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농촌, 마비정 벽화마을

2017-01-05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2리. 시내버스 달성2번이 마지막으로 서는 곳. 대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은 평범한 시골인데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우선 마비정이 무슨 뜻인지 알아볼까? 책과 인터넷 블로그 등을 뒤져보니, 이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옛날에 어떤 장군이 마을 앞산에 올라가 건너편 산의 바위 쪽으로 활을 쏘면서 말에게 ‘화살보다 늦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은 힘껏 달렸지만 활보다 일찍 도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장군은 말을 죽였고, 이를 본 동네 사람들은 말을 불쌍히 여겨서 ‘마비정(馬飛亭)’을 세우고 추모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먼 옛날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말을 타고 한양으로 가다가 이 마을에서 쉬어가곤 했는데, 우물이 하나 있어서 말이 그 우물물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했다는 설이다. 그 우물이 바로 마비정(馬飛亭)이라는 것이다. 옛날부터 청도와 가창의 사람들은 화원장이나 한양을 갈 때 이 마을에서 쉬어갔다고 한다. 말들뿐 아니라 사람들도 마비정 우물물을 마셨을지 모른다. 마을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제로 우물 하나가 있다.


 


평범한 마을이 인기 마을로 재탄생하기까지는 자치단체의 역할이 주효했다. 달성군은 조용한 시골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마비정 벽화마을 조성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비공모사업을 신청했다. 부수고 새로 지어 올리는 ‘개발’이 아니라 ‘보존’이라는 역발상을 담아 사업을 제안했다. 마을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으로 많이들 이용하는 벽화그리기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마을에 그려진 벽화는 남다르다. 여러 명의 화가들이 구역을 나눠서 그림을 완성한 보통의 벽화마을, 벽화골목과는 달리 한 사람이 마을의 모든 벽화를 그렸다. 지난 2012년 이재도 화가가 3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여 혼자 마을에 이야기를 입혔다. 그래서 벽화 속 그림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럽다. 화가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화가의 캔버스는 흙으로 된 담이다. 흙 담을 새로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그래서 그 거친 느낌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버지가 우물가에 아이들을 줄 세워놓고 등목을 시켜주는 모습, 뻥튀기를 튀기는 아저씨와 그 소리에 놀라 자지러지거나 까르르 웃는 아이들, 알루미늄 사각 도시락을 난로 위에 잔뜩 얹어놓은 교실 안 풍경.


 


7080세대들이 어린 시절 겪었을 법한, 보았을 법한 풍경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활을 쏘는 장군과 말의 모습도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처마에 메주가 걸려있는 모습과 농부가 소달구지를 끄는 모습은 그림이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또 마을에는 신기한 연리목이 있다. 뿌리를 내린지 100년이 되었다는 느티나무와 돌배나무가 서로 줄기가 이어진 채 한 나무가 되어서 자라고 있다. 이밖에 100년이 넘었다는 살구나무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옻나무가 자라고 있다. 골목길에 있는 나무에는 정성스럽게 이름표가 달려 있다.


 


마을 어귀에는 국수나 부침개. 막걸리 같은 것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작은 매점도 하나 보인다.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과자 등을 판다. 시니어클럽에서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세운 곳이라고 하는데, 이 동네 할머니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근무를 하신다. ‘어르신들의 계산이 조금 늦어질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어르신들의 정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정겹다. 도심과 가까워서 시골인 듯 시골 아닌 시골 같은 마비정 벽화마을. 농촌의 정겨운 일상이 남아 있는 이곳엔 해마다 수십만 명이 발자취를 남기고 간다.


S.CAS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