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 점심, 아침과 저녁사이 점을 찍다

그 나라의 고유한 음식문화 점심,

아침과 저녁사이 점을 찍다

점심은 글자 그대로 아침과 저녁 사이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간단하게 요기한다는 뜻이다. 점심은 중국 남송시대 한세충이라는 장군의 아내 양홍옥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금나라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장군의 아내가 손수 만두를 빚어 군사들에게 나눠 주었다. 하지만 군사의 숫자가 너무 많아 넉넉히 나눠줄 수 없자 “만두의 양이 많지 않으니 마음心에 점 點이나 찍으십시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요즘이야 기본적으로 우리의 몸이 하루 세 끼에 최적화돼 있지만 서양이나 우리나라 모두 하루 세 끼가 보편화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실록에 의하면 태종 6년에 각 관아에서 점심을 없애라고 지시를 한 기록이 보이고 정조때의 학자 이덕무(1741~1793)가 쓴 <양엽기>에는 조선사람은 조석 2식으로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고 했다.


또 순조 때 실학자인 이규경(1788~1856)은 그의 책<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추분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 점심을 먹지 않고 조식과 석식 두 번만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출처. 미식사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하루 세 끼를 탐닉으로 여겼던 시대

일본의 전통적인 식사 습관 역시 조식과 석식으로 두 번이었으나 메이지 시대 이후인 19세기 말부터 하루 세 끼로 정착됐다. 반면 로마인들은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저녁시간 쯤 그날의 한 끼 식사를 했고, 그 이상 먹는 것을 사치나 탐닉으로 여겼다.


중세의 수도원에서도 아침 미사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하루의 중간에 한번씩 먹었다. 이 때쯤 등장한 단어가 아침식사 즉, 밤새 먹지 못했던 걸 드디어 먹는다 Break the night's fast 는 뜻의 브랙퍼스트 Breakfast이다. 브런치는 브랙퍼스트 Breakfast의 ‘Br' 과 런치 Lunch의 ’Unch'의 합성어로 점심시간 전까지의 식사를 말한다. 요즘은 식생활의 변화로 브런치 Brunch 를 많이 즐긴다. 브런치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식사자리가 아니라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소박하고 정겨운 사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계층이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1740년에는 부유한 가문을 중심으로 조찬 룸 또는 모닝 룸이 출현했고, 19세기에는 귀족들의 아침 식탁에 매일 24가지 음식이 나오는 사치와 낭비가 극에 달하기로 했다. 영국을 비롯해 서양에서의 본격적인 하루 세 끼 식사 습관은 산업혁명 이후인 1830년대부터다.


공장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강해지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하루 세 끼 식사가 자연스럽게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짧아지는 점심시간, 마음에 점만 찍다

경제구조가 복잡한 선진국일수록 점심이라는 개념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 직장인의 평균 점심시간은 15분이다.


63%는 일주일에 한 번, 20%는 일주일에 3~5번 점심을 생략한다. 42%는 점심을 자동차나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때운다.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 직장인의 대부분인 55%는 허둥지둥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미국 직장인 10명 중에 8명은 점심시간이 없다. 그 중 28%는 아예 없고 39%는 책상에서 해결한다. 제대로 점심을 먹는 사람은 19%에 불과하다. 일본은 1983년 33분이던 점심시간이 1993년에는 28.6분, 2012년에는 19.6분으로 짧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 핫도그 등 나이프나 포크,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격식 없이 손으로 먹는 핑거 푸드를 즐기게 된 것이나 일본에서 스시, 덮밥류, 라멘 등과 같은 속성 음식이 발달한 것도 점심시간이 짧아지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것으로 그친다.


이에 반해 지금은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스페인, 그리스, 이탈이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와 라틴문화권에서는 9시에 출근해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간식시간을 갖고, 12시에 업무에 복귀해 오후 2시부터 점심 및 2시간의 낮잠 시간을 갖는 시에스타를 보낸다.


오후 4시 30분쯤에 다시 업무에 복귀해 오후 7시에 퇴근하고 밤 10시가 되면 그때부터 저녁식사 시간을 가진다. 대체적으로 동양에서는 아침을 푸짐하게, 점심과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그러나 최근 우리니라에서는 사회·경제적인 변화로 일찍 출근하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아침식사를 충분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점심을 충실히 먹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서양에서는 아침과 점심을 가볍게, 저녁은 푸짐하게 먹는다.


음식문화는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국민적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문화에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상대적인 특성이 있는 것이다.


출처. 미식사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