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관광과 미디어의 상징 30 록펠러 플라자

뉴욕 관광과 미디어의 상징 30 록펠러 플라자

30 록펠러 플라자는 미드타운 중심 5애비뉴와 6애비뉴 사이에 구성된 19개의 대규모 록펠러 콤플렉스에서 가장 높고 유명한 건물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크라이슬러 빌딩과 함께 대표적인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로 꼽히는 이 빌딩은 아름다운 내·외관과 건물 꼭대기의 전망대로 늘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며 특히 연말엔 대형 크리스마스 장식과 야외 스케이트장 개설로 ‘뉴욕의 겨울 성지’처럼 인식되고 있다. 건물의 외적인 매력과 특징 외에도 30 록펠러 플라자는 탄생부터 미국 미디어의 중심이었고 현재도 NBC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인기 시트콤 제목인 ‘30 록’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뉴욕 미디어를 상징하는 빌딩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높이에서는 뉴욕에서 14번째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는 단연 1위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건축 역사
록펠러 센터는 스탠다드 오일의 창설자로 20세기 초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이었던 존 D. 록펠러의 아들 록펠러 주니어가 완성했다. 48가와 51가 사이 22 에이커의 땅에 19개의 상업용 건물이 사방에 세워져 각 건물의 저층은 하나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30 록펠러 플라자는 이중 가장 높은 850 스퀘어피트(257미터) 70층이며 꼭대기에 ‘탑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이라는 전망대가 설치되었다.

콜롬비아 대학이 소유했던 이 땅에 원래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세워질 자리였지만 대공황과 비용 문제로 중단이 되었다. 땅을 임대했던 록펠러 주니어는 이곳을 개발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결국 대규모 빌딩군 건설에 착수했다. 1930년 공사를 시작해 10년 만에 14개의 초기 빌딩들이 완공되었다. (후에 6애비뉴를 중심으로 5개의 추가 빌딩이 들어섰다.)

건물 공사를 지휘한 수석 건축가 레이몬드 후드는 당시 라디오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그리고 RCA가 설립한 방송국 NBC와 협력해서 미국 최초의 매스미디어 콤플렉스를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RCA는 425만 달러를 투자해 센터 내에 4개의 극장을 짓고 모두 100만 스퀘어피트의 사무실 공간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회사의 이름을 사용할 것을 요구해서 30 록펠러 플라자는 약 50년 동안인 1988년까지 RCA 빌딩으로 불렸다. 미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대공황으로 뉴욕도 극심한 침체에 놓여있던 30년대 록펠러 플라자 (그리고 조금 이른 시기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단순한 고층건물을 넘어 미국의 꿈과 뉴욕의 대도약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예술적인 측면
30 록을 포함해 20~30년대 지어진 뉴욕 건축물의 상당수는 당시를 풍미했던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의 산물들이다. 아르데코는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 즉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미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양식으로 절제된 화려함과 모덤함으로 정의된다.

1차대전 직후부터 파리에서 시작되어 약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아르테코는 회화와 패션, 공예, 가구 등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눈에 띄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그 특유의 양식 미를 보여주는 대상은 역시 건축물이다. 절충주의의 장식적 양식, 3차원 형태를 감싸는 매끄러운 표면의 사용, 이국적인 것에 대한 애정, 반복되는 기하학적 주제, 값비싼 재료의 사용을 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뉴욕에 처음 와서 100년 전에 지어진 대표적인 빌딩들을 보고 그 형상과 디테일이 무척 인상 깊었다면 바로 아르데코 양식에 대한 감흥이었을 가망성이 큰 것이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가장 인정받던 조각가 리 오스카 로리(Lee Oscar Lawrie) 가 이 건물 정문에 작업한 ‘위즈덤 (Wisdom)’ 역시 아르데코의 화려함과 모던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리 오스카 로리는 정문 외에도 동서남북 4개 입구에 소리와 빛으로 명명된 작품을 남겼고 패트릭 성당 맞은편 아틀라스 동상 역시 유명한 그의 아르데코 작업이다.

한편 이 빌딩 로비도 뮤지엄을 연상시키는 대형 미술품의 전시장이다. 원래는 남미를 대표하는 예술가이며 프리다 칼로의 파트너로도 유명한 멕시코 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선동적인 사회주의 작품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곧 철거되었고 대신 죠셉 서르트의 벽화 ‘미국의 발전(American Progress)’ 이 현재까지 로비의 벽면을 웅장하게 장식하고 있다.

테넌트와 소유주
초기부터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입주자, 앵커 테넌트는 NBC 방송국이다. 완공 직후에 35개의 스튜디오를 빌딩 내에 설치했고 1,400명의 방청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400명의 직원을 가진 록펠러 재단은 56층 전체를 사용해 이 층은 ‘룸 5600’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재단은 2004년까지 54층에서 56층까지를 사용했다. 20세기 초 대표적인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도 14층에서 17층까지를 사용한 주요 테넌트였다.

70층 꼭대기의 전망대 ‘탑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과 전망대와 동일한 풍경을 제공하는 65층의 고급 레스토랑 ‘레인보우 룸’ 도 빼놓을 수 없는 이 빌딩의 명소다. 레인보우 룸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식당’ 의 명성으로 뉴욕 엘리트 계층의 사적인 모임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2014년 다시 문을 열었다.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1989년 벌어졌다. 미쓰비시가 록펠러 센터를 2,200억엔으로 매입한 것이다. 80년대부터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미디어와 부동산을 사들이던 거품경제 시절, ‘재팬 머니’에 의한 해외 자산 매입의 상징적인 예였으며 이로 인한 반감으로 미국에서 일본 때리기가 확산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 부동산 불황으로 막대한 적자를 입고 미쓰비시는 대부분 빌딩을 다시 내놓았다.

1995년 GE(제너럴 일랙트릭) 으로 소유주가 바뀐 이후 2015년까지 이 빌딩은 ‘GE 빌딩’이 되었고 현재는 2015년 미디어 공룡인 컴캐스트(comcast)가 NBC 유니버설을 인수한 이후 ‘컴캐스트 빌딩’이 되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이름이나 소유주와 상관없이 뉴요커와 세계인들에겐 ‘NBC 방송국이 있는 건물’, ‘토요일밤의 라이브(SNL)와 투데이쇼가 진행되는 곳’ 이 30 록펠러 플라자의 가장 익숙한 이미지다.



록펠러 패밀리
석유왕 존 D. 록펠러의 후손은 현재 270여 명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록펠러 가족의 전체 재산은 미국에서 23번째로 많다. 그의 손자 세대까지는 체이스은행 총수, 포드 경영진, 주지사 등을 역임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후 세대들은 학자와 건축가, 소설가, 마케터 등 ‘록펠러’라는 이름에 비해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막대한 패밀리 펀드의 운용을 논의하기 위해 1년에 두 번씩 록펠러가 만든 현대미술관(MoMA) 컨퍼런스룸에 후손들이 모인다. 특이한 사항은 록펠러 후손 중 일부가 엑손 모빌이 지구온난화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소송 중이라는 것이다. 엑손 모빌은 록펠러가 세운 스탠다드 오일의 후신이다.

마천루에서의 점심 (Lunch Atop A Skyscraper)
록펠러 센터의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뉴욕시 건물의 옥상들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공중에 매달린 철근 위에 10여 명의 사내들이 빼곡하게 붙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천루에서의 점심’ 이다. 한가롭게 점심을 즐기는 이들이 표정은 편안하지만, 철근 밑에 실제로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찔한 광경이다.

매일같이 고층 빌딩이 들어서던 20~30년대 뉴욕의 건설 현장엔 오늘날과 같은 안전장치와 복장이 없었다. 헬멧도 쓰지 않은 인부들은 올려만 보기에도 어지러운 수십층 높이의 건설 현장에서 철근과 콘크리트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며 작업을 했다. 행인들에게 건설 노동자들의 모습은 큰 구경거리였고 기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분주히 담았다. 록펠러 센터를 짓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뉴욕의 풍경 사진으로 꼽힌다.

시트콤 30록
<30 ROCK>은 티나 페이가 제작하여 2006년부터 2013년까지 NBC에서 방영한 시트콤으로 매 시즌 큰 인기를 얻었다. 연출 겸 여주인공 티나 페이가 SNL에서 수석 작가로 일하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각색했다. NBC 방송국에서 코미디쇼를 만드는 배우, 작가, 방송국 간부 간에 생기는 다양한 사건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글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