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진학, 이상(理想)보다는 현실(現實)

2018-01-21

미국 로스쿨 진학,
이상(理想)보다는 현실(現實)

미국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변호사가 되기 위한 핵심 자질과 성향, 학부 전공 선택, 학비와 제반 비용을 고려한 현실적 계획, 그리고 로스쿨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이전의 직장 경험 등 로스쿨 진학 시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 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개인의 자질과 성향, 학비와 제반 비용을 고려한 현실적인 계획
로스쿨 진학 여부를 결정할 때는 졸업 후 취업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는 교육에 있어서 맹목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에 그런 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교육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2008년 세계 경제 침체를 겪으면서 좋은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특히 로스쿨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 변호사로서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기보다는 로스쿨 3년 동안의 학비를 고려하여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등록금이 평균 6만 불, 생활비와 책값까지 8만 5천 불 정도로, 3년이면 25만 불이 넘게 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본인의 자질과 관심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해야 함은 물론,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써 로스쿨에 진학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변호사의 길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흔히 부모들은 자녀가 말을 유창하게 잘하면 ‘변호사 하면 되겠다’고 합니다. 혹은 공부를 잘하는 문과 학생이 분명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경우, 학부 졸업 후 진로 결정을 미루는 방편으로 로스쿨 진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자칫 차후에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로스쿨 과정 중에, 혹은 변호사로 취업한 후에 ‘변호사의 길이 과연 나에게 맞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변호사가 진로 결정에 대한 후회와 회의 때문에 상담을 요청합니다. 


한 예로, 인권 변호사의 꿈을 품고 변호사가 된 학생이 로스쿨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로펌(law firm)에 입사한 후, 본인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대형 회사들의 법률문제들을 다루느라 격무에 시달리면서 심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로스쿨 과정 중에 생각이 변하거나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 학교를 마치지 못하기도 하고, 졸업 후 높은 연봉으로 로펌에 취직한 경우에도 다수의 변호사가 3년 이내에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좋은 로스쿨에 진학하면 취직과 인생의 많은 부분이 해결 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성급한 결정으로 자칫 결실은 보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유념하여,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적성과 자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봄은 물론, 학비 및 제반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세우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핵심 자질과 성향
변호사의 길이 본인에게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성향이 무엇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능력

2.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글을 논리 정연하고 간결하게 쓰며 문제의핵심과 해결책을 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

3. 치밀하고 정확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 즉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따지는 성향. (예를 들면, 몇백 장 분량의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입니다.)

4. 격무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인내력.

5. 본인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도 최고가 아닌 것에 대해 절망하지 않는 정신적인 건강함과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 줄 아는 좋은 습관.


이 다섯 가지와 더불어 하나를 더꼽는다면 그것은 공감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변호사로서 고객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이해가 있어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위와 같은 자질이 비단 법조계에서만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기본 자질이자 일을 대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다만, 논리적인 글쓰기 능력은 법조계에서 특히 강조되는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한다면 사실상 변호사의 (특히 소송변호사의) 길과는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취업에 유리한 학부 전공과 로스쿨 진학 전 직장 경험의 중요성
매우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이 매년 로스쿨에 입학하기 때문에 로스쿨 진학(admission)에 특별히 유리한 전공과목이 없는 것처럼 보일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미국 로스쿨(Admissions Offices)의 공식 입장이며 매일 로스쿨 재학생들을 만나 진로를 상담하는 저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 후 로펌 취업률에는 전공과목의 영향이 확실히 있습니다. 


특히 학부 졸업 후 직장 경험 없이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일수록 로펌 취업에 학부 전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성적이 비슷한 로스쿨 졸업생들의 경우, 이공계 (특히 공과대학) 출신 학생들이 여타의 인문계 학부 졸업생들보다 단연 유리합니다.


IT 시대에 발맞춰 변호사업 분야도 더욱 세분화되면서 테크놀러지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대 출신 변호사는 아직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회계학, 경제학, 수학 또는 통계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로펌 취업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학 전공 학생이 학부 졸업 후 투자 은행(investment banking)이나 경영 컨설팅 분야의 일을 2~3년 정도 하고 로스쿨에 진학했다면 로펌 취업이 더욱 용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전문가 조직에서 일해 본 학생은 사무에 대한 기본자세가 되어 있고 본인의 일에 대한 투철한 책임 의식과 공사(公私)를 구분할 줄 아는 판단력이 체화되어 있는 검증된 인재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장 경험 없이 학부 졸업 후 곧바로 로스쿨에 입학한 인문계 학생들은 취업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뉴욕 소재 유명 로펌의 신입 변호사 취업률이2.2%라고 합니다. 또한, 학교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최상위 로스쿨 졸업생의 과반수가 로펌에 취직합니다. 이렇게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는 작은 차이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로스쿨 졸업후 로펌 취업을 꿈꾼다면 로스쿨 입학 전에 적어도 2-3년 정도의 직장 경험을 가질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변호사의 길에 로펌 취직만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제 개인적으로 모든 법학도가 로펌 취직을 지향하는 것을 권장하지도 않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인권 변호사와 같은 공익 변호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많은 로스쿨 졸업생들이 로펌 취직을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있고, 또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실질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여, 로스쿨 진학 시 고려 사항들을 장래 로펌 취업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술하였습니다.


다음에는 구체적으로 로스쿨 진학 후의 취업 준비 과정과 요건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변호사 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는 미국 로스쿨 준비 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협회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 (Pre-Law: Preparing for Law School, https://www.americanbar. org/groups/legal_education/resources/pre_law.html) 그 중 본문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정보 몇 가지를 아래에 정리하였다.


■ 로스쿨 지원 상담사 (Pre-Law Advisor)

미국의 많은 대학에는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을 도와주는 로스쿨 지원 상담사가 있다. 이 상담사는 로스쿨 지원과정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로스쿨 진학에 도움이 되는 학부 과목들을 추천해 주고 법 관련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 로스쿨 진학을 위한 재정 계획

로스쿨 진학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의미 있는 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용이 절대 만만치가 않기 때문에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금융기관 혹은 정부의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대출액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졸업 후 오랫동안 대출금 상환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로스쿨에도 의외로 학생 장학금(scholarships), 학비 보조금(grants), 연구 장학금(fellowship) 등의 학비 보조 프로그램들이 존재하므로, 성급히 대출을 받기 전에 이용 가능한 학비 조달 방법들을 최대한 알아보고 지원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졸업 후 대출금 상환에 있어서도 공익/공무 관련직 종사자들을 위한 대출금 면제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한 지원 제도가 존재하므로 꼼꼼히 알아보고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다음은 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제공하는 학자금 대출 상환 및 면제 프로그램 정보이다. 해당 웹사이트(Student Loan Repayment and Forgiveness: Student Loan Assistance, https://www.americanbar.org/groups/ legal_education/resources/student_loan_repayment_and_forgiveness.html)를 방문하면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미 교육부 학생 지원 제도 (U.S. Department of Education Resources)

-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 (Federal student loans)

- 소득 기반 대출 상환 계획 (Income-Based Repayment Plan)

- 공무원 대출 면제 프로그램 (Public Service Loan Forgiveness Program): 공무직에 10년 근속 시 연방정부 대출금을 면제

- 원천징수 상환 계획 (Pay as You Earn Repayment Plan)


• 전국 소비자법 센터 (National Consumer Law Center)

- 학자금 대출자 보조 프로그램 (Student Loan Borrower Assistance)

• 대출 상환 보조 프로그램 (LRAPs: Loan Repayment Assistance Programs)

- 로스쿨 보조금: 공익 관련직 종사자에게 제공되는 대출 상환 보조 프로그램으로 미국 내 100개 이상의 로스쿨에 제공되고 있음

- 주 대출 상환 보조 프로그램 (Statewide Loan Repayment Assistance Programs): 주(state)에서 공익 변호사들에게 제공하는 대출 상환 보조 프로그램


글 김민지 변호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