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전에 배부터 채우시죠? ‘서문시장도 식후경’

2017-01-13


서문시장은 활력과 떠들썩함으로 늘 북적댄다. 어깨를 연신 부딪치며 걸어야 할 만큼 붐비는 인파에다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인가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걷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마저 날아가는 듯하다. 각기 다양한 특색을 가진 시장 골목을 돌아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그러나 서문시장을 찾는 재미는 물건을 사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보는 재미가 크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맛있는 먹을거리로 넘쳐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정, 투박하면서 깊은 엄마 손맛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오늘도 서문시장을 찾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놓치면 아쉬운 음식을 맛보러 오늘은 시장 나들이 한번 떠나보자. 단, 이것저것 먹다 보면 배가 뽈록 나올 수도 있으니 헐렁한 티셔츠와 편안한 신발을 신는 센스를 갖추는 건 잊지 말자.




서문시장은 분식의 메카다. 특히 1지구와 4지구 사이, 서남빌딩 뒤쪽 먹자골목, 동산상가 인근의 ‘칼국수 골목’, 일면 ‘누들 로드’라 불리는 이곳은 작은 국숫집이 다닥다닥 붙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다. 국수와 수제비를 주로 판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인데도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장보기를 마친 주부들이나 주변의 직장인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삼삼오오 수다를 떨거나 때로는 혼자서 한쪽 귀퉁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국수를 먹는 손님도 있다. 유명한 곳은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허기진 배를 천 원짜리 3~4장이면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칼국수를 만드는 방식은 어느 집이나 비슷비슷하고 맛도 누가 더 낫고 더 못하다고 할 것 없이 대동소이하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펄펄 끓는 솥에서 얇고 넓적한 면만 따로 삶아 찬물에 한번 헹궈 그릇에 담은 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맑은 육수를 붓는다. 그 위에 부추와 삶은 호박채ㆍ깻가루ㆍ김가루를 듬뿍 얹는다. 안동 건진국수 방식이다. 시장의 넉넉한 인심덕에 곱빼기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

 

대구 10미(味) 중 하나로 꼽히는 납작 만두도 있다. 납작 만두는 만두소의 재료가 당면과 채소뿐인데 밀대로 수차례 눌러놓은 듯 그야말로 납작한 모양이다. 먹는 방법도 색다르다. 속에 넣는 재료가 적은 대신 어슷하게 썬 대파를 올리고 간장과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칼국수와 함께 주문해 먹으면 궁합이 제법 잘 맞는다. 이밖에도 수제비, 비빔밥, 잔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지천이다. 또 최근에는 씨앗호떡, 미니김밥, 수제 핫바, 수제 어묵, 자몽 에이드 등 다양한 먹거리가 점점 더 생겨서 골라 먹을 수 있는 폭이 더 넓어 졌다. 만원 한 장이면 먹고 또 먹고 후식까지 먹을 수 있다.

 

함지박 돈까스, 쟁반칼국수 인기 | 255-7580

‘함지박’은 서문시장에서도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 식당 골목에 위치해 있다. 동산네거리와 큰장네거리 사이에 위치한 서남빌딩 바로 뒤쪽 골목이다. 이 골목은 고등어 정식, 갈비찜 등 각종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는데, ‘함지박’은 그 골목 초입에 있다. 아니면 시장 중간중간에 만남의 광장이라는 글자를 보고 찾아 갈 수도 있는데, ‘만남의 장소 3번’에서 큰 도로가 보이는 쪽으로 걷다 MASS COFFEE(매스커피)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함지박’은 15년째 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해물칼국수, 해물수제비 등을 판매했는데, 9년 전부터는 ‘돈까스’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돈까스’(6,000원)가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꼭 먹는 이곳 대표 메뉴가 됐다. 칼국수가 돈까스에 밀려 2인자가 된 셈이다. 이곳 돈까스는 국내산 등심을 사용해 매일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 사용한다. 하루 150장 정도를 만드는데, 대부분 영업시간 내에 판매가 완료된단다.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는 먹기 좋은 크기로 길쭉하게 썰어 수제 소스와 양배추 샐러드, 밥과 함께 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적당히 소스가 묻은 돈까스는 일단 두께부터가 남다르다. 얄팍한 고기에 빵가루만 듬뿍 묻혀 만든,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주객전도된 돈까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두툼한 고기는 전혀 질기지가 않고 부드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적당히 짭조롬 하면서 새콤한 소스 맛이 조화를 이뤄 이래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돈까스는 5장에 1만원에 포장 판매도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맛볼 것을 추천한다. 각종 다양한 칼국수 메뉴도 있다. 그 중 ‘쟁반칼국수’(6,000원)는 돈까스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물 많은 칼국수가 아닌, 쟁반에 자작하게 담겨 나온다.

 

손으로 민 부드러운 면과 홍합, 게, 쭈꾸미 등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어우러져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게 한다.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 있는 갓 담은 겉절이도 이곳의 자랑. 리필 요청할 필요 없이 먹고 싶은 만큼 덜어서 양껏 먹으면 된다. 금방 지은 쌀밥과 함께 먹으면 딱 좋을 맛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에덴김밥 그날 담근 김치와 함께 먹는 고소한 김밥 | 256-6188

서문시장 5지구 1층 입구 쪽에 위치한 ‘에덴 김밥’은 김밥 좋아 하는 이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30년이라는 역사가 말해주듯 김밥 집을 지키고 있는 이들도 얼굴에 주름이 하나둘 새겨진 할머니들이다.

 

이곳에서는 한 줄에 1,500원짜리 김밥을 주문하면 그날그날 담근 김치가 짝을 이뤄 한 접시에 나온다. 김밥 하면 단무지를 환상의 짝꿍이라 생각했다면 이곳에서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김밥과 김치의 궁합이 이토록 좋았나?’ 싶을 만큼 맛이 조화가 놀랍다. 여기에 우동 국물이 아닌, 물김치가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간식이 아닌 제대로 된 밥 상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게 앞에서는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김밥을 말아 준다. 김에 밥을 올리고, 여기에 깨소금을 쭉 길쭉하게 뿌린 다음 어묵, 햄, 단무지, 달걀지단을 올려 돌돌 만다. 별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이 깨소금이라는 녀석이 들어가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김밥을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입 속에 퍼지고, 여기에 김치를 넣으면 아삭하면서 살짝 매운 맛이 개운한 맛을 낸다. 여기에 시원한 물김치 국물로 마무리 하면 김밥 삼합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포장해 가는 손님들에게도 김밥과 함께 김치를 넣어 주고, 15,000원 이상이면 가까운 거리는 배달도 된다.



 얼큰이 얼큰한 칼국수로 서문시장 국수계 평정

서문시장에 가면 국수로드가 있을 정도로 서문시장과 칼국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런데 서문시장 칼국수계를 평정한 신흥 강자는 2지구 지하 1층에 위치한 ‘얼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은 민병선(43)ㆍ정훈희(40)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얼큰한 칼국수를 앞세워 서문시장을 찾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맛봐야 할 곳으로 통하고 있다.

 

부부는 12년 전인 2003년 무렵부터 동산상가 앞 국수골목에서 얼큰한 칼국수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2지구가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연 2012년부터는 이곳으로 옮겨왔다. 흔히 ‘잘 되던 집도 자리를 옮기면 안된다’고들 말 하지만 ‘얼큰이’는 그런 편견을 보란 듯이 날려 버렸다. 이곳은 점심시간 즈음에 간다면 일단 줄을 설 각오는 필수다. 11시가 될 무렵부터 하나둘 자리가 차기 시작해 12시가 되면 자리는 꽉 차다 못해 대기표를 받을 정도로 손님들이 몰려든다. 좀 자주 오는 단골들은 조금 일찍, 또는 식사시간을 벗어난 시간에 찾는 요령을 발휘한다.이곳에서는 다양한 칼국수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얼큰한 국물을 자랑하는 얼큰이 칼국수와 칼제비, 수제비가 인기다.

 

가격은 모두 5,000원이다. 칼국수와 수제비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는 얼큰이 칼제비를 주문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꽃게, 홍합, 바지락, 쭈꾸미, 새우 등 각종 해물과 칼국수, 수제비가 그릇에 뜸뿍 담긴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왔다. 고명으로 부추, 일명 정구지와 깨소금이 올려 져 있다. 일단 국물부터 맛보니 적당히 얼큰한 하면서도 개운하다. 면발은 부드럽고, 손으로 찢어 넣은 수제비는 야들야들하다. 손님이 많다 보니 해산물 소비가 많고 회전율이 빨라서인지 해산물도 크고 싱싱하다. 들어가는 재료는 해물 짬뽕과 비슷해 보이지만, 짬뽕의 기름진 맛과는 전혀 다르다. 민병선 사장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특별한 건 뭐 없어요. 육수 신경 써서 뽑고요,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라고 했다. 테이블 마다 한 그릇 가득 담아 놓은 오이고추와 필요한 만큼 덜어 먹는 겉절이 김치는 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육수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가 끝나는 시간이다 보니 문 여는 시간은 있어도 문 닫는 시간은 오후 4시가 될 수도 있고 5시가 될 수도 있고 대중없다. 서문시장만 가면 먹고 온다는 각종 블로그 후기가 이해가 된다.


글_맘앤아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