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홍차 Black Tea 이야기

2019-03-27 20:09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홍차 Black Tea 이야기

(사진출처=123rf)

영국의 국민차, 홍차(Black Tea). 이차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커피와 녹차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홍차는 우리에게도 커피만큼이나 친숙한 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밀크티 전문점,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의 홍차를 이용한 신메뉴와 같은 것들이 대중이 가지는 홍차의 관심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이제야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홍차는 이미 전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 대표적인 차 중 하나다. 수 세기에 걸쳐 사랑받는 홍차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홍차(Black Tea)의 유래
홍차의 기원에는 다양한 설이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녹차 찻잎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더운 기후에 의해 산화된 찻잎을 우려내어 마셨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고 이것이 홍차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설은 16세기 중엽, 중국이 우롱차를 유럽에 수출하자 유럽에서는 더욱 강하게 우러나온 우롱차를 선호했고 이후 녹차와 우롱차의 차이점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홍차가 'Black Tea'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홍차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설이 있으며 두 번째 이야기가 조금 더 유력한 정설로 통한다.

동양에서는 홍차, 그런데 서양에서는 왜 Black Tea일까?
동양에서는 찻잎이 우러나온 물의 붉은빛을 보고 홍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이 가진 검은 색을 보고 흑차, 즉 Black Tea라고 부른다. 이러한 관점 차이로 인해서 동서양의 호칭이 다르다. 서양에서의 홍차, 즉 Red Tea는 루이보스를 우려낸 차를 의미한다.

영국의 국민차, 홍차
영국인들은 1인 당 하루 평균 예닐곱 잔의 홍차를 마신다. 그들의 티타임은 다음과 같다. 이른 아침에 침대에서 마시는 ‘얼리 티(Early Tea)’, 아침 식사와 함께 마시는 ‘블랙 퍼스트 티(English Breakfast Tea)’, 오전 일과 중 마시는 ‘일레븐 티(Eleven Tea)’, 가장 유명한 오후 일과 중에 마시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잠자리에 들기 전 마시는 ‘나이트 티(Night Tea)’ 까지. 그리고 영국에서는 직장인들이 하루 두 번 반드시 티타임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인에게 홍차는 일상의 친구와 다름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러한 차 문화가 영국에서 시작됐을까?

이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가 아직 영국에서 생소하던 당시, 영국의 왕 찰스 2세(Charles Ⅱ)는 1662년 포르투갈의 공주 캐서린 브라간자와 결혼하게 된다. 그때 캐서린 공주가 가져온 ‘동양의 신비로운 약’인 차와 갖가지 다구(茶具)가 궁정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영국 전역에서 차문화가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 영국은 네덜란드를 통해 수입한 중국의 녹차를 주로 마셨지만, 점차 차의 소비가 많아지면서 그들의 입맛에 더 맞는 발효차를 직접 중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의 취향이 녹차에서 홍차로 바뀐 이유는 단순하다. 영국의 물은 광물질이 다량 함유된 경수여서 차의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

반면, 녹차보다 타닌이 훨씬 많이 함유된 발효차 홍차는 영국의 경수에서도 잘 우러난다. 또한, 물을 식혀 찻잎을 여러 번 우리는 녹차와 달리 홍차는 팔팔 끓는 물에 한 번에 찻잎을 우려내 마신다. 일 년 내내 비가 많이 오고 서늘한 날씨인 영국에서 홍차는 추위를 덜어주는 데 제격이다. 그리고 팔팔 끓인 물이 위생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오염된 식수로 인한 질병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 영국인들은 끼니마다 물 대신 술을 마셨다. 이후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또 다른 문제들이 야기되자 아시아 지역에서 들여온 홍차가 술의 대안이 되었다. 이렇듯 영국인들의 차 문화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여유나 기품, 사교성만을 상징하지 않으며 영국인들의 일상 생활 전반과도 깊은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홍차의 종류
홍차에는 찻잎 배합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하나의 원산지의 찻잎만 있는 스트레이트 티(Straight Tea), 여러 산지의 찻잎을 섞은 블랜드 티(Bland Tea), 이외에 여러 가지 향료나 과일 등을 첨가하여서 만든 향차 정도가 있다. 본인의 기호에 맞게 홍차 본연의 깊은 맛을 원한다면 스트레이트 티를, 끝에서 다양한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블랜드 티를, 좀 더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면 향차를 선택하자.

홍차에서 파생된 음료, 밀크티 (Milk Tea)와 아이스티 (Ice Tea)
밀크티는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를 가미한 음료이다. 흔히 영국인들이 애용하는 홍차로 현재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유의 향과 쓴맛으로 인해 홍차를 마시기 어렵다면 밀크티에 도전해보자. 내키는 대로 각자의 기호에 맞춰서 우유 혹은 두유에 홍차를 일정량 섞으면 밀크티가 된다. 시나몬 가루나 생강과 같은 향신료를 추가하면 더욱 맛이 좋으며 밀크티에 들어가는 찻잎은 맛이 강한 것이 좋다.

아이스티는 차갑게 식혀 마시는 홍차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가루 타입의 인스턴트 아이스티는 영국의 아이스티와는 조금 다르다. 영국 본토의 정통 아이스티는 팔팔 끓여 식힌 홍차에 찬물과 얼음, 설탕, 레몬 등을 기호에 맞게 첨가한 음료를 말한다.
아이스티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냉침으로 찻잎으로 우려낸 물을 잘 밀봉해 냉장고에 오랜 시간 넣어두는 방법이다. 꼭 생수가 아니어도 탄산수나 우유, 더 나아가 와인과 소주 같은 술로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급랭으로 진하게 우린 차에 얼음을 바로 넣는 방법이다. 얼음이 녹아 밍밍해질 수 있으니 본래 넣는 찻물 양보다 적게 넣어야 한다.

홍차, 더 맛있게 끓이는 TIP
모든 차가 그렇지만 맛있는 차는 좋은 물에서 만들어진다. 찻잎이 잘 우러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므로 산소가 적은 정수기 물보다는 수돗물이 홍차를 끓이기에 적합하다.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데는 특별한 기술이나 값비싼 물건은 필요 없지만, 이렇듯 사소한 차이로 인해 홍차의 맛이 달라지니 끓이는 방법과 더불어 유의사항을 살펴보자.

1. 물은 마실 양의 두 배 정도로 준비하여 팔팔 끓인다.
2. 물이 끓는 동안 홍차를 우릴 티 포트에 1T스푼의 홍차 잎을 넣는다.
3. 준비한 찻잎의 양에 맞춰서 공기 방울이 크게 올라올 정도로 팔팔 끓는 물을 붓는다. 이는 찻잎이 물을 머금고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점핑(Jumping) 현상이 잘 일어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이 현상이 많이 일어나면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진다.
4. 뚜껑이나 티코지(Tea cozy)로 포트를 덮어주고 약 2~3분간 우린다.
5. 홍차가 우러나는 동안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미리 찻잔을 예열시킨다.
6. 찻잎이 우러나면 예열에 쓰인 물을 버리고 차 거름망을 이용해 홍차 잎을 제거한 뒤 찻잔에 홍차를 따라준다.
7. 기호에 맞게 설탕이나 우유를 첨가하여 마신다.

티백으로 차를 우릴 때 참고할 사항은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티백을 꼭 세워서 찻잔 속에 미끄러지듯이 넣을 것. 찻잎과 마찬가지로 우릴 때는 3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녹차 티백처럼 한 티백으로 차를 여러 번 우리거나 티백을 넣었다가 빼거나 티백을 꾹꾹 눌러 짜는 것은 홍차의 맛을 해치니 금물이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