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자바시장 (LA JOBBER MARKET)

FASHION  DISTRICT LA JOBBER MARKET

LA 자바시장

LA 자바(Jobber)시장 IMPORT 디자이너 15년차 A씨는 출근길 교통지옥 속에서 밀려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오늘 하루를 또 어찌 버틸지 한숨을 쉬고 있다. 한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건만 한참 어린 사장에게 오늘도 지각이냐는 소릴 듣게 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간밤에 회사일로 중국공장 담당자와 통화하느라 늦게까지 잘 수 없었던 것은 아무런 핑계가 되지 못한다. 


(글 Chloe Park /  정리 에스카사)


퇴근시간 한두 시간 이후의 야근이나 주말에 시장조사와 샘플구입을 위한 쇼핑 시간도 이곳에서는 으레 월급에 포함된 노동시간이 된다. 그래도 잘 나가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고 높은 인컴을 받으며 충분히 보상이 되는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임금을 30% 이하로 낮춰 받는 친구B를 보며 짤리지 않고 일할 수 있음에 가슴을 쓸어가며 살아가는 중이다. DOMESTIC 디자이너 경력 20년차인 B는 디자이너로 일할 회사를 찾지 못하고 현재 패턴사로 일하고 있다. 많은 DOMESTIC 패션관련 회사들이 도산하고 있는 힘든 시기에 비용절감을 위해 경력이 적더라도 젊고 multi-tasking이 가능한 디자이너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Chloe Park /  정리 에스카사)


LA FASHION DISTRICT는 LA DOWN TOWN 동쪽에 위치, San Pedro WHOLE SALE MART( SAN PEDRO St. & 12th St.)를 중심으로 사방 90블록 이상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일명 ‘자바시장’이라 불리는데 일용직 노동자를 뜻하는 자버(Jobber)의 한국식 발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현재 자바시장은 도매와 제조업을 겸하는 업체를 지칭하고, 생산은 물론 수입, 도매, 소매 등의 유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까지 유대계 미국인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1980년중반 이후 한국인 이민자들이 시장을 섭렵하기 시작하여 현재는2천5백여 개 이상의 점포 중 80% 이상을 한인 업주가 운영중이고, SHOW ROOM이 따로 없는 업체를 합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한다.


한국의 동대문 시장과 같은 시스템의 매뉴팩쳐나 도매회사를 중심으로 원단, 부자재, 재단, 봉제, 프린팅, 물류, 인터넷 쇼핑 관련 등등 수반되는 하청 업체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한인사회뿐 아니라 LA 경제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LA카운티내 연매출 100만 달러 이상 패션 관련업체는 모두 667개로, 이 업체들은 총 연매출액 107억 2,7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성장하였다. 


그중에 모두가 잘 아는Forever 21과 같은 Fast Fashion Brand의 탄생은 한국인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산 증인이 되었다. 봉제공장 여공, 미용사, 동네 양장점 아주머니가 연매출 100만 달러 이상의 패션업계 사장님이 되셨는데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금 사계절이 온난한 LA의 자바시장은 그 어느 지방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글 Chloe Park /  정리 에스카사)


2014년 9월 마약자금 및 돈세탁 수사 여파 후, 중남미 워킹손님들이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비지니스 운영비 증가,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직장 의료보험범, 노동법 단속 강화 등으로 텍사스 엘파소로 자바시장이 이주하는 기획,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이다. 


자바 난항에 대해 전문가들은 또 다른 요인으로 온라인,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점, 업체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 해외 FAST FASHION 업체 (ZARA나 H&M등)들이 아시아의 생산공장과 직거래하며 자바 중간상들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등을 지적하였는데, 더 나아가 앞으로 중국, 베트남 등 해외의 값싼 옷들이 직거래로 생산자에서 바로 소비자로 연결되는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라고 전한다. 


(글 Chloe Park /  정리 에스카사)


이는 30년 전의 뉴욕과 같은 양상으로, 가장 먼저 타격이 오는 봉제업의 해체가 이미 진행되고 있어 한때 1000여 개가 넘었던 업체가 현재 400여 개 남아 있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라스베가스나 텍사스 엘파소 등지로 이전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Import Merchant인 경우 중국의 TPPA(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체결로 미국 의류분야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었던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나 멕시코, 과테말라 등 남미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였지만, 새로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의 TPPA 탈퇴 예정설과 멕시코 생산품 관세 35% 적용을 시작으로 자국 무역 보호를 내세우는 새 정부의 행보에, 앞으로 어떤 시대가 도래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술렁이는 요즘이다. 비단 디자이너뿐 아니라 지금 자바시장 관계자들은 팔, 다리만 들어가도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다던 그 시절을 회고하며 쓰디쓴 오늘을 마시고 있다. 


이곳에서 눈물 훔칠 시간도 없이 맨손으로 일궈 냈을 이민 1세대들의 보이지 않는 그 지독함과 근성을 자바사람들끼리는 악독 업주라고 뒤에서 흉보기도 하고, 서로 돕기보단 날선 검을 휘둘러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물어뜯는 비열한 곳이라고 스스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든 이런 대단한 시장을 일구어 낸 그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다시 이전의 봄날을 기대하진 못하더라도 부디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 혁신하여, 비지니스 오너이든 직원이든 자바에 몸담고 있음을 자긍하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시민들의 일터로 거듭나길 진심을 다해 기도하는 바이다. 추운 겨울날 따스한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해 송구하지만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임을 밝힌다.


글 Chloe Park /  정리 에스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