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식당, 40년 전통의 대구 원조 돼지국밥 맛집 착한식당

2019-06-09 22:14

지천에 국밥집이 널려있다. 그러나 이 흔한 음식을 흔치 않은 정성으로 만들어온 40년의 세월. 성화식당의 국밥에는 대구의 근대사가 깃들어 있다. 국밥 한 그릇에 800원 하던 그 시절부터 2018년 현재까지, 성화식당은 여전히 분주하다. 부추 없이도 잡내가 없는 국밥, 토렴식으로 끓여낸 정성, 장인정신. 몇 가지 키워드는 이 흔한 장소를 특별하게 빚어낸다. 누군가에는 인생이며 역사인 장소 ‘성화식당’에서 서태화 여사와 아들 육성민 씨에게 활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맛과 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 돼지국밥 하면 부추를 넣은 국밥을 상상하게 되는데, 성화식당은 특이하게 부추가 없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네요.
어머니
: 부추는 보통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국밥에 넣어 먹어요. 그렇지만 저희 가게는 잡내를 확실히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부추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혹 국밥을 못 드시는 분이 오시면 그분들께 육수를 서비스로 조금 드려요. 그러면 대부분 맛있다며 국밥을 시켜 드시곤 하죠. 그만큼 저희 국밥은 처음 국밥을 맛보는 분들이나 잡내 때문에 거부감을 가졌던 분들도 편하게 드실 만큼 깔끔한 맛을 자랑해요.


그렇다면 성화식당만의 잡내 없애는 노하우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어머니
: 비법은 핏물 빼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돼요. 전날부터 아침까지 서너 번 정도 핏물을 빼고 계속 기름을 걸러요. 이런 수작업 속에서 최적의 육수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통 국밥집은 고기 삶은 물에 육수를 같이 뽑는데, 저희는 육수는 육수대로 뽑고 고기는 따로 삶아요. 고기를 삶을 때는 된장이 들어가지만, 육수에는 소주와 생강만 들어가기 때문이죠. 많이 번거롭긴 하지만 고기를 삶은 물은 쓸 수가 없어서 다 버려요.


과연 착한 식당답게 철저한 원칙이 맛을 만들어내는군요. 성화식당은 토렴식 국밥으로도 유명한데, 이 방식 또한 정성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아들: 토렴식은 6.25 전쟁 때 피난민들 사이에서 대구와 부산에서 많이 보급된 방식이에요. 그 옛날엔 보온 밥솥도 없었고 시장통에서 끓이다 보니 밥도 식고 뚝배기도 식죠. 그렇지만 전쟁통에도 따뜻하게 밥을 먹고 싶잖아요. 그래서 국에 밥을 넣고 통째로 끓여버리면 밥알이 퍼져버려서 맛이 없죠. 그 때문에 차가운 뚝배기에 국을 담았다 빼기를 반복해요. 그러면 밥알과 고기, 국물 온도가 뚝배기와 똑같아지고 밥알에 육수 또한 적합하게 베이면서 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가 됩니다. 이런 방식을 토렴식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이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죠. 많이 번거로운 방식이긴 하지만 정성이 들어야 맛이 있어요.


일반적인 국밥집에는 순대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성화식당에는 메뉴에 석쇠불고기가 있네요.

아들 : 네. 저희 가게의 석쇠 불고기는 대구의 일반적인 석쇠 불고기와 다르게 굽는 과정, 소스, 고기 부위가 달라요. 목 등심이라는 살코기 부위를 쓰는데, 지금은 단가가 많이 올라서 큰 마진을 남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40년째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육수 뽑는 과정을 비롯해 토렴식 국밥까지. 일반 식당에서 그만한 정성을 들이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힘든 부분이 있으신가요?
어머니
: 가장 어려운 게 똑같은 국밥처럼 보여도 사람 따라 다른 식성을 맞춰야 한다는 거예요. 여러 손님이 와서 “내장만 주세요. 살코기만 주세요. 비계 많이 주세요.” 이렇게 따로 주문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모든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고 국그릇을 놓아야 하죠.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정신력이 상당히 필요해요. 요구사항 그대로 맞춰 나가야 손님이 맛있게 드실 테니까요. 이렇게 맞출 땐 상당히 힘들지만, 그릇을 싹 비우고 웃는 손님의 얼굴을 볼 때면 정말로 즐겁습니다.


입소문에 이어 방송을 타고나서 전국에서 찾는 유명 국밥집이 됐는데, 수많은 손님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아들
: 멀리서도 찾아오시는 손님이 참 고맙죠. 그중에서도 호주에서 오신 분이 있었는데 가족이 인천에 있어 대구에 올 일이 없으신데도 불구하고 오셨어요. 자신도 정규 코스를 밟은 30년 경력의 셰프지만, <먹거리 x 파일>에서 저희 부모님이 40년 동안 똑같은 일정을 반복하면서 음식을 정성스럽고 변함없이 내는 데서 감동을 했다고 하시면서 한국에 오면 꼭 저희 국밥을 맛보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 저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방문하시는 분들 뵐 때 제일 행복해요. 젊은 시절부터 단골이었던 총각이 부부가 되어 자식을 낳고 손주까지 본 후에는 온 가족을 데리고 옵니다. 40년 가까운 시간을 같이하신 거죠. 손자, 손녀들이랑 함께 와서 “할아버지가 이 국밥을 먹고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고 말합니다. 음식에 맛만 있는 게 아니고 스토리와 역사를 담고 있다고도 말씀하셨죠.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변하듯이 식당들도 다 변화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전통 방식을 지키는 게 정말 보람된 것이라는 생각해요.


사실상 이미 자리를 잡은 명성 있는 식당이고 연세가 있으신데, 이제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어머니
: 아직은 일이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놓아버리면 제가 살아 가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보통 손님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되면 체인점을 늘리거나 직원을 많이 둬서 몸이 편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을 다 맡길 수는 없죠. 꼭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특히 국밥 양념은 제가 직접 만들어야 해요. 배합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재료 역시 항상 최상품을 가지고 와서 사용하죠. 생강과 마늘도 흠집이 생기면 안 가져와요. 이처럼 제가 직접 까다롭게 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맡길 수만은 없어요.


성화식당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아들
: 주로 기업 전략을 짜고 기업 매출을 올리는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방송에 가게가 소개된 후부터는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와 어머니 단 두 분이 가게를 운영하시기가 힘들어지셨죠. 그래서 회사와 식당을 오가며 일을 병행한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경영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하시는데, 왜 성화식당은 따로 홍보하지 않으셨나요?
아들
: 그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이 “어머니 식당이 이렇게 맛이 좋은데 왜 따로 홍보하지 않냐”고요.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제가 공부와 사업으로 배웠던 것을 저희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식당에는 적용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마케팅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시골식으로 천천히 변화하는 게 이 식당을 지키는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모자가 함께 일하니까 남보다 훨씬 든든하실 것 같아요
어머니
: 아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쏙 빼닮았어요. 그리고 저보다 더 예민해요. 고기를 삶아낼 때는 아버지와 똑같고 저보다 고기를 잘 썰어요. 또 손님들한테 하는 것도 저보다 낫죠. 그래서 귀한 손님 오시면 고기 써는 것과 굽는 건 꼭 아들에게 맡겨요. 본인이 아버지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굉장히 든든하죠.


아들 : 어머니의 한결같은 신념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식성이 다른 손님들의 입맛을 최대한 맞추고, 컴플레인을 거는 손님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노력하는 태도 같은 것 말이죠.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손님 한 분 한 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것이 음식 장사가 최종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성화식당을 운영해나가실 계획인가요?
아들
: 제가 볼 때는 정성이 변하면 맛도 변하는 거예요. 정성 없이 기계처럼 음식을 만들어낸다면, 이 성화식당이 유지되는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이 공간을 식당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희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직업의 귀천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한 부부가 같은 자리에서 40년 동안 국밥집을 했죠. 결국 소비자들은 그 노력을 알아줬고, 후에 미디어가 이를 주목했고, 이젠 우리 국밥을 맛보기 위해서 수많은 곳에서 손님들이 오시죠. 그 노력을 존경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더러 있으시죠. 저는 사회적으로 보기 좋은, 그럴싸한 것을 지향하기보다는 흔한 음식 장사에서도 흔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성화식당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분야든지 존경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