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을 훔치다 춤에 미친 바보들 저스트 저크 (Just Jerk)

미국의 심장을 훔치다 춤에 미친 바보들 저스트 저크 (Just Jerk)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미국 NBC 방송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America’s Got Talent’를 뒤흔든 한국의 젊은 댄스팀이 있다. 까탈스러운 독설가이자 점수가 매우 짜기로 유명한 심사위원장인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을 비롯해 나머지 3명의 심사위원인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Heidi Klum), 유명 프로그램 ‘Deal or No Deal’의 진행자이자 에미상(Emmy Awards) 수상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던 하우이 멘델(Howie Mandel),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The Spice Girls)의 멤버였던 멜 비(Mel B) - 이들 모두를 기립 시켰던 저스트 저크(Just Jerk)가 그들이다. 로스앤젤레스 생방송 오디션 경합 현장에 있던 방청객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TV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던 모든 사람에게 생전 처음 보는 환상적인 군무(群舞)의 무대를 선사했던 그들은 오늘도 자정부터 시작된 연습에 구슬땀을 흘린다. 춤이 전부여서 춤이 인생이라는, 춤에 미친 바보들 – 저스트 저크를 SCASA 취재팀이 직접 한국으로 찾아가 만나 보았다.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미국 NBC 방송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America’s Got Talent’를 뒤흔 든 한국의 젊은 댄스팀인 저스트 저크(Just Jerk). 까탈스러운 독설가이자 점수가 매우 짜기로 유명한 심사위원장인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을 비롯해 나머지 3명의 심사위원인 수퍼모델 하이디 클룸(Heidi Klum), 유명 프로그램 ‘Deal or No Deal’의 진행자이자 에미상(Emmy Awards) 수상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던 하우이 멘델(Howie Mandel),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The Spice Girls)의 멤버였던 멜비(Mel B) – 이들 모두를 기립 시켰고, 로스앤젤레스 생방송 오디션 경합 현장에 있던 방청객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TV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생전 처음 보는 환상적인 군무(群舞)의 무대를 선사했다.


“ 정말 너무나 대단해요! 저스트 저크는 ‘America’s Got Talent’ 프로그램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무대를 보여주었어요!”
– 전 스파이스 걸즈 멤버 멜 비

“이 퍼포먼스에 쏟아부은 엄청난 노력에 대단한 감동을 받았어요. 어떻게 동작이 마치 기계처럼 정확할 수가 있죠? 정말 환상적이에요!”
– 사이먼 코웰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흥(興)이라는 한자 단어는 그 구조부터가 재미있다. 舁(마주들 여)와 同(한가지 동)이 합쳐져 이루어진 흥은 말 그대로 ‘함께 함으로써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흥이라는 것이 혼자일 때 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배가 되기때문이라 그런가 보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함께 해서 흥겨운 문화가 있었다. ‘꼭두쇠’라는 우두머리를 필두로 풍물, 대접 돌리기, 땅재주, 줄타기, 꼭두각시놀이 등을 공연하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재미있고 흥겹게 풀어냈던 남사당패(중요 무형문화재 3호)의 한마당이 그러했고, 꽹과리, 장구, 북, 징의 네 가지 악기로 신명 나는 놀이를 가능케 했던 사물놀이도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예이다.

난타는 이 사물놀이가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대중에게 다가간 공연 문화이다. 한 번이라도 이런 놀이나 공연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본 사람들은 여럿이 함께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흥겨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함께 해서 더욱 흥겨운 공연 문화의 계보를 이은 저스트 저크. 특정한 노래에 안무를 직접 만들어 추는 어번 댄스(Urban Dance)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춤을 통해 활화산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열 세 명의 젊은이들이 바로 2018년 새해의 문을 여는 첫 커버 스토리의 주인공들이다.

마치 수호지(水滸誌)에 나오는 축지법이나 눈 깜짝할 새벌어지는 공간이동의 순간을 잡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는 중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처럼 뛰어올라 공중에 멈춰 있더니 갑자기 열 세 명이 한 몸이 되어 기합을 지르며 3D 영화에서처럼 눈앞으로 걸어 나온다. 칼같이 정확하고 오차없는 완벽한 ‘칼군무’의 저스트 저크는 2010년 리더인 성영재(Young J)와 단짝 친구 최준호(J. Ho)를 주축으로 배서원(S.One), 맹한준(M. Joon) 등과 함께 창단된 후 현재는 열 세 명으로 구성된 댄스팀이다.



영어 단어의 Jerk에는 낚시할 때 찌에 신호가 오면 손목의 스냅을 꺾어 고기를 물속에서 낚아채는 것처럼 ‘무엇을 갑자기 확 잡아당긴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저희의 춤 동작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그런 빠른 움직임을 팀 이름에 넣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Jerk라는 단어 속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나 얼간이’란 뜻도 있더라고요. 저희는 춤에 다 미쳐 있어요. 춤이 인생의 전부이다 보니 솔직히 공부는 잘하지 못하죠. 그래서 오로지 춤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복합적인 뜻도 있네요.



저스트 저크는 201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아시아에서 가장 열광적인 댄스 경연대회 중의 하나인 Asia Battleground Championship과 서울에서 열렸던 Feedback Dance Competition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포함 지난 5년간 전 세계 댄스 컴피티션을 휩쓴 실력파팀이다. 그중에서도 본격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세계에서 권위있는 컴피티션 중의 하나인 바디락 댄스 컴피티션(Body Rock Dance Competition)이라는 댄스 경연대회에서 2016년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였다.

 바디락 댄스컴 피티션은 2000년에 미국 샌디에고(San Diego)에서 생긴 춤꾼들의 행사인데, 전 세계에서 경합에 지원한 수십 개의 기라성같은 댄스팀 중치열한 심사를 통해 오직 본선에 진출한 소수의 팀만이 나와 독창적인 안무의 춤을 통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댄스계의 슈퍼볼 잔치’이다.


2016년 바디락 댄스 컴피티션엔 9명으로 출전을 했어요. 평균 각 출전팀 댄서들의 수가 30명 정도인걸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죠. 댄스의 본고장이라는 미국에서 펼쳐지는 경연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 끝에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힙합(Hip-Hop)이 가장 기본이 되는 춤이었지만 거기에 비보잉(B-boying: 브레이킹(Breaking), 혹은 브레이크 댄스(Breakdance) 등으로 불리는 스트릿 댄스(Street Dance)의 한 장르), 팝핀(Poppin: 스트릿 댄스의 일종으로 기본적으로 음악의 베이스나 드럼 같은 소리에 맞추어 목, 다리, 팔 등의 근육에 강하게 힘을 주며추는 춤), 크럼핑(Krumping: 역시 스트릿 댄스의 한 종류로 매우 감정의 표현이 매우 역동적인 춤), 락킹(Locking: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이 나와 동작을 갑작스레 멈추거나 누군가를 가리키거나 펀치 혹은 주먹을 쥐는 동작으로 추는 춤) 그리고 한국무용과 태권도 동작까지도 가미하여 다양한 춤의 장르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어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었고 결과는 정말 성공적이었지요.


2016년 바디락 댄스 컴피티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저스트 저크의 6분여의 퍼포먼스는 과히 압도적이었고 유튜브에서도 이미 조회수 7백만을 넘기고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름도 생소한 저스트 저크 댄스팀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계기는 누가 뭐라해도 미국 NBC 방송국의 유명경연 프로그램인 ‘America’s Got Talent’에 참가하면서였다. 마침 샌디에고에서 저스트 저크의 바디락 댄스 컴피티션 퍼포먼스를 본 NBC방송국의 ‘America’s Got Talent’ 담당자가 이들에게 프로그램에 나와 더 많은 미국 시청자들에게도 저스트 저크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어떻겠냐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 6월, 7월, 8월에 있었던 세 번의 환상적인 방송 공연을 통해 저스트 저크는 네 명의 심사위원 모두에게서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America’s Got Talent’에서 보여준 저스트 저크의 세 번의 퍼포먼스는 유튜브(YouTube)에서도 3백만 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 이들의 인기는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의 찬사와 기립박수를 받으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한국인 최초로 ‘America’s Got Talent’에서 우승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해보았던 저스트 저크.

하지만 아쉽게도 예상치 못했던 방송 경연을 위한 음악 선곡에 따른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고, 준비한 음악을 쓰지 못하고 급조한 음악을 쓸 수밖에 없는 등 난제로 인해 아쉽게 본선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저스트 저크는 분명 전 세계를 댄스로 호령할 만한 기개를 보여 주었다.



정말로 짜릿한 경험이었어요.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그래도 꽤 알려져 있던 저희였지만 공중파의 힘을 제대로 느꼈어요. ‘America’s Got Talent’ 출연 이후로 많은 분이 저희를 알아봐 주시고, 또 많은 곳에서 저희를 찾아주시고 있어요. 그 덕분에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대사도 되고, 또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문재인 대통령 및 UN 관계자분들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어요. ‘America’s Got Talent’ 결선에 올라가지 못해 아쉽냐고요?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가장 아쉬운 것이 음악이었어요.

저희의 춤은 하나의 스토리 텔링이거든요.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음악의 선곡과 사용이 너무나 중요해요. 그런데 미국 방송국이 원하는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곡을 선정하는 기준이 저희에게 사전에 소통이 잘 안되었어요. 가져간 음악을 쓰지 못하고 마지막에 급조한 음악으로 빠듯한 생방송 경연 일정에 맞추어 다시 안무를 짜다 보니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또 보통 6분 정도의 공연에 익숙해 있다 보니 2분 남짓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짧은 방송 무대에 좀 당황했고요. 그래도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저희가 조금 더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귀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이미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지만 겸손하게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스트 저크의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그들의 엄청난 무대 장악력과 칼군무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열세 명의 멤버가 정확하게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군무(群舞)이자 멤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일렬로 서서 상체를 들어 올려 팔을 뻗고 다리를 구부리고 점프하며 앞으로 다가오는 안무를 보면 흡사 군무(軍舞) 같기도 하다. 각자 다른 키와 신체조건을 가진 멤버들이 같은 각도를 만들기위해 조금 더 몸을 펴거나 접는 등 강렬할 춤 속에서도 세심함을 추구하며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한다.

조선 시대 절대 군주 임금의 상징인 곤룡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강한 생명력과 카리스마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그 옷을 뚫고 나올 기세의 황금색 용무늬가 절묘하게 조합된 무대의상을 입고, 여기에 붉은색 눈화장을 하고 머리에 검은 두건을 쓰고 나와 추는 군무는 마치 신라 시대 화랑을 연상시키며 관중들에게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든 멤버들이 모두 최소 5년 이상, 대부분은 10년 이상 춤으로 살아온 춤꾼들이라 낮에는 춤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저스트 저크 멤버로 모여서 안무를 짜고 쇼케이스 공연이나 곧 있을 컴피티션을 위한 연습을 하는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어요. 보통 연습을 위해 자정에 모이는데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짧게는 세 시간, 많게는 대여섯 시간을 하죠. 무대 위에서 보이는 춤은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사실 춤이 엄청난 기초체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저희가 보통 무대에 서면 6분 공연을 하는데요 이건 1분당 300m를 전력 질주하는 체력으로 6분을 버틸만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시면 맞아요.

혹시 눈치채셨나요 저스트 저크에 3명의 여성 멤버가 있다는 것을요? 키도 작고 아담한 멤버들이지만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그 파워풀한 에너지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성 멤버라는 걸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엄청나죠. 무대에서 남자 멤버와의 키와 근육량의 차이에 따른 동작의 미묘한 차이를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지구력과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한 노력의 결과에요.



정말 그냥 춤이 좋았고 춤추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하다 보니 춤을 더 잘 추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다음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춤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춤만 추었더니 할 줄 아는 게 춤밖에 없는 춤꾼이 되어 있었다. 내친김에 춤꾼들을 모아 아예 팀을 만들었다. 춤을 잘 추고 싶다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모였고, 춤을 추면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춤은 어느덧 춤 그 이상의 목표가 되어 버렸고 인생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이들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들일까.

무대에 서는 열 세 명의 멤버뿐만 아니라 저스트 저크의 스텝들 모두 춤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에요.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저스트 저크 멤버 중 닉슨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이죠. 재미있는건 닉슨은 2014년 Asia Battleground Championship에 출전했던 경쟁팀의 멤버였어요. 닉슨이 저스트 저크의 춤을 보고 반해 저희를 찾아 왔고 한 팀의 동료로 함께 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산 지가 벌써 2년이 넘었어요. 저스트 저크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되었고 이제는 피붙이와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어요. 정으로 뭉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춤으로 성장해 가는 저스트 저크이기 때문에 우리의 춤에는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어요. 춤을 통해 온몸으로 희로애락을 보여주다 보면 그 자체가 무대에서 인생이 되죠.


가끔 무언가에 미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무언가에 빠져 미치도록 몰입하고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를 보며 뭉클할 때가 그렇고, 발톱이 빠지고 일그러져도 행복하다는 발레리나를 볼 때가 그렇고, 손가락의 지문이 뭉개져도 몇천 시간의 바느질 끝에 완성된 드레스를 보며 희열을 느끼는 디자이너의 경우가 그렇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즉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하니 미치도록 덤벼들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춤이 인생이라는, 춤에 미친 바보들 – 저스트 저크도 그러하다. 그래서 오늘도 연습실의 커다란 거울 앞에서 자정부터 새벽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 위 칼군무의 1센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며 음악에 온몸을 싣고 자신을 표현하는 저스트 저크가 참으로 부럽다. 그저 춤이 좋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저스트 저크를 기대해 본다.


기획 Jennifer Lee
글 Sarah Chung 영문 Haejin Oh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