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물류 포장 기업 ‘레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불러온 거대한 효과

친환경 물류 포장 기업 ‘레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불러온 거대한 효과

해마다 약 53,000개의 스티로폼 부표가 바다에 설치되고 있다. 이것이 먼바다로 쓸려 내려가 부서지면, 그 부스러기를 먹은 생선은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온다. 이처럼 소리 없이 생태계를 파괴해왔던 바다 위의 부표. 하지만, 그만한 부력과 비슷한 가격대의 대체품이 없었기에 기존의 스티로폼 부표는 마치 쉽게 뽑아버릴 수 없었던 ‘앓던 이’ 같은 존재였다.

이제 곧 그 앓던 이를 뽑고 새로운 부표가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이 새로운 부표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으로 제작된 시트에 공기를 주입한 방식으로, 스티로폼보다 훨씬 더 부력이 뛰어나며 가격대 역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해양수산부에서 인증까지 받은 친환경 제품으로 기존의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할 완벽한 부표로 선정되었다.

사실 이 새로운 부표의 등장은 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것을 개발한 곳은 다름 아닌 포장회사였기 때문. 단순 포장회사에서 그칠 수 있었던 ‘레코’는 사고의 전환을 거해 자체 개발한 포장재 ‘에어셀’을 부표에 활용하였다. 친환경 물류 포장 기업의 조그만 날갯짓은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 중심에는 언제나 김영수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레코는 오늘도 ‘환경에 조금 덜 해로운’ 친환경적 사고방식으로 포장재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으로 수출하여 한국 포장업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레코, 이를 이끄는 김영수 대표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친환경 패키징 업체 레코의 설립 배경과 김영수 대표님의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레코를 설립 전 저는 방위산업용 유압 부품을 생산하는 (주)두산모트롤의 해외 기술 도입 분야에서 약 10년간 일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조직을 독립시켜 분사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 운영을 시작하면서 많게는 연간 1,000만 불 정도의 기계부품을 수출했는데, 그 당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바로 ‘수출 포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포장을 바이어들의 마음에 들도록 전문적이고 경쟁력 있게 해 주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포장재 회사를 차려보자는 마음을 먹었고 2004년에 ‘레코'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일반 포장 업체가 아닌 친환경 패키징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있는 레코, ‘미래 패키징 신기술 정부포상’을 받은 것이 한번이 아니라고 전해 들었어요. 어떤 제품으로 수상하셨나요?
2008년, 2010년, 2016년에 걸쳐 총 세 번 ‘미래 패키징 신기술 정부포상'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에 받은 제품은 수출용 박스로 주로 사용되던 기존의 목 팔레트나 목상자를 대체하는 수출용 조립형 종이 박스입니다. 이 종이 박스는 환경친화적이고 방역 면에서나 무게 면에서나 조금 더 용이하게 통관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이 박스로는 국내 수출업체 약 5,000곳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포장 완충재 에어셀(AirCell)로 수상했습니다. 부피가 큰 기존의 완충재와는 달리, 에어셀은 플렛한 시트 형태로 공급하면 사용 직전 항에서 공기를 주입하기 때문에 공간활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에어셀은 현재 국내 특허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여러 곳의 해외특허가 등록된 상태입니다. 2016년에 수상한 제품은 쿨팩(Cool Pack)이라는 제품으로, 기존 에어셀 제품에 공기 방울을 2중으로 입혀 단열 효과를 더한 보온ㆍ보냉 박스입니다. 기존의 보온ㆍ보냉 박스로 많이 사용되었던 스티로폼 박스와 달리 조금 더 친환경적이며 공간활용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레코의 대표상품 에어셀(AirCell), 기존의 완충재와의 차이점은?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완충재인 일명 ‘뽁뽁이’는 제품을 감아서 테이프를 붙이고 박스에 넣는 등 포장 프로세스가 참 길죠. 하지만 에어셀은 공기를 주입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포장 과정을 줄여줌으로써 비용 또한 대폭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1L짜리 샴푸를 포장할 때 뽁뽁이로는 10명이 포장을 했다면, 에어셀을 도입하면서부터 단 2명으로도 포장 인력이 충분해졌습니다.

또 에어셀은 뽁뽁이처럼 어디에 쌓아두고 쓰는 게 아니라, 상자에 담아놓고 사용할 때 공기를 주입하기 때문에 작은 공장이나 창고에서도 굉장히 유용합니다. 즉, 에어셀은 원가절감 효과, 높은 공간 활용도와 더불어 기능적으로도 훨씬 더 뛰어난 완충효과까지 겸비하고 있어요.



해외 특허까지 받은 에어셀(AirCell)만의 밸브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해외에도 에어셀과 유사한 제품이 있지만 레코의 에어셀은 밸브구조에 특별한 점이 숨어있어요. 어떤 튜브에는 공기가 많이 들어가고 어떤 튜브에는 공기가 적게 들어갈 수 있죠. 하지만 에어셀은 일정량의 공기가 한 튜브에 주입되고 나면, 공기가 역류해 다른 튜브에 똑같은 양이 일정하게 주입됩니다. 또 공기를 한번 주입하지만, 공기가 동시에 나오지 않게끔 하는 체크 밸브가 있어 튜브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분리됩니다.

예를 들어 튜브 하나가 터지더라도 나머지 튜브들은 터지지 않고 제 기능을 하는 것이죠. 이것을 바이패싱(Bypassing)기능이라고 하는데, 에어셀의 이런 원리를 인정받아서 해외 특허 등록까지 가능했습니다.

현재 '에어셀(AirCell)'은 전 세계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나요?
미국, 멕시코, 일본, 중국 독일 터키 등 해외 각국의 기업들에서 주문 문의가 쇄도 중이에요.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게임기 X-BOX의 포장재로 5년째 꾸준히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유망 중소기업에 저희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는 삼성전자에 공급을 시작했어요. 청소기용으로 열심히 공급하고 있고, 세탁기와 냉장고 쪽으로도 적용을 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에어셀을 적용한 기업들은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아직은 도입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스티로폼이나 PE폼같은 완충재를 포장재로 많이 쓰고 있기에, 에어셀과같은 친환경 포장재가 일반화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코의 쿨팩(CoolPack)은 기존의 스티로폼 박스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 제품인가요?
냉동, 냉장 제품처럼 신선도를 중요시하는 제품의 포장재로 주로 사용되던 스티로폼 박스나 알루미늄 은박으로 만든 보온ㆍ보냉 포장재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레코의 쿨팩은 기존 보온ㆍ보냉 포장재와 달리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에 덜 유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시트 형태로 공급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으로 구성된 공기 주입식 제품이라 스티로폼 박스보다 단위 부피가 적어 운송비 절감도 많이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친환경 포장재 쿨팩(CoolPack)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쿨팩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11년도부터였습니다. 아주 우연한 기회가 계기였죠. 길거리에 쌓여있는 스티로폼 박스를 보았을 때 불쾌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저희 집사람도 스티로폼 박스를 택배를 받았을 때 딱히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또 버릴 때도 눈치를 보면서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오염이라도 되면 부셔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했죠. 그렇게 ‘환경에도 좋지 않고 처치 곤란한 이 스티로폼 박스를 좀 안 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쿨팩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쿨팩(CoolPack)은 현재 어떤 단계로 접어들었나요?
현재 쿨팩은 본격적으로 양산해서 시장에 내놓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포장에 있어 적은 부피, 저렴한 가격대, 그리고 환경에 덜 유해한 제품에 대한 니즈가 강하게 있어왔는데, 이에 충족될만한 제품이 나왔다는 점에서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요. 그동안 스티로폼 포장재를 사용하여 환경에 해악을 끼친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여러 기업도 쿨팩의 출시를 굉장히 반기며 적극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죠. 


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리자면, 김치 회사를 운영하는 연예인이 매일 수백 박스의 배송을 보내는데 ‘조금 더 환경친화적인 박스가 어디 없을까?’ 하며 독일, 핀란드까지 갔지만 결국 못 찾고 돌아왔다며 쿨팩이 나왔다는 소식에 레코를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환경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즈니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티로폼 박스를 쓰지만, 환경에 덜 해로운 포장재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업체가 많아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티로폼 박스 사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것을 대체 할 그렇다 할 보온ㆍ보냉 박스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쿨팩이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하고 스티로폼 박스 사용이 조금씩 줄어들면, 비즈니스적인 측면과 아울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코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지금까지는 에어셀을 열심히 전시하고 판매했다면, 올해부터는 쿨팩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판매할 생각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유럽이나 미국에서 친환경 패키징을 선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패키징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국내시장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더 주력할 계획입니다. 사실 너무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세계에서 스티로폼박스 사용을 현격히 줄인다면 그것이 결국 환경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겠죠.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들어서면서부터 레코(RECO)의 마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굉장히 친환경적인 느낌이 드는데, 레코의 이름 역시 이런 의미가 담겨있나요?
그런 의도를 담아서 개발 한 마크인데 알아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레코의 이름 역시 이런 뜻을 담았어요. 포장 업계에서는 REUSE (재사용), RECYCLING(재활용), REDUCE(감소)라는 환경을 위한 세 가지의 모토가 있어요. 이 세 가지 모토를 어떻게 집약해서 네이밍을 할까 고민하다 RE를 따왔고, 친환경이라는 ECO의 의미를 더해서 RECO 라는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 레코, 김영수 대표님은 원래부터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신 편이었나요?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환경문제는 포장재 회사로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이왕이면 환경에 덜 해악을 끼치는 소재나 디자인은 없을까 라는 생각은 늘 해왔습니다. 포장회사로서 저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반적인 생각이 바로 동기였죠. 일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더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사회에 포장회사라는 인식이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기에 저희 레코라는 작은 회사가 ‘환경을 살리고 지구를 구한다' 이런 거창한 목표를 갖기에 앞서, 포장회사에 대한 평가와 시선부터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레코의 위상을 빨리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레코는 ‘포장회사지만 멋진 회사, 사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 더 큰 비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회사 식구들이 사회에서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더 단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 손시현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