다. 

공항에서부터 거의 모든 건물이나 집마다 걸려있는 국왕의 사진을 보며, 우리나라가 과거에 관공서마다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고 대통령 각하라 부르며 충성을 다짐했던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국왕이라면 사랑과 존경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국왕의 사진을 거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국민이 스스로 존경의 마음에서 사진을 걸어 놓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돌아보고 행복을 높이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국왕이 있기에 실제 순위와는 상관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간 부탄을 돌아다니며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나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고자 애쓰는 부탄인들의 모습이다. 하루에 200~250달러의 체류비가 부탄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겠지만, 이 또한 겨우 인구 75만의 국가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는 방편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교복부터 모든 일상 업무를 위한 정복으로 전통 복인 ‘고 (남성옷)’와 ‘키라 (여성 옷)’을 입게 하는 것도 그렇다. 이 때문에 부탄에서는 업무를 하는 일 과중에는 캐쥬얼 복장을 하는 이를 만나기가 어렵다. 

또한, 부탄의 공공건물 역시 부탄의 전통 건축 방식을 따르도록 하였으며 외부 장식은 모두 전통 문양들이다. 이런 점들이 부탄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부탄도 더 히말라야 은둔의 왕국이 아니다. TV와 인터넷이 보급되고 여러 나라의 문화들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아메리칸 드림이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되지 않은 기간에도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들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만났다.

 부탄이 아름답고 멋진 이유는 거대한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그들의 전통문화와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20년후에도 여전히 부탄이 세계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가치를 지키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행복과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가는 나라이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까?


글 김설미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