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 잠을 사다, 슬리포노믹스

2019-04-29 16:07

돈을 주고 잠을 사다  

슬리포노믹스 Sleeponomics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 18개국을 대상으로 평균 수면시간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최하위인 6시간 48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8시간 22분 보다 약 1시간 34분이나 적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는 지난 2013년 38만 명에서 2017년 51만5천 명으로 35.3%나 증가했다. 잠 못 드는 한국, 이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면 부족 국가가 되었고 슬리포노믹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출처=123rf)


우리가 꿀잠을 자야 하는 이유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처럼 건강의 기본은 숙면이다. 잠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이에 대항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심박 수 증가, 기관지 확장 혈압상승 등을 유발한다. 코르티솔은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의 압력을 상승시켜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기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 부족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당뇨 등 각종 대사 증후군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두 배에서 세배 정도 높아진다. 또 인지능력과 면역력을 저하하고 특히 비만으로도 이어질 확률도 높다. 이처럼 수면 부족은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질 좋은 잠을 누려야 더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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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 잠을 사는 세상, 슬리포노믹스

현대인의 수면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숙면에 대한 현대인들의 니즈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란 잠(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숙면을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함에 따라 성장하는 관련 산업을 뜻하며 수면 경제라고도 한다. 사회 전체에 슬리포노믹스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기능성 베개나 맞춤 매트리스 등 침구 수면용품은 물론 수면 보조 음료와 같은 건강기능식품, 낮잠 카페 같은 수면 공간 비즈니스, 첨단 기술을 접목한 수면 보조기기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어떤 달콤한 꿀잠 아이템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출처=123rf)


보약보다 좋은 꿀잠 아이템

-숙면 침구

숙면의 가장 기본은 단연 매트리스와 베개다. 독일의 기능성 침대 브랜드 ‘프롤리’는 어떤 자세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모션 스프링’을 장착한 ‘프롤리 베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55개의 모션 스프링이 각자의 체형에 맞춰 압력을 분산시키면서 뒤척임에도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또 천연라텍스 매트리스 기업 ‘로디아스’는 머리가 공중에 뜬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줘 ‘무중력 마약 베개’라 불리는 VACANCY 공법의 베개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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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 음료

식음료업계 또한 슬리포노믹스를 겨냥해 다양한 숙면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심신을 이완시키는 숙면 음료의 주요 성분은 L-테아닌으로, 테아닌은 녹차에 함유되어있는 천연 아미노산의 한 종류다. 테아닌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뇌파를 발생시키며 국내 건강기능식품 인증 원료로서 긴장 완화에 효과를 인정받았다. 잘 알려진 숙면 음료로는 ‘노아 릴랙스 드링크’, ‘슬로우 카우’, ‘굳나이트’ 등이 있다. 카페인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디카페인 제품 시장도 활발하다. 현재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약 110억 원의 규모에 달하고 있으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잇달아 디카페인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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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애플리케이션

기능별 인기 수면 애플리케이션으로는 반복되는 일정한 소리로 수면을 유도하는 `백색소음(ASMR·자율감각쾌락반응)`전문 앱 ‘릴랙스 멜로디스’와 ‘슬리포’가 있고, 잠꼬대와 코골이를 녹음하는 ‘달팽이수면’과 ‘스노어랩’이 있다. 또 숙면율을 측정하는 ‘런타스틱 슬립 베터’, ‘슬립 애즈 안드로이드’가 있다. 


-페스트 힐링을 위한 수면 공간

페스트 힐링 즉, 빠르게 힐링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시에스타(Siesta)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이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낮잠 카페가 대표적이다. 1시간 기준으로 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프리미엄 바디케어와 음료를 즐기며 안마 의자에서 잠을 잘 수도 있다. 또 영화관에서도 달콤한 낮잠을 잘 수 있다. 멀티플렉스 CGV의 시에스타 서비스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낮잠을 잘 수 있는 서비스로, 영화 티켓보다 저렴한 1만 원의 가격으로 비행기의 비즈니스 좌석과 같은 리클라이너 좌석이 비치된 프리미엄관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달콤한 낮잠을 위한 공간은 과도한 업무에 치여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특히나 많이 애용하고 있다. 


-생활 속 슬립테크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슬립 테크(sleep tech) 제품이 등장했다. 여러 기업에서는 앞다투어 음성인식 하나로 침대를 체형에 맞게 조절하는 ‘스마트 모션베드’를 출시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에서는 조명과 스피커 기능이 결합된 ‘IoT숙면등’을 출시했다. 일출·일몰과 비슷한 조명 효과와 심신 안정을 유도하는 음원으로 숙면을 도와준다. 


또한 AI 음성인식 기능이 포함돼 말 한마디로 조명의 밝기 조절이 되고 잔잔한 음악으로 최적의 잠자리 환경을 제공해준다. 또 특히나 숙면이 어려운 여름밤 열대야를 위해 에어컨 업계 역시 활발하게 슬립테크 제품을 출시 중이다. 삼성 에어컨은 입면·숙면·기상 등 3단계 수면 패턴에 맞춰 풍량을 자동 조절해주는 '무풍 열대야 쾌면' 모드 기능을 추가해 출시했다. 

(출처=123rf)

4차 산업혁명의 동력, 슬리포노믹스

수면 관련 신 직종군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수면 상담원이라는 직업은 수면 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숙면 환경에 대한 정보와 숙면을 위한 제품 등을 추천한다. 몇 해 전부터 1인 미디어 사이에서는 한창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이 유행하면서부터 `백색소음(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이나 수면에 관한 앱만을 만드는 직업군도 생겨났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규모는 약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수면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한 미국은 45조, 일본은 약 9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임이 분명하다.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