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리 이야기 감시자들

영화 심리 이야기 감시자들



Q1: 영화의 줄거리는?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으면 서러울 만한 대표적인 장르가 범죄영화입니다. 황 반장 (설경구 분)이 이끄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에 탁월한 관찰력과 기억력의 소유자 하윤주(한효주 분)가 합류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감시반의 철저한 포위망을 무력하게 만든 무장강도 사건이 단 3분 만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벌어집니다. 이 모든 범죄를 계획하고 주도하는 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 분), 그에 맞서 더 이상의 범죄를 막기 위해 놈의 실체를 추적하는 황 반장과 하윤주의 지능적인 게임이 영화 속에 펼쳐집니다.


Q2: 주인공 하윤주의 기억력
감시자들은 범죄자의 동태를 감시하고 쫓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주인공 하윤주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사 면접 자리에서 황 반장은 하윤주의 능력을 시험해 봅니다. 황 반장을 따라 다니면서 감시하라는 특명을 부여받은 하윤주는 그와 주변 사람들, 지나치는 환경의 특성을 정확히 기억해 냅니다.단지, 황 반장이 지하철에서 떨어뜨린 신문을 기억하지못합니다. 황 반장이 어떤 여성과 부딪히면서 떨어뜨린 신문을 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의 동태를 살피는 데 집중하게 되면서 기억 속에 저장시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관찰력과 기억력을 가진 하윤주일지라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Q3: 사람의 기억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우리 기억은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감각기억(Sensory Memory), 단기기억 (Short-term Memory), 장기기억 (Long-Term Memory)입니다. 감각기억은 우리의 오감을 주로 이용하는데 0.2초~0.5초 사이에 인식 속에서 사라집니다. 오늘 아침 직장 동료가 사무실에 들어 올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기억이 날까요? 의자에 먼저 앉았을까요? 아니면 창문을 먼저 열었나요? 우리의 인식 속에 분명히 스치고 지나갔을 장면이지만 기억 속에 저장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람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감각 기억의 종류는 열두 가지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의도적인 노력 없이는 금세 사라져 버립니다.

단기기억은 스케치북 또는 기억의 포스트잇이라고 합니다. 장기 기억으로 옮겨가기 전에 잠시 머릿속에 한 10~15초 간 머무릅니다. 단기기억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합니다. 어떤 분은 건망증이 있어서 자신에 살고 있던 1층 아파트에서 내려가다가 넘어졌는데, 일어나면서 자기가 계단을 올라가다가 넘어졌는지 아니면 내려가다가 넘어졌는지 기억을 못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분은 통화하던 전화기를 물을 꺼내다가 냉장고에 넣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깜빡깜빡하는 분들이 단기기억에 문제가 있습니다.

단기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큰소리고 읽거나, 연관하거나, 반복하거나, 동기를 부여하면 훨씬 더 의식 속에 오래 머무를 수가 있습니다. 장기기억은 방금 일어난 일들이 몇 분 이상 머리 속에 간직되어 있는 기억을 말합니다. 짧게는 며칠에서부터 몇 년에 이르기까지 뇌 속에 장기간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되기도 하고 새롭게 접하게 되는 정보나 경험들과 합성되어 새로운 형태의 기억으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행복한 기억보다는 충격적인 기억, 좋지 않은 기억을 더 많이 간직합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이나 아내가 과거에 못 해준 것만 기억하지요. 그리고 충격을 받은 사건, 억울한 사건은 절대로 잊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동기와도 관련이 있는 생존기제의 작용입니다. 좋지 않은 사건이나 위험한 일을 기억하고 있어야 위험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자폐증이 있는 Stephen Wiltshire라는 사람은 Staedtler 펜을 이용해서 맨해튼을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그의 기억 속에는 1,017피트에 달하는 고층빌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한 분야에 타고난 재능과 집착적인 동기가 그 원인일 수 있겠지요.


결국, 우리의 뇌 속에 간직된 기억은 선택, 집중, 그리고 노력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진화론적 생존 동기의 발동으로 원하지 않던 기억이 저장되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어떤 기억을 저장하시겠습니까? 그것을 잠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