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SE 대가없는 사랑과 행복을 나눕니다

2018-02-03

Academy of Music and Arts for Special Education

대가없는 사랑과 행복을 나눕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자녀를 낳고 돌보는 면에서 인간은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양육되는 시간이 그 어느 동물들보다 길고 훨씬 더 많은 자원과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태어나 바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이모, 손위 동기, 사촌, 이웃사촌까지 나서서 직간접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결국, 아이 하나 바로 키우는 데는 집안 교육,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온 사회의 관심과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통 아이도 이렇게 공을 들여야 할진대 하물며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울 때는 온 사회의 정성이 몇 배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미술과 음악 교육을 통해 이 역할을 잔잔하게 하는 곳이 어메이즈(AMASE: Academy of Music and Arts for Special Education)이다. AMASE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단체로 샌디에고와 노스웨스턴 대학에 챕터를 두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 미술, 음악 전공자인 선생님들과 장애아동, 그리고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곳, AMASE의 설립자인 Ms. Janelle Korea와 샌디에고 챕터 총디렉터인 정연수 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얼마 전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사진 한 장이 뉴스에 올라왔다. ‘집값 때문’에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 앞에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이었다. 정말 무릎을 꿇어야 했는가를 논하기 전에 무릎을 꿇을 정도로 그들에겐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것이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 박힌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치우친 생각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교민 사회도 마찬가지다.

장애 아동은 남에게 (더 솔직히는 나에게) 폐를 끼친다는 인식과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모든 차별의 시작이다. 장애 아동은 비장애 아동과 어울리기 어렵기 때문에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온다. 그렇다면 장애 아동은 커서도 이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장애를 훈장으로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장애를 주홍글씨로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없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AMASE는 장애 아동들에게 미술과 음악을 통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 건강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랑과 소망을 나누는 비전을 가진 비영리 단체이다. 이곳을 찾는 장애 아동의 대다수는 자폐 아이이지만 다운증후군, 시각 장애, 발달 장애, 지체 장애, 지적 장애, 혹은 미약한 발작증세가 있는 아동도 많다.

실리콘 밸리의 본부부터 샌디에고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챕터까지 AMASE에서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은 놀랍게도 현직에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음악가와 미술가들이다. 설립자인 Ms. Janelle Korea도 비엔나에서 첼로를 공부했고, 샌디에고 챕터 총디렉터인 정연수씨도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예가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AMASE의 설립자인 Ms. Janelle Korea의 한국 이름은 백재은. 오래전 남편과 시민권을 따면서 라스트 네임을 한국인임을 알릴 수 있는 Korea로 바꾸었다 한다.

AMASE의 시작은 첼리스트인 현재 이화여대 음악대학 배일환 교수가 스탠퍼드 대학에 교환교수로 왔던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이미 온누리사랑챔버라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장애 학생들과 함께 한국과 해외에서 연주와 공연을 하고 있던 배 교수의 제안이 작은 씨앗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주변 지역의 음악가들이 모여 연주뿐만 아니라 보다 의미 있는 일 – 장애 아동과 함께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 후 2006년 ‘Beautiful Mind’라는 음악으로 봉사하는 모임의 결성이 본격적인 AMASE 활동의 시작이 되었다.

(Janelle Korea, AMASE Founder)
“AMASE는 배일환 교수님의 주도 아래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사절로서 활발한 공연을 하는 ‘Beautiful Mind’와 그 뿌리를 같이 하지만 ‘교육’에 더 중점을 둡니다. AMASE는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장애 아이들을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줍니다. 그것 자체가 기쁨이자 AMASE의 목표이기도 하지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언가를 꼭 극복(해야)하는 그런 역경 스토리를 발굴해 내기 위함이 아니랍니다.”

장애 학생들이 단지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고 싶다면 근처의 학원에 가면 될 텐데 굳이 AMASE로 발걸음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정연수 샌디에고 챕터 디렉터) 
“우리 사회에서 장애 학생들은 이미 ‘해도 안 되는 애들’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의 틀에 갇혀 있어요. 이 아이들의 능력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시작도 해보기도 전에 한계가 그어져 버리고 다른 것을 배울 교육의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특히 음악이나 예술 분야는 더 그렇죠. ‘제 몸 하나도 못 가누는 아이가 무슨 음악을 혹은 그림을’ 하냐고 시작도 해보기 전에 거절당하는 게 현실이에요. 맞습니다, 음악이나 미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을 위한 곳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현직 음악가나 미술가라니 혹시나 예술가들의 자기만족과 자기도취에 기댄 그런 일회성 활동이 잘 포장된 것은 아닐까도 궁금해졌다.


(Janelle Korea, AMASE Founder)
“AMASE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모두 자기를 철저히 내려놓으신 분들이지요. 순수한 자원봉사자로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분들이지요. 행여라도 예술가로서 가질 수 있는 권위의식이 있다면 그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답니다. 물론 AMASE에도 커리큘럼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커리큘럼을 곧이곧대로 모든 아이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예를 들면, 자폐 아동은 자폐 아동대로, 다운증후군 아동은 다운증후군 아동대로 장애 정도에 따라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역할을 선생님이 합니다. 그래서 장애 아동 한 명을 위해 특수 교육에 관련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한 명 한 명이 가진 장애를 파악해서 그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주어야 합니다.”



AMASE에서는 한 학기, 혹은 일 년 내내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도레미’ 소리를 내기 위해, 혹은 신체장애로 인해 손놀림이 어려우면서도 동그라미 하나 제대로 그리기 위해 선생님과 아이가 애를 쓰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이 “장애가 있는데도 하네”가 아니라 서로가 하나가 되어 같이 다음 세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선생님들은 관찰과 소통을 통해 “네가 얼마큼 하는지 일단 보고 시작해보자”가 아니라 “우리는 이만큼 할 수 있으니 가보자”라고 아이들을 격려한다. 가장 쉽게 빠지는 ‘장애 아동은 못한다’는 편견을 제일 먼저 거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AMASE를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은 9~12학년의 고등학생과 장애 아동을 맺어주는 ‘High School Buddy System’ 이다. 같은 수업을 들어도 장애의 종류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수업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이 다르기 때문에 장애 학생과 음악이나 미술에 소질이 있는 고등학생이 일대일로 팀이 되어 원활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데 장애로 인해 활을 잡지 못할 경우 수업시간은 물론 수업 전후에도 고등학생 형이나 누나가 그 아이를 전담해서 활을 잡는 법을 계속 연습시키고 도와준다. ‘High School Buddy System’에 들어오기 위한 경쟁은 제법 치열하다. 왜 이곳에서 자원봉사하고 싶은지 에세이도 써야하고, 본인이 하는 악기로 한 곡을 연주해야 하고, 적극성을 보기 위해 선생님들 앞에서 노래도 해야 한다.

그리고 학기 전에 이런 고등학교 youth volunteer들을 위한 특수교육 세미나에도 일주일 동안 참가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장애우를 주변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고등학생들은 처음에는 기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 학생과 함께 하면서 배려하는 것을 배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둘은 친구가 되어 있다. 장애 아동도 선생님이나 부모의 말보다 고등학생 형이나 누나의 말을 더 따르기도 한다.



(정연수 샌디에고 챕터 디렉터)
“AMASE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High School Buddy System’을 통해 맺어진 고등학생과 장애 학생 간의 유대감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통해 youth volunteer 자신도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죠. 바쁜 고등학생들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다른 아이를 위해서 쓰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고, 나보다는 내가 맡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위해 내 시간을 희생하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이런 학생들이 다음 세대를 이끄는 차세대 리더가 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리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특히 한국 (교민) 사회에서 장애는 부끄러운 일이다.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장애우가 주변에 혹은 이웃에 있으면 우리가 손해 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기에 함께 하는 자리도 되도록 만들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 주변에, 내 이웃에 장애 학생이 있다면 함께 키우지는 못할지언정 지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닐까. 사회의 성숙도를 보는 지표 중의 하나가 장애우에 대한 시각이다.



(Janelle Korea, AMASE Founder)
“장애는 불쌍한 것이 아닙니다. 이곳 AMASE에서 악기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이룬 것으로 단순하게 치부되지 않기를 바래요. AMASE는 함께 하는 교육, 같이 어울릴 기회를 미술과 음악 교육을 통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둡니다. 이 아이들만의 축복이 있어요. 어느 전문 뮤지션의 연주보다, 어느 전문 화가의 그림보다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울리고 치유하는 은혜가 이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엔 진정한 기쁨이 있습니다. 꼭 AMASE일 필요는 없습니다. 비슷한 단체가 많이 만들어져 보다 많은 장애 학생들이 음악과 미술 교육의 기회를 갖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미합중국 헌법 제14조에는 평등권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런 것을 거론하지 않아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이 말에는 기회의 평등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교육 기회의 평등은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그 기회를 주고자 화려한 무대에서의 연주와 멋진 갤러리에서 펼치는 전시회를 뒤로하고 AMASE에서 봉사하는 음악가와 미술가, 장애를 가진 낯선 아이를 동생 삼아 구슬땀을 흘리며 수업을 도와주는 어린 고등학교 youth volunteer들, 그동안 쓸모없다며 놀림 받고 숨어 지냈던 아이가 연말 콘서트 무대에서 일 년 동안 배운 ‘도레미’를 자신있게 치고 내려오며 짓는 그 환한 웃음에 마음이 치유되는 부모들. 한 사회는 이렇게 함께 더불어 살며 성숙해진다.

AMASE에 대하여 더 알고 싶으신가요? 음악가와 미술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AMASE가 될 수 있습니다.


Ms. Janelle Korea, Founder
(408) 568-7338
info@amase.us
정연수, 샌디에고 챕터 총디렉터
(408) 966-0062
info.amasesd@gmail.com


글 Sarah Chung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