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복고? 아니 뉴트로! 2019년 새로운 레트로 열풍

2019-05-07 13:51

큼지막한 로고의 맨투맨, 너무 길어 바닥에 끌리는 청바지, 촌스러움의 상징인 청청 패션까지! 최근 10·20세대의 옷차림을 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다. 한때 열광했지만 촌스럽게 느껴지던 것, 질려버렸던 것들이 죽지도 않고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완전히 세련된 느낌으로! 2019년은 그냥 옛것이 아닌 ‘새로운 옛것’으로 돌아온 뉴트로 열풍이 한창이다. 레트로와 뉴트로, 그 미묘한 온도 차를 느껴보자. 

(사진출처=pixabay)


뉴트로, 새로운 트렌드가 되다.

몇 해 전부터 사회 전반에는 복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90년대 아이돌의 재결합으로 이어진 무한도전의 <토토가>까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끊임없이 과거의 것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패션, 음악 등을 중심으로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서 복고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몇십년 전의 것들이 다시 매체에 등장하며,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이러한 유행을 주도하는 층이 10대와 20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년의 레트로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레트로가 젊은 세대를 만나 뉴트로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간직한 이들에게는 복고가 되어, 그 시절을 겪지 못했던 10대와 20대에게는 처음 보는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진출처=서울우유)


레트로와 뉴트로, 뭐가 다를까? 

뉴트로는 단순 복고, 즉 레트로와는 다르다. 새롭다는 뉴(New)에 레트로(Retro)를 결합한 단어로, 익숙하지 않은 옛것을 의미한다. 같은 과거라고 할지라도 30~50대의 중장년층에게는 레트로가 되는 것이고 10대와 20대는 그 과거를 전혀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레트로가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뉴트로가 되는 것이다. 복고 트렌드는 수시로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오늘날의 뉴트로는 과거의 것이 단순 소비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산물 중에서도 특정한 것만이 젊은 세대에 의하여 선별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는 다시말해 뉴트로라는 이름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과거의 디자인에 최신  트렌드 색상을 매치한다거나, 과거의 디자인에 몇 가지 디테일이 새롭게 바뀌는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 등, 옛것에서 따오기는 했지만, 옛것 그대로는 아닌 것이 바로 뉴트로라 할 수 있다. 

(미국 신발 전문 매체 '풋웨어 뉴스'에서 올해의 신발로 선정된 '휠라 디스럽터2' / 사진출처=휠라)


뉴트로, 일상 속 깊이 파고들다

폐교나 공장이 카페 등으로 재탄생하는 것에서 이미 뉴트로를 엿볼 수 있었다. 또 현재 뉴트로 플레이스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익선동에서는 고가구와 앤티크한 소품으로 개화기 다방을 재현하거나 90년대의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카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뉴트로 열풍은 패션계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들의 로고는 전면에 큼직하게 드러나 있고, 바지를 배 위까지 올려 입거나 렌즈가 매우 작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촌스럽다고 여겨오던 90년대 패션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분야는 신발이다. 발매된 지 20년 이상 된 나이키의 에어맥스97시리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40세대가 주 소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20대가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양에서는 원조 라면 과자인 별뽀빠이를 다시 출시했고, 롯데의 치토스는 1990년 판매 당시 쓰인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서울우유에서 출시한 레트로 컵은 1937년 서울우유 홍보를 위해 제작된 유리잔에 새로운 감성을 덧입힌 뉴트로 제품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옛 감성의 포장지로 원래 있던 제품을 새롭게 패키징하거나 사라진 제품을 재출시하는 추세다.


(사진출처=pixabay)

인테리어, 패션, 제품 패키지 뿐만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이 뉴트로 열풍을 만날 수 있는데, 출시 40주년을 맞이한 추억의 게임 슈퍼마리오가 바로 그것이다. 닌텐도 에서 새로 발매한 게임기 스위치는 사장 되어버렸다고 생각한 콘솔 게임기 시장에 새로 활력을 불어넣고, 히트를 쳤다. 이 게임기로는 다양한 게임이 가능한데 그 중에서도 레트로 게임의 대표주자 슈퍼마리오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게임을 PC와 스마트폰으로 먼저 접해본 10~20대에게 아케이드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는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기성 세대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과거의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도 유효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트로, 그 안에는 문화와 이야기가 녹아있다. 젊은 층에는 겪어보지 못해 새로운 이야기, 그 시대를 살아본 이들에게는 그리운 추억이다. 여기 2019년, 현재로 소환된 과거의 유물은 다시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누군가는 마케팅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우리는 속아 넘어간 뒤에 모른척, 즐거운 추억을 만들면 그 뿐이다. 좋은 날씨가 연일 계속 이 계절, 낡아서 더욱 빛나는 가치들을 찾아 밖으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