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종이의 상처를 치유하다 미니멀회화 작가 김완

2018-01-01

빛, 종이의 상처를 치유하다 미니멀회화 작가 김완

칼로 자른 종이들의 단면에서 애절한 애절함을 느끼고, 그 단면이 상처라고 말하는 김완 작가는 그 상처를 더 드러내고 만지며 치유하여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그는 평면성을 띄는 나약한 선을 강하고 입체적인 선으로 변화시켜 미니멀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했다. 그리고 그 강한 단면에 빛과 공간을 그려 넣어 미니멀회화의 정신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베이징 상상국제미술관의 기획전, 신세계갤러리 본점의 기획전에 참여했고 미국 뉴욕 첼시 에이블파인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는 등 요즘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김완 작가. 그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내는 종이의 상처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사진으로만 작품을 접하다가 실제로 보니 굉장히 입체적인 작품이네요. 작가님의 작품관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네. 제 작품들을 사진으로 접하면 평면 추상으로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입체적이죠. 작품관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제 작업 과정을 짧게 설명하자면, 보통 편평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지만 저는 종이를 자른 후 붙여 종이의 단면이 쌓인 부분에 채색합니다. 종이 한 장의 단면은 연약하죠. 그러나 수많은 단면이 모이면 더 단단해집니다. 저는 이렇게 단단해진 종이의 단면 위에 그림을 그려요.

그리고 저는 칼로 자른 이 종이의 단면이 ‘종이가 드러낸 상처’라고 생각을 해요. 저의 상처이자 세상의 상처이기도 하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처 그 자체가 아닐까요? 단적인 예로, 말 한마디로도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상처가 현대예술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작품에 잘 담아내는가 하는 것이 바로 현대예술이고, 저는 그런 예술을 하고 싶어요.


상처를 어떻게 작품으로 풀어내시는지?
저는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이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생긴 이 크나큰 상처들을 숨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처절하게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애절하고 슬프지만, 그 상처가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니까요. 마치 슬픈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듯이요.



그렇다면 주로 상처와 관련된 작품 활동을 주제로 하시나요?
꼭 상처만을 주제로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제 작품이 평면 추상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런 방식으로 하늘도 그리고 바다도 그리죠. 제 작품 중에는 감옥 속에서 바라보는 하늘, 창밖 등 ‘희망'과 ‘빛’에 대한 시리즈가 있어요. 그리고 거의 제 작품의 모든 제목에는 ‘만지다'가 들어있습니다. 만진다는 것은 ‘살아있다’ 혹은 ‘살고 있다’라는 뜻이죠. 그리고 빛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리워한다’라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처뿐만 아니라 빛 등 여러 가지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특이한 과정의 작품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이런 스타일의 작품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에요. 저도 20대 때는 유화, 수채화 등 다양한 서양화 재료로 작품활동을 했어요. 대부분의 서양화 작가처럼요. 그렇게 활동을 쭉 해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독창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 보여주기 식의 그림보다는 나를 위한 그림을 그리자는 생각이 절실했죠.

그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0대 중반부터 동양화 공부를 시작했고,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시작됐어요. 10년 정도의 공백기 동안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를 닮은 선’을 찾기 위해서요. 그러다 우연히 까칠한 이 선을 찾았고, 지금의 작품 스타일이 탄생했죠. 이런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한지는 이제 12년 정도가 되었네요.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최근 몇년간은 참 이룬 것들이 많은 기분이에요. 2014년에는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어요. 그리고 작년에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제 작품을 구매해갔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월부터 11월 26일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름만 알려진 것만이 아니라, 잘 팔려서 더 기분이 좋았죠.

그리고 제가 소속된 갤러리는 팔조라는 곳인데 저는 이곳 팔조의 전속작가를 자처했어요. 관장님은 예술적으로 교감할 줄 아시는 분이죠. 일적으로 만났지만, 상업적인 느낌이 아니라 저보다 더 제 그림을 더 아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곳에 소속된 작가들도 저와 비슷한 예술관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공감대가 잘 형성돼요. 그래서 앞으로도 쭉 이분들과 함께 작품활동을 하며 발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돌아왔지만 제대로 왔다”라는 말이 정답일 것 같네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신진작가라고 생각하고 다시 미술계에 뛰어들었어요. 공백이 있었음에도 많은 분이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시더라구요. 저는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했는데, 갑자기 추켜세워주시니까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니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게 불과 3, 4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얼떨떨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사실 저는 소통의 기쁨을 잘 몰랐는데 다시 활동하게 되면서 그 기쁨을 알게 됐어요. 특히 저는 ‘내가 나를 감동시키고 나서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요즘은 SNS를 많이들 하셔서 그런 것을 통해서 모임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럴 때, 여러 사람이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면 참 행복하더라고요. 솔직히 미술로 소통하고 교감한다는 것이 참 어렵잖아요. 그래서 미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관심도 좋지만 일반인들이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실 때가 더 좋아요. 진심으로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고 감동하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많은 힘이 됐고, 앞으로도 더 잘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글 손시현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