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교회 Trinity Church in Lower Manhattan

Trinity Church

in Lower Manhattan

트리니티교회

맨하탄의 다채로운 역사와 그 역동성을 보여 주는 곳이 다운타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상징되는 월가, 2001년 9.11테러 사건으로 무너져 버렸지만 올해 웅장하게 재 건설된 세계 무역 센터 건물들, 거대한 차이나타운과 세계 패션의 중심인 소호 등 개성 있는 섹터들이 모자이크처럼 잘 짜 맞추어져 있는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맨하탄의 다운타운.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명소는 다운타운 브로드웨이 75번가와 월가 입구가 교차하는 곳에 있는 뉴욕의 아이콘 Trinity Church이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트리니티 교회는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문을 엽니다. 바쁜 출근길에 들려 짦은 예배를 드리고 가는 뉴욕 시민들, 아침 일찍 방문한 관광객들 그리고 필자처럼 종교는 없지만 맨하탄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 온 역사적인 배경에 흥미를 가지고 배워 보고자 방문한 사람들까지 사시 사철 붐비는 곳입니다. 

▲ 황동문


1697년 최초로 세워 진 교회 건물이 화재로 무너져 버리고, 1842년 영국 Anne 여왕이 뉴욕 시에 선물한 215 에이커 (acre) 크기 농지에 다시 세워진 후, 수 차례 보수 공사를 거쳐 지금의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 유명 사립대학인 컬럼비아 대학 (Columbia University) 그 당시 이름인 왕립 대학 (King’s college) 설립을 허가하는 모임이 열린 곳도 이 트리니티 교회의 교육 회의실 안입니다. 오늘날까지 매주 미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무엇보다 뉴욕을 대표하는 성가대를 키운 음악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 ‌교회주소 브로드웨이와 월스트리트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쉬웠습니다. 지하철 4,5 호선을 타고 월가 정류장에 내려 브로드웨이 출구로 나오면 오른편 공중으로 길게 뻗은 짙은 갈색 건물이 보입니다. 뉴욕 증권 거래소를 비롯해 저명한 금융회사들로 둘러싸인 트리니티 교회의 지리적인 요소 탓에 삼엄한 보안 절차가가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그냥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검은색 철문으로 된  정문을 지나면 독특한 문양의 황동 문이 보입니다. 그 앞에 보이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천장을 꼭 올려다 보시기 바랍니다. 천장을 가득 메운 벽화가 참 인상적입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브로드웨이 거리의 시끌벅적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무소음 상태의 적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래되긴 했지만 잘 관리되어 온 듯한 긴 목조 의자에는 성경책과 찬송가들이 나란히 놓여  있고, 그 곳에 앉아 자신만의 예배를 드리는 듯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이들도 있고, 예배실 안에서 나는 독특한 향 내음을 맞으며 교회의 건축미를 감상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 ‌911잔해물로 만든 조형물


본관을 나와 오른편에는 뉴욕 역사의 획을 그은 저명 인사들이 묻힌 묘지가 있는데 몇몇 무덤에 놓인 생기 있는 꽃다발을 보니 누군가 방금 다녀간 듯 보입니다. 왼편에 있는  공간에는 9.11 테러 의 잔재 물을 가지고 만든 기이한 모양의 동상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합니다. 뉴욕시를 위해 교회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갈색 백 (brown bag lunch) 운동입니다. 자원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그 봉지에 담긴 음식을 꺼내 먹으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수요일이면 길거리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매년 교회 유지 보수 비용으로 6 million dollar 가 쓰인다는 트리니티 교회의 영향력은 상상외로 강력합니다. 한가지 예로, 권총 판매를 금지하자는 뉴욕 사회 안전에 관련된 논쟁에 대해 교회는 판매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미국 대형 회사들을 상대로 법정 분쟁을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 교회 건물을 나오면서 저무는 해의 역광을 받아 교묘하게 빛나는 교회를 올려다 보며 뜬금없이 '외유내강'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습니다. 

▲ 예배실 안 전경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낮은 철문, 150여년 전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 예배실 안의 편안함 등 한없이 자비로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교회지만 300년이란 긴 세월을 버텨 온 그 강인함 속에 뉴욕시의 발전과 시민들의 평안을 위해 함께 하겠다는 그 의지가 참 인상적이였습니다.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중 매일 오후 2시에는  예배실 안에 모여 교회 관계자나 자원 봉사자가 이끄는 투어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Address: 75 Broadway, New York, NY 10006

www.trinitywallstreet.org


글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