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리 이야기 ‘카트’

영화의 줄거리는?

대한민국의 대표 마트 ‘더 마트’에서 비정규적으로 근무하던 직원들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됩니다. 몇 년 동안 뼈가 부스러지듯이 일해서 곧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었던 선희 (염정아), 싱글맘인 혜미 (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착한 아줌마 옥순 (황정민), 그리고 88만 원 세대인 청년 미진 (천우희)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순박하게 일만 하고 살던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와 공권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합니다.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황정민, 천우희 감독: 부지영


영화의 주인공은 마트 비정규직 계산원과 청소원들입니다. 그래서 출연자들이 주로 여성들이지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가장 열등한 사회계급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적인 데다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차별받은 여성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가 통보되자 직장과 노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아무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결과도 알 수 없고, 불안하며 외로운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영화는 우선 6백 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회적 불평등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노조 투쟁을 하면서 단순히 동료에 불과했던 직원들이 마음을 열고 가족처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서로 몰랐던 처지와 상처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보듬고, 공감하기 시작합니다.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동체는 이미 먼 추억이 되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고, 경쟁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남은 이웃이 아니라 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며칠 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린 적이 있습니다. 가난한 농촌의 삶이었습니다. 초롱불을 켜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초가지붕이 개량되고, 동네 개천이 현대식으로 바뀌며, 신작로에 아스팔트 도로가 놓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기 집 일손을 멈추고 모두 함께 나와서 마을개량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음식과 막걸리를 나눠 먹고, 서울로 떠난 자식 이야기, 병원에 입원한 이웃집 김씨를 걱정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어린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파업하면서 음식을 나누고, 줄넘기를 하고, 남의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놀아주고 돌봐줍니다. 그리고 서로 함께 손잡아주고 같이 있어줍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던 노조원들이 얻은 수확이라면 잊혀진 공동체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경제가 더 발전하고, 더욱 살기 좋아졌지만, 이웃과의 공감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안정과 인간적인 대우가 우선되어야겠지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옆에 누가 있느냐,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결국, 행복은 사람에게서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는 끝나지 않은 투쟁으로 종결됩니다. 함께 물대포를 맞으면 카트를 밀고 마트로 돌진하는 나약한 여성 노조원들은 우리의 엄마들이고, 아내들이며, 동생들입니다. 노조원들이 함께 투쟁하고 운명을 같이했듯이, 우리의 삶도 결국 공동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잘 사는 나라, 사회,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영화는 시사하고 있습니다.


글 윤성민 박사
S.CAS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