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근대 골목 그리고 육개장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얼큰하고 다양한 버전의 쇠고깃국 맛볼 수 있는 도시다. 알고 보면 서울 육개장도 대구 육개장에서 변형된 것이다. 1929년 12월 종합 잡지 <별건곤>에서는 ‘대구가 육개장의 고장’이었음을 알려 주고 있으며,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도 육개장을 대구의 명물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대구에는 깊은 전통을 가진 많은 육개장 전문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배경이었던 대구 진골목에 자리한 육개장 전문점 ‘진골목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한우를 넣어 3시간 이상 육수를 우려낸 뒤 거기에 파를 넣고 푹 끓여낸 대구식 육개장은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서울식과 다르게 대구식 육개장은 결대로 찢어 넣지 않고, 뭉텅뭉텅 썰어 넣는 형태의 고기를 사용한다. 빨간 국물 속 양짓살과 대파에서 뭉근하게 뿜어져 나오는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여기에 곁들여 먹는 깍두기는 육개장과 잘 어우러져 맛을 한층 높여준다. 

1982년 문을 연 뒤,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인과 유림, 문인 사이의 명소로 통했던 미도다방에서의 전통 차 한잔과 함께 역사 속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진골목을 시작으로 종로와 영남대로를 지나면 약령시 한의학 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에서 대구의 약령시가 국내 최초의 도매 의약품 시장으로, 수백 년간 전국은 물론, 일본, 중국, 유럽까지 한약재를 공급해온 세계적인 한약재 유통의 거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근대 골목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코스는 바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항일 시인 이상화 선생과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한 민족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다. 고택을 벗어나면 우뚝 솟은 계산성당이 보이는데, 고풍스러운 건축미로 사진 명소로 통한다. 맞은편의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가파른 계단 길이 나온다.  일명 ‘90계단 길’로 불리는 이곳은 1919년 1,000여 명의 학생이 독립 만세를 외치기 위해 몰래 지나갔던 통로다. 계단 꼭대기, 청라언덕에는 유럽풍의 예쁜 집 세 채가 있다. 1900년 초 미국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지어진 건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배경이 워낙 예뻐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글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