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해 쉼 없는 오늘을 사는 요리사업가 이재훈 셰프

나태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해 쉼 없는 오늘을 사는 요리사업가 이재훈 셰프


한여름 땡볕에 개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쉴 새 없이 먹이를 나르고 집을 짓고 있다. 한편, 베짱이는 나뭇잎 위에 앉아 깽깽이를 켜며 한가로이 화창한 여름날을 즐기고 있다. 추운 겨울이 오자 개미들은 따뜻한 집 안에서 저장해 둔 음식을 먹으며 무사히 겨울을 나지만, 베짱이는 눈보라 속에서 헤매며 고통받는 것으로 여름날의 나태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근면의 중요성을 살벌하게 가르치는 이 우화를 두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 이가 있다. 겨울은 논외로 하고, “알고 보니까 이 베짱이가 이전에 굉장히 열심히 살아서 돈을 많이 모아 놓고 그래서 여름에도 놀 수 있게 된 거예요.” 당연히 이 베짱이는 겨울에도 보란 듯이 잘 산다. 12월의 표지를 장식해 준 셰프 이재훈은 이런 성공한 베짱이를 꿈꾼다고 한다. 준수한 외모만큼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그의 스토리를 들어보자.


요리 실력과 더불어 뛰어난 사업가적 감각으로 무려 6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 셰프로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근황을 물었다.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요리하고 식당 운영하는 것 외에도 쿠킹 클래스라든지 메뉴 개발, 잡지 촬영, 홈쇼핑, 컨설팅 등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월요일날 식당에서 일하는 걸 빼놓고도 미팅만 한 달에 50개 이상은 하는 것 같아요. 방송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다른 일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원래는 올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저를 좀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계획을 좀 미뤘죠. 그래도 차후 몇 년 안에는 꼭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해 볼 생각이에요. 마침 최근에 뉴욕 쪽에 오픈된 떡 매장이 있는데요. 그 떡 사업에 참여하게 되어서 뉴욕에 가게 될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겸사겸사 유학 준비 차원에서 둘러보기도 하려고요.


하루 24시간을 꼭꼭 채워 살며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재훈. 실력파 이탈리안 셰프로서 굳건한 입지를 확보한 그임에도 단순히 ‘셰프’ 라고만 칭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다. 야심 차고 대담한 사업가의 면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업가적 기질을 알아본 탓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사람에게서 함께 일을 도모해 보자는 러브콜이 온다고 한다. 그런 요청과 제안들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제 이미지가 잘못된 쪽으로 소비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가 지향하는 자신의 이미지는 ‘자수성가’라고 했다.


‘Excentric’함으로 이루어 낸 자수성가(自手成家)

사전적인 의미의 ‘자수성가’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 자기 힘으로 벌어 살림을 이루고 재산을 모아 성공한 것”을 일컫는다. 요즘은 워낙 살기가 팍팍하다 보니, 때로는 스스로 힘들게 성공을 이룬 이미지보다 오히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스럽게 주어진 경제적 부를 누리며 사는 계층을 뜻하는 ‘금수저’라는 이미지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 삶의 모든 부분이 ‘자수성가’라는 말로 대변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하게 자기 힘으로 부를 이루거나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죠. 무엇보다 기회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이니까요. 전 그래도 여전히 자수성가의 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똑같이 주어져 있으니까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열심히 살면 꿈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고 믿죠. 영어 단어 중에 ‘excentric’이라는 단어가 있잖아요. 제가 그 단어를 아주 좋아해요. 

그단어의 뜻을 보면, 앞에 ex는 ‘바깥으로(out of)’를 뜻하고 centric은 ‘중앙(center)’을 뜻하죠. 직역하면, ‘중앙에서 벗어나 있다(out of center)’는 뜻으로, 별나고 기괴하다는 뜻인데요. 성공한 사람 중에는, 사회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상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서울대에 가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밥을 갈아 먹으며 공부했다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칫 화려한 결과만 보고 그 뒤에 그런 노력이 있었는지를 보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이재훈 셰프는 살면서 ‘독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여동생조차도, “오빠 진짜 지독하다. 난 오빠처럼은 못 살 것 같아.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살아?”라고 했다. 유학 전, 한국에서 일할 당시 그는 유학을 결심하면서, 낮에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했으며, 월급의 90% 가까이를 저축하여 학비를 마련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2년 동안도 빠듯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쓰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삶을 계속했다. 그가 그렇게 지독하게 살아온 건 그의 목표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던 탓도 있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룸메이트였던 친구한테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유학비도 겨우 마련해서 유학을 온 상황이었는데, 쉬는 날 싸구려 독일 맥주를 달걀 후라이랑 먹으면서 했던 말이, “나는 한국 가면 레스토랑을 5-6개는 할 거야. 카페도 할 거고.” 였어요. 그렇게 뭐도 할 거고 뭐도 할 거고 한 달에 얼마를 벌 거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형은 지금 돈도 한 푼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망상적인 꿈을 꿀 수가 있어?” 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는 자신의 목표를 한 번도 축소하거나 굽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정하는 데 있어서, 목표로 하는 삶은 정상적인 삶에서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올라가 있는 이상적인 삶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삶을 살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의 평범한 말이 남다르게 들리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노력의 크기가 excentric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동생에게서 “오빠,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듣는다는 그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를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셰프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 이탈리아 유학 생활

그는 20대 초반에 요리를 시작했다. 운 좋게 군대를 취사병으로 다녀온 뒤, 5년 정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세 곳에서 보조 요리사로 일하며 요리를 배우고 경력을 쌓았다. 배우는 재미가 커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일이 재미있고 좋기는 했는데, 새로운 걸 해 보기가 어려웠어요. 예전에는 처음에 메뉴를 정하면 레스토랑 문 닫는 날까지 계속 그 메뉴만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음식을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매우 컸어요. 또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데, 이탈리아 말 한마디도 못 하고 해산물 파스타, 카르보나라 이런 것만 만들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를 과연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죠.


28살에 이탈리아로 떠나 2년 동안 그곳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성장해 나갔다. 로마보다는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를 배울 수 있는 토스카나(Tuscany)를 택했다.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라는 학교와 여러 레스토랑에서 배우고 실습하면서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를 차분히 익혀나갔다.


매일 아침 이탈리아어로 매일 다른 메뉴를 딱 한 번 설명해 주는데, 그걸 알아듣고 제대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고, 덕분에 많은 요리를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보람찼던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 있었으면 가족, 선배, 등등 생각할 부분이 많았겠지만, 유학 생활 동안에는 오직 저 자신과 요리만 생각했어요. 주말마다 햄버거 하나를 손에 들고 먹으며 낯선 곳들을 여행했고요. 저 자신을 온전히 되돌아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2년의 유학 기간을 마치고 그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울면서 언덕을 내려오는데 그의 애마였던 자전거(그는 이 자전거에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말 이름인 ‘로시난테’를 붙여주었다)의 체인이 끊어지더란다. 그는 자신과 친구처럼 함께 했던 자전거였기에, ‘너도 헤어지기 싫은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 끊어진 체인이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완주한 사람이 결승선을 지나며 끊는 테이프 같은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의 진짜 의미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이탈리안 셰프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강남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헤드 셰프(Head Chef: 수석 주방장)로 2년 정도 일한 후,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카델루포(Ca' Del Lupo)’로 옮기게 된다. (당시에는 그의 소유가 아니었다.) 인정받는 셰프로 주방을 진두지휘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만든 메뉴를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났을 즈음, 그 레스토랑의 소유주가 가게를 처분한다기에 바로 인수하여 ‘이재훈 표 카델루포’를 오픈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에노테카 친친, 비스트로 친친, 친친 그란데 등 총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된다. 6개나 되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는다는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기본적으로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믿어야죠. 물론 모든 직원을 똑같이 신뢰한다는 얘긴 아니에요. 각 직원을 잘 지켜보면서 그 사람을 신뢰하게 되는 분야에 신뢰하는 만큼의 일을 맡기는 거죠. 또 저 혼자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매장을 맡아서 잘 이끌 수 있는 리더를 찾아내는 일도 중요해요. 전 어떤 사람이든지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믿거든요. 어떤 리더를 염두에 두고 가게를 만들때는 그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살릴 수 있는 가게를 만들어요. 

만약에 어떤 직원이 굉장히 사교적이고 사람들과 얘기도 잘 하지만 요리는 못한다면, 그 친구한테는 바(bar)같은 걸 만들어서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고, 대신 정말 요리 잘하는 셰프를 붙여주는 식이죠. 저희 직원들 누구나 다 제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하나씩은 갖고 있어요.


각 매장의 리더를 믿고 맡긴다는 것이 그 자신은 매출 관리만 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오너(owner)로서 그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A라는 공간에 어떻게 사람이 채워지도록 할 것인가, 어떤 컨셉으로 어떤 음식을 제공해야 할까,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장 책임자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매출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지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새 매장을 오픈할 때는, 매장 위치, 인접 지역, 고객층 등을 고려해서 제가 직접 컨셉을 잡고 메뉴를 정해요. 그리고 영업을 시작한 후에는 매장 책임자들에게 두 달에 한 번씩은 새 메뉴를 개발해서 내놓도록 하고요.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니에요.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서 선보였는데 깨끗이 빈 접시가 돌아오는 걸 보는 건 셰프에게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니까요.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고객분을 만나면 정말 감사하고, 셰프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되죠. 유동 인구도 적고 주차하기도 어려운 까델루포가 유지되고 있는 건 거의 100퍼센트 단골 손님들 덕분이예요.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그만의 방식이나 비결이 있는지를 물었다.


옛날에 먹었던 음식의 느낌에 대한 기억, 전에 여자친구랑 다녔던 곳들에 대한 추억, 봤던 영화나 전시회, 혹은 재밌게 봤던 쇼 프로그램, 만화 등등 저의 모든 경험에서 요리가 나와요. 요리책을 펴 놓고 요리를 만들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일상적인 생활 속 모든 소소한 일들이 저한테는 다 하나의 레시피처럼 머릿속에 있고 그게 중간중간 나오는 거예요.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어떤 레시피가 나올 수도 있죠.


셰프들은 많은 경우, 세월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고 명성이 쌓이면 그 명성에 걸맞게 나만의 요리,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 같다. 그리고 그 요리의 희귀함 만큼 가격도 높게 설정하여 고급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가까이 요리를 해 온 인정받는 이탈리안 셰프 이재훈도 그런 욕구가 있을까궁금했다.

제가 그런 요리를 별로 즐기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요리를 해요? 제가 좋아하고 남들이 좋아할 수 있는 걸 해야죠. 전 평범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중들이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특정 계층에게 맞는 고가의 요리만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제 철학과 맞지도 않을뿐더러, 철저하게 사업성 측면에서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런 걸 고민해야지 요리 콘테스트를 하는 식당이 되어서는 안 되죠.


사업가 셰프로서 이재훈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서비스 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결과 고객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동시에, 이윤을 낼 수 있는 식당, 수익을 낼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도 여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많은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오너로서 당연히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잠을 줄여 가며 쉴 새 없이 뛰어 왔고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저는 마음을 먹고 하면 무조건 끝을 봐요. 제가 신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야 성공일 때도 있고 실패일 때도 있었죠.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걸 완벽하게 믿는 사람 중에 하나거든요. 우리가 피겨 스케이팅을 좋아해서 오늘부터 1만 시간을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 보자고요. 하루 24시간 중의 15시간을 매일 2년 동안 연습하면 대략 1만 시간을 채우겠네요. 그러고 나면 우리가 김연아가 되어 있을까요? 그럴 순 없겠죠. 

하지만 1만 시간 뒤에는 어떤식으로든지 분명히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있을 거예요. 체력적으로든 마음의 자세든, 아니면 대인 관계든 여러가지가 그런 노력 후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1만 시간 후에 김연아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1만 시간까지 노력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너무 열심히 사는 그를 보면 당연히 어마어마한 야망의 소유자일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얘기하는 자기 꿈은 의외로 참 평범했다. 아니 어쩌면 너무도 현실적인 그이기에 꿈조차도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평범한 행복, ‘나태할 수 있는 삶’이라는 꿈의 무게

제 꿈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태한 삶을 즐기는 거예요. 여자친구든 아내든 좋은 곳으로 함께 여행 가서 날씨가 좋으면 좀 걷다가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고 들어와서 좀 쉬기도 하고, 커피 마시다가 서로 얼굴 보면서 그냥 웃고, 저녁에 와인 한잔하다가 같이 잠들고 … 맛있는 거 먹으러 돌아다니는데 불편이 없고, 누가 아프거나 하면 병원비 낼 수 있고, 그런 삶이요.


참 평범한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참 꿈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저 크지 않아 보이는 꿈이 결코 이루기 쉬운 것이 아님을 우리가 아는 까닭이다. 그도 이 사실을 알기에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다. 하루하루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나태한 삶에 좀 더 빨리 가까워질수 있을 거라는 바람과 믿음에서다. 또한, 그는 기회란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기회들로 정신없이 바쁠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하다고도 한다.


워크홀릭(workaholic: 일 중독)이 안타까운 이유는 그들이 간혹 어디를 보고 달려가는지를 잊은 채 무작정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벌어 보면 돈을 더 벌고 싶게 되고, 그러다 처음에 자신이 왜 돈을 벌려고 했었는지를 잊어버리게 된다. 목적을 잊고 그 수단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비극이 생기지않도록 이재훈은 수시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되새기며 일한다. 셰프로서 그는 더 열심히 요리하며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일본으로든 미국으로든 유학을 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는 계획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가로서는, 떡 사업과 연계하여 뉴욕 진출을 눈앞에 둔 그가 조만간 설렁탕 전문집 ‘진심’도 곧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강조한다. “여유롭고 편안한 삶은 얻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누가 그런 삶을 그냥 공으로 주겠습니까?” 그가 멋진 이유는 그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삶의 무게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글 Juyoung Lee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