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소금사막 여행



볼리비아 우유니소금사막 여행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지평선을 가진 곳이 바로 우유니소금사막이다. 3,800m 높이에 눈처럼 하얀 소금으로 된 경기도만한 사막이라니.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곳이다.

글 김승근 여행 칼럼니스트 <에오스여행사 고문> / 정리 에스카사


경기도만한 소금사막에 서다

이 우유니소금사막을 가기위한 출발점이 바로 우유 니마을(읍내)이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처럼 우유니마을 역시 몇 년 사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 마을블록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라파스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이 여행을 오는지 한국인이 주인인 호스텔과 식당도 있을 정도였다. 마치 청송 주왕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대학생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방이 50개 있는 한 숙소에는 한국인이 90%에 달한다고 했다. 학생과 장년을 제외한 여행객의 절반 이상이 교사들이었다. 방학기간을 이용해 멀리까지 여행을 온 교사들이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제자들에게 큰 꿈을 심어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심으로.


우유니소금사막 투어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업그레이드 된 상품들이 많았다. 새벽 3시부터 나가는 선라이즈 투어, 이전부터 있었던 원데이 투어, 오후 4시에 나가는 선셋 투어 등 상품 세분화가 두드러졌다. 물론 우유니에서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상품도 있었다.


나는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5시에 돌아오는 원데이 투어를 택했다. 선셋 투어를 하고 싶었지만 있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4명과 함께 출발한 투어는 맨 처음 기차무덤에 들렀다. 19세기 후반 태평양 전쟁이 있기 전만 해도 볼리비아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기차로 지금은 칠레 땅이 되어버린 이키케에 광물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한 후 바다도 빼앗겨버려 지금 볼리비아는 바다가 없다. 그래도 볼리비아에는 바다의 날이 있고 기념식을 가진다.



언젠가 바다를 되찾을 것이란 생각에서라고 한다. 바다를 잃어버린 후 끊어진 철로와 멈춰 선 기차를 상품화한 것이 바로 기차무덤이다. 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의미인지 그저 우유니 관광코스에 넣기 위해 낡은 철로와 열차를 치우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는 결과로 말한다는 걸 너무도 극명하게 보여줬다. 투어차가 일행을 내려준 다음 코스는 마을 주민들이 소금으로 만든 인형 같은 상품을 파는 곳이다.



소금사막의 섬에 가기 전까지 화장실이 없기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러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화장실 비용은 2불(380원)로 수세식 변기이기는 하지만 물 내리는 장치는 없다. 볼일을 보고 나와서 드럼통에 든 물을 바가지로 퍼서 스스로 갖다 부어야 한다. ‘아’할 필요가 없다. 남미이지 않은가. 차는 한 시간 가량을 달려 소금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떠 있는 인카와시섬 (페스카도르섬)에 도착했다. 가는 도중 운전기사 겸 가이드가 이곳이 세계 최대의 리튬매장량을 갖고 있다며 그 개발을 한국과 같이 한다고 소개한다.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B정권의 자원외교의 하나로 투자된 곳 중 하나가 바로 소금사막이다.


인카와시섬은 대부분의 투어차량이 점심 식사를 하는 곳이다. 섬에 도착하면 기사가 준비해 온 점심을 차려준다. 투어 신청을 할 때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따로 음식을 준비해 준다. 그리고 간 곳이 소금사막 여행의 백미인 마법의 사진을 찍는 곳.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재미난 사진 연출을 운전기사가 직접 해준다. 소품도 갖고 다닌다. 마법의 사진들이 나올수 있는 비법이 바로 완벽한 지평선이다. 모두들 점프도 하고 포즈도 다양하게 취하며 재미난 사진들을 찍었다. 그 순간만은 소금사막의 바닥에 깔린 리튬을 잊었다. 그냥 보고 즐기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남겼다. 그렇게 소금사막 투어는 끝이 났다.



작지만 안전한 알부자들의 도시

수크레는 볼리비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우유니소금사막을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또다른 볼리비아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들 르는 중간 기착지의 성격이 짙은 도시다. 마요광장을 중심으로 센트럴 마켓과 대학 등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늘어서 있는 곳으로 여느 볼리비아 도시와는 풍경이 달라 볼리비아 속 유럽이란 평도 받고 있다. 버스로 3 시간 정도 떨어진 광산도시 수크레의 광산주들이 예부터 이곳에 저택을 지어놓고 살면서 ‘알부자’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근처에 공룡발자국 구경 말고 큰 볼거리는 없다. 다만 스페인어 교습 학원들이 많아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장기 체류를 하기도 한다. 스페인어교습은 개인이나 그룹으로 이뤄지는데 시간당 우리 돈 6천~8천원 정도 든다. 개인이 1주일에 5일, 하루 2시간을 배운다면 9만원 정도가 수업비다. 요리교실 등 실생활 스페인어를 배우려면 약간의 돈을 더 내면 된다. 언뜻 보면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1주일에 두 번, 한 달에 여덟 시간에 그 두 배의 수강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성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크레의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밤늦게 거리를 다녀도 위험하지 않은 남미의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단점도 물론 있다. 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들은 시민들이 집에서 기르다 너무 커져서 버린 개들이다. 3년 전에 수크레 공항 옆 공터에서 동물단체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3천 마리의 개들을 산채로 화장 시켰지만 여전히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개가 많다보니 길거리에 널린게 개똥이다. 수크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개똥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수크레에서는 앞만 보지 말고 아래도 봐야 한다. 이처럼 장단점이 뒤섞인 수크레는 알부자들이 많기 하지만 행정 수도인 라파스에 비해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라파스 노동자들의 임금이 한달 평균 1천500볼(30만원) 정도 되는데 반해 700~800볼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던 마요광장 주변은 주말이면 세차장으로 변한다. 차주가 광장인근 도로에 차를 세우면 물통을 든 아이들이 달려와 흥정을 하고 세차를 시작한다. 문제는 여자 아이들이다. 수크레 버스터미널 건너편 바(bar)골목을 중심으로 미성년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볼리비아는 어린이들이 술과 담배를 사도 제재하지 않는다. 미성년 성매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불법이라도 단속의 손길은 멀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지만 ‘의식족이지예절’이란 관중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는 곳이 바로 볼리비아고, 그 중 한 곳이 수크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도 라파스

‘평화’란 의미의 라파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다. 백두산(2천744m)보다 1천m 정도 더 높다.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출장이라도 온다면 바로 공항에서부터 고산병이 생길 수 있다. 수크레 (2,800m)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파스공항에 내리자마자 수크레와 마찬가지로 주요지점까지의 택시요금표가 붙어있는 걸 보고 놀랐다.


라파스의 구도심이자 숙소가 있는 마녀시장까지는 50볼리비아노(한국돈 8,500원)였다.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요금이었다. 무엇으로 비교해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볼리비아지만 공항의 택시요금 참조표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도심까지 수십만 원을 받는 택시기사가 적발된 ‘관광한국’이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숙소가 위치한 마녀시장은 산크리스토발성당 근처로 라파스의 구도심을 대표하는 곳이다.


신도심이자 라파스의 수성구라고 할 수 있는 소나수르와 대비된다. 구도심은 높은 지역으로 언덕이 이어져 있지만 소나수르는 저지대로 생활하기도 편리하고 고급 브랜드숍들이 즐비하다. 어느 나라나 수도의 빈익빈 부익부 지역은 존재하지만, 라파스처럼 고도마저 차별화된 곳은 많지 않다.



자연스럽게 도시가 팽창하면서 신도심이 생긴 것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자연입지의 차별화가 극명한 도시가 돼버린 것이다. 그나마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가 높은 지역에 사는 서민들을 위해 텔레페리코(케이블카)를 만들어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는건 눈여겨 볼만하다. 광지역이 아니라 일반 도심에 케이블카가 도시 전체를 여러 개 관통하도록 된 나라는 라파스밖에 없다.


케이블카가 도심의 다닥다닥 붙은 집 위를 운행한다는 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어느 집에서 빨래를 널고 마당에서 밥을 먹는 걸 다 내려다볼 수 있도록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하겠는가. 콜롬비아의 제2의 도시 메데진에도 고지대 서민의 이동 편의를 위해 케이블카를 만들었지만, 그 규모는 라파스에 비할 바 못 된다.


현재 녹색, 노랑, 빨강색선 등 3개 라인이 운행 중이지만 벌써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까지 자리 잡는 라파스 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앞으로 5개 노선을 더 만들 계획이다. 케이블카 중 하나(녹색선)가 소나수르까지 운행하면서 소나수르 고지대 비싼 맨션들의 가치가 하락한 건 텔레페리코 등장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돈 600원 정도로 라파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텔레페리코는 전 세계 명물 열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라파스를 찾는 사람들이 타려고 하는 건 케이블카뿐만이 아니다. 악명 높은 죽음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데스로드’ 트레킹의 유혹이 사실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글 김승근 여행 칼럼니스트 <에오스여행사 고문> / 정리 에스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