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뜨는 손뜨개 작가 줄리줄스

뜨개질, 취미를 넘어 마음의 힐링으로
행복을 뜨는 손뜨개 작가 줄리줄스


누구는 일상에 활력을 되찾아줄 무언가를, 다른 누구는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줄리줄스 아뜰리에’를 찾는다. <열두 띠 손뜨개 인형>의 저자 줄리줄스가 운영 중인 이곳에서는 그녀의 아기자기한 손뜨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들은 2018년 현재, 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모아 그녀를 인기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재능을 타고난 것 같지만, 사실 그녀 역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 적이 있다. 시원한 이목구비의 그녀는 한때 잡지 모델, 음악방송 진행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것,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수없이 서성이다 마침내 뜨개질을 만나 지금의 ‘행복한 줄리줄스'가 되었다. 뜨개질로 전하는 그녀의 힐링 메시지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자.



반갑습니다. 먼저 방배동에서 운영하고 계시는 ‘줄리줄스 아뜰리에’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올해로 4년째 ‘줄리줄스 아뜰리에’를 운영 중인 줄리줄스 입니다. 이곳에서는 뜨개질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제가 직접 디자인한 인형과 소품을 도안으로 제작해 패키지 판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상업적 마인드가 강한 뜨개질 아틀리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목적만을 가진 곳은 아니예요. 줄리줄스 아뜰리에를 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음의 힐링’을 위해서였어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마음을 뜨개질로 치유했기 때문에, 이런 제 경험을 토대로 마음의 힐링이 필요하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마음의 힐링, 따뜻함이 느껴지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아뜰리에를 찾는 분들의 마음에 힐링을 드리기 위한 줄리줄스 작가님만의 비법은 뭘까요?
가까운 곳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미국처럼 먼 해외에서 뜨개질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또 단순 취미를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정말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있죠.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편안하고 즐거운 아틀리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죠. 저는 소품과 더불어 주로 인형을 만들고 가르치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만드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인형의 느낌이 다 다른 것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우울한 기분으로 인형을 만들면 인형도 그런 느낌이고 즐겁게 만들면 인형도 밝은 기운을 내뿜죠. 그만큼 제가 편하고 즐거워야 작업도 수업도 즐겁게 진행되기 때문에 저부터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려 노력해요.


2015년 영국 니트 전문지 <Knitting>에 작가님이 뜬 손뜨개 인형이 소개된 후, 2016년에는 직접 이름을 내건 책을 출간하셨죠. <줄리줄스의 열두 띠 손뜨개 인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줄리줄스의 열두 띠 손뜨개 인형>은 제게는 참 뜻깊은 첫 번째 작품 책이에요. 뜨개질이 제 업이 된 이후, 출판사에서 먼저 손 내밀어주셔서 흔쾌히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타이밍이 좋았죠. 책을 출간하기로 했을 때가 아뜰리에를 운영한 지 2년 차였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파악했을 때라 주제를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지만, 실용성을 찾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고민 끝에 열두 띠가 떠올랐어요. 열두 띠 즉, 12간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고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생일선물이나 출산선물로 주기에도 실용적이죠. 작업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어요. 상상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즐거움이 제일 컸죠.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 안 나올 때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스토리를 부여해서 완성했어요.

예를 들어, 각 동물을 연상시켰을 때 떠오르는 소품과 미니미를 함께 만들기로 했는데 토끼띠나 쥐띠는 쉬웠어요. 토끼 하면 당근, 쥐 역시 치즈처럼 바로 연상되는 소품이 있었죠. 그런데 호랑이나 용의 경우는 달랐어요. 용과 연상되는 소품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거죠. 막상 완성하고 나서 보니까 용이 아니라 하마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용이 되고 싶은 하마!’라는 스토리를 만들고 소품으로 드래곤볼을 만들었죠. 하마가 드래곤볼을 다 모으면 용이 된다는 희망 가득한 스토리가 탄생했죠. (웃음) 첫 작품이지만 기대만큼 디자인이 잘 나와서 뿌듯하고, 또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곧 또 다른 책도 출간하신다고 들었어요. 두 번째 책은 언제쯤 볼 수 있나요?
아마 올가을이나 겨울 즈음에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미정이지만, 주제는 ‘엄마가 우리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주는 손뜨개 장난감 및 소품’이에요. 약 20개 정도의 아이템이 있고, 그 안에서 또 여러 종류로 나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도안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도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은 물론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어요. 아이가 없는 분들도 뜰 수 있는 아이템도 있어서 모두가 뜨고 싶은 소장가치 높은 손뜨개 책이 될 거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손뜨개 인형 작가가 되기 전, 잡지 모델과 음악전문 방송 진행자와 같은 이력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전혀 다른 일을 하시다가 어떻게 손뜨개 인형 작가가 되셨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네요.
지금도 많은 분이 제가 했던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전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취미가 없었어요. 학교는 다녀야 하니까 다녔고, 공부는 해야 하니까 했고, 악기 하나 정도는 취미로 배워야 한다고 해서 배웠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 유년시절은 그냥 흘러가 버렸어요. 사실 방송도 모델 일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라는 표현이 성의 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로 길거리 캐스팅과 지인의 소개로 얼결에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고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됐죠. 늘 최선은 다했지만, 진짜 즐기면서 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남들이 봤을 때 좋아 보이는 직업이 아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정답을 찾기 위해 2년을 헤맸습니다.

심적인 방황도 많이 하고, 성공한 분들의 사례를 찾아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워보기도 했어요. 베이킹과 재봉을 배웠고 언어학원도 다녀보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보겠다며 인터넷 강의도 들어봤죠. 하지만 하나같이 다 재미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니시는 뜨개 방을 가서 대바늘 목도리를 배우게 됐어요. 보통 한두 달 다니다 보면 지겨워서 그만두기 일쑤였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온종일 뜨개질만 하는 거예요.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뜨개질을 즐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무언가를 드디어 찾게 된 거죠.



요즘은 ‘뜨개질은 할머니의 취미’라는 고정된 관념이 깨지고 있죠. 몇 해 전에 뜨개질 클러치가 유행하면서부터 저도 뜨개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요즘의 뜨개질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동네 작은 뜨개 방에서 어르신들만 삼삼오오 모여서 뜨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젊은 분들도 뜨개질에 많은 관심을 보여요. 특히 저희 아뜰리에를 방문하는 연령대를 보면 그런 변화를 잘 느낄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배우러 오는 경우도 볼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갈수록 젊은 연령층이 뜨개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색상도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세련되어지는 추세죠. 젊은 층의 뜨개질에 대한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지금보다 더 creative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해요. 덧붙이자면, 2018S/S 트렌드를 살펴봤을 때, 작년에도 인기 높았던 네트 백이 올해도 큰 사랑을 받을 전망이에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디자인할 패키지들도 인기를 많이 얻겠죠? (웃음)

젊은 층의 유입이 확연하게 늘면서부터 유투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로 이지니팅을 알리는 분들도 많고 그만큼 배우려는 분들도 참 많잖아요. 줄리줄스 작가님도 현재 공방 이외의 SNS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현재 블로그(juliejulz.co.kr)와 인스타그램(lovelygirljulz / juliejulzatelier)을 통해서 제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 받고 있어요. 그리고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juliejulz)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유튜브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죠. 앞으로도 전 세계의 더 많은 분과 줄리줄스만의 뜨개질 콘텐츠를 공유할 계획이에요.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우선 올해 안에 출간될 줄리줄스의 두 번째 책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4월부터 시작한 뜨개질 봉사 활동도 더 활발하게 할 생각이고요. 이 봉사는 Save the Children과 비슷한 맥락으로, Save the Grandparents라는 주제로 한 독거노인들을 위한 목도리와 모자 뜨기 봉사 활동이에요. 2년 전, 아이들을 위한 손길은 제법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손길은 턱없이 부족해서 21세기에 추위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접했죠. 그때부터 갖고 있던 계획을 마침내 실행하게 됐네요. 전국,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직접 떠서 기부해주시는 목도리와 모자 그리고 저희가 모여서 뜬 것들을 모두 모아 직접 전달해드리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책 외에도 패키지 디자인에 더 주력할 생각이에요. 또 핸드메이드 페어 같은 대형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시기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뜨개질로 그림을 그려 전시할 계획도 머릿속에 있답니다. (웃음)이 모든 걸 해내려면 미친 듯이 떠야겠죠?

“미뜨, 열뜨, 즐뜨!” 를 외치며 인터뷰를 마치는 줄리줄스. 미친 듯이 뜨고, 열정적으로 뜨고, 즐겁게 뜨자는 이 말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뜨개질을 대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하루, 지친 우리에겐 힐링이 필요하다. 줄리줄스가 말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뜨개질’은 ‘느리게 걷기’처럼 차분한 마음과 여유를 되찾고 싶은 이들에게 꼭 맞는 힐링 처방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취미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말을 남긴 그녀는 어쩌면 내가 찾고 있었던 힐러일지도.


PROFILE
2014    Juliejulz’ Atelier 오픈 및 운영
            인천 신세계 백화점 팝업 스토어 참여
            헤럴드 디자인 마켓 참여
            겟썸 전시회 참여
2015    영국 잡지 Simply Knitting에 대바늘 인형 피노키오와 빨간 망토 소개
2016    아이랑 TV 코리아 투데이 K-스타일에 소개
            8인의 아티스트 x 잔스포츠 콜라보 전시 참여
            <줄리줄스의 열두 띠 손뜨개 인형> 손뜨개 책 출간
            교보문고 <배움>에서 원데이 살롱 진행
            리바트가구 x 줄리줄스 원데이클래스 (크리스마스 트리)
2017    조선일보 Top Class 인터뷰
            천재교육 인터뷰
            월간에세에 인터뷰 (7월호)
            강남 신세계 백화점 팝업 스토어 참여
            <줄리줄스의 열두 띠 손뜨개인형> 출간 / 버튼북스
            교보문고 광화문점 원데이살롱 진행
            애플민트 <작고 귀여운 손뜨개 인형 & 옷> 감수
2018    교보문고 광화문점 원데일살롱 진행


글 손시현  / 사진 라이트하우스 스튜디오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