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다채로운 바다 속 풍경을 전하는 송연주 작가

온 몸으로 느낀 바다의 감각 Sense of Sea을 그리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바다 속 풍경을 전하는 송연주 작가

송연주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바닷속 세계를 동경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몇 살부터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아주 ‘어린 시절’이었다. 성인이 되어 미술학도가 되었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얻었다. 오랫동안 동경했던 바닷속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꿈을 이룬 것이다.


▲ 송연주 일본타마 미술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 박사학위 취득 및 졸업


스쿠버 다이빙은 지난 10여 년 동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되었다. 바다는 한 번도 같은 장면을 반복해 연출하지 않았으며 늘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주는 장소였다. 들어갈 때마다 힐링을 받았다. 더 중요한 것은 바다는 작가 송연주에게 작품 구상에 끊임없는 영감을 선사했다. 머릿속에서 나온 관념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컬러플한 물고기와 산호초, 바닷속 수많은 생명체에서 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깊은 물속에서 ‘온몸으로 느낀 자극과 감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로 대작으로 바다를 표현한다. 2018년 6월 말 뉴욕첼시의 갤러리에서 열린 송연주의 첫 뉴욕 개인전 <Memory of the Sense of Sea>은 작가가 체험한 바다의 느낌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자리였다. 미지의 장소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준다. 중세의 신화나 민화 속에서 깊은 숲속이 야수와 괴물과 마녀들의 서식처로 자주 묘사된 것도 그 당시 과학과 문명의 수준에서 유럽의 울창한 숲은 인간의 손길과 지각이 닿기 힘든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바다도 마찬가지였다. 자연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존재를 실감시키는 가장 압도적인 대상이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진 바다였다. 그 바다에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탄생하여 글과 구전과 그림으로 오랫동안 전해졌다. 동시에 바다는 순수한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교실 뒷면에 전시된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닷속 풍경이 아마도 그런 순수한 호기심의 대표적인 표현들일 것이다. 그런 그림들 속에서 깊은 바다의 산호초 사이를 아이들은 웃으며 헤엄치고 있고 그 주위를 거북이와 고래와 물고기들이 웃으며 함께하고 있다. 천진한 풍경이다.


송연주 작가의 그림을 둘러보며 기자가 느낀 것은 바로 그런 종류의 천진함이었다. 깊고 투명하고 푸른 파다가 아닌 화려하고 다채롭고 생명감이 충만한 바다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크고 작은 수상과 전시회 활동이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송연주작가 : “국내전시는 물론 다양한 국제전시 및 공모전에 출품하고 있어요. 한국(서울 삼청동)과 일본(도쿄 긴자),미국(뉴욕첼시, 보스턴,LA)에서 열린 16번의 초대개인전을 시작으로 200회 넘는 초대단체전에 출품해왔어요.


“국내외 공모전에서 30번의 입상과 수상을 했어요. 그 덕분에 2019년 7월에 「2019 GAMMA Young Artists Competition- paris」에서 최종3인작가(프랑스,중국, 한국)에 선정되어 주최 측 초청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여 한국 대표작가로서 프랑스는 물론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모인 가운데 작품발표 및 본인의 예술세계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요.


2018년부터 SEIZAN 갤러리(첼시/뉴욕),(긴자/도쿄)와 작가계약을 맺고 프로작가로서 해외에서 초대개인전 및 초대단체전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어요.


올해 2월에 일본 도쿄의 SEIZAN 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을 시작으로 6월 퍼블릭갤러리의 주최로 종로타워에서 2인전 과 삼진미술관 추곡예술창작소에서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선정되어서 참여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8월에는 케이옥션에서 선정되어서 프리미엄 경매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많은 전시와 활동을 통해서 느낀 점은?

송연주작가 :“지금까지는 바닷속에서 느낀 리얼리티의 표현이 중심이 되었어요. 하지만 여러 각국의 사람들과 작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표현자인 작가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리얼리티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죠. 이런 점을 반영해서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작품 표현과 전시형 태도 평면회화와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형태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드로잉 작품집을 갖고 계시는데 작품 시작 `전 드로잉과 작업 과정을 소개해 주시죠.

송연주작가 :“작품 제작의 프로세스에는 바닷속 공간에서 보낸 기억을 기초로 해서 그 스토리를 드로잉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전갱이 떼, 말미잘과 니모의 관계, 고래상어와 빨판상어와의 관계 등을 떠올리죠. 드로잉은 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의 창고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작업은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리얼리티가 있어요. 드로잉은 리얼리티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지요. 여러 장을 그린 드로잉 안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캔버스 위에 색으로 표현하고 그 위에 은박을 부침으로써 바닷속으로 들어오는 빛과 공간의 표정을 시작으로 그 안에서 느낀 유영 감각, 무중력 등의 감각을 표현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로잉을 은박 위에 올리는데 작품의 테마에 따라서 은박을 그대로의 색을 유지하기도 하며...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작품을 그대로 두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면 대부분 바다가 소재입니다. 한 그림만 고집스럽게 그리는 이유는?

송연주작가 :"에메랄드 빛 바닷속을 조금 지나면 끝없이 펼쳐진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움직임이 있지요.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무한한 감동을 줍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느꼈던 감동이나 체험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그 감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자체가 저에게는 창조의 행위이며 예술입니다. 대학 시절 시작한 스쿠버를 지속하면서 바다는 제 일상과 작품, 생활 그 모두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고리였습니다. 바다는 제 삶의 일부분이자 작품과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대상입니다.”


스쿠버 다이버가 되어 바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이전에는 주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송연주작가 :“그때도 구상은 아니었고 주로 추상 회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도 바다는 저에게 주요한 영감의 대상이었던 건 분명해요. 예를 들면 어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도 그 음악이 바다의 다이내믹함을 연상시키곤 했죠. 어린 시절 수족관에 갔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그걸 표현해 보기도 하고요.”


바다를 밖에서 보고 관찰하는 것과 스쿠버 다이버로서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송연주작가 :“그렇습니다. 제 그림이 표현하는 것이 바로 제가 온몸으로 느꼈던 바다에 대한 자극과 감각의 기억이고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바다에 들어가면 조금씩 수심의 깊이가 달라지면서 빛이 바뀌고 바다의 색도 변하죠. 그 층에 다른 생명체의 종류에 따라 온갖 종류의 컬러풀한 광경을 연출해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파란색이 모아진 것 같은 경이로운 푸름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찬물과 더운물이 교차하면서 그 온도가 몸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감각은 무어라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네요. 제가 그리는 「바다」는 잠수를 통해서 처음으로 체험한 공간입니다. 그곳은 어머니의 자궁 같은 따스함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죠. 마치 양수에 둘러싸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송연주 작가는 일본 유학 시절에도 그의 관심은 바다였다. 박사 과정 논문에서 그는 “나에게 있어 진정한 공간은 호흡이 가능해야만 살아 있는 안락한 지상이 아니라 위험한 바다 속이다”라고 단언한다.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 모토에 쿠니오는 송연주가 표현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 “무엇보다 그 화면의 현실감과 진실성에 대해 주목하게 된다”며 “송연주에게 화면은 그대로 바다속이라는 현실 혹은 이미 그 일부이다”라고 평했다.


전시되고 있는 모든 그림의 화폭이 은박인 것이 흥미롭습니다.

송연주작가 :"바닷속 경험의 핵심은 무궁 무궁한 변화와 다채로움입니다. 그걸 한마디로 말하면 ‘신비로움’입니다. 그 신비를 그걸 어떻게 하면 캔버스라는 평면적인 배경에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많은 시행착오 후 찾아낸 것이 은박 소재였죠.


일본에서는 은박 소재가 작품에 많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교수들이 평하길 제가 사용한 은박은 그들과 조금 다르다고 하더군요. 은박은 빛의 반응에 따라서 또한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상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화학 반응에 의해서 변색이 됩니다. 은박이 백색에서 검게 산화되어 변색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 내가 바다에 깊이 잠수해 나갈 때 주의 정경이 끊임없이 변해갈 때 느끼는 불안과 환희가 섞이는 느낌이 매우 흡사합니다.”


은박 소재는 바다의 다채로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미디엄으로 선택한 것이겠죠?

송연주작가 :“은박은 단순한 시각효과뿐 만 아니라 내 시각의 카메라 필터를 통해서 표현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바닷속 세계를 간접 체험하도록 돕는 거죠. 텔레비전의 영상이나 수족관에서 볼 수 없는 바닷속 세계의 신비를 관람객에게 온몸으로 느끼도록 해 주고 싶은 겁니다. 그림을 통해서 비현실 세계의 즐거움을 느끼는 거죠.”


바다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고 가장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화폭에도 마치 생명처럼 변화와 퇴색의 과정을 겪는 의미가 있겠군요.

송연주작가 :“생명체의 기본이 움직임이듯이 바다 안에는 정말 다양한 움직임이 있어요. 작품에서 바닷속의 그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은박 조각을 붙이면서 리듬감을 표현하는 거죠. 깊은 바닷속에서 호흡을 하는 생활을 지속해 왔기에 바다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제 몸에 들어와 있습니다. 바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무수히 많지만, 제 작품이 조금 다르다면 그런 이유일 겁니다.”


뉴욕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과 반응이 궁금합니다.

송연주작가 :“은박 소재는 일본인에게 굉장히 친숙한 소재에요. 그런데 그들이 사용하는 표현 방법은 장식적이며 빈 공간이 없이 금은 박은 메꿔서 부치는 기법이에요. 전 그들과 다르게 표현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유학해서 그림이 일본풍’이라는 평을 들었어요. 그러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작품 스타일이라며 신선하다고 합니다. 뉴욕 전시회장에서의 반응은 작품의 소재에 대한 얘기보다는 일단 “beautiful’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지역 전시에서의 관람객 반응과 다른 점이 있나면?

송연주작가 :“미국 갤러리나 아트 페어 작품은 유니크하고 시각적인 효과가 큰 소재를 쓰는 작품이 많더군요. 한국과 일본에서 화려하다고 느꼈던 제 작품 소재인 은박이 오히려 미국에서는 평범한 소재구나. 싶었죠. 


다만 은박 소재 작품은 빛의 각도나 반사,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져서 이런 다양한 모습을 흥미로워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작품 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주셨어요. 각자 자신의 경험한 수영이나 스노클링, 다이빙이나 수족관, 다큐멘터리에서 본 바닷속 등을 연관 지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고요.”


송연주는 국내외 16회의 초대개인전과 200 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석했다. 30회의 각종 공모전 수상 경험도 갖고 있다. 앞으로의 전시를 통해서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 안에서 발견한 바닷속 표현에 대한 은박의 표현을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및 유럽과 미국에서도 나의 창작활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다. 세계를 향해 활기찬 도전을 시도하는 송연 주 작가의 앞날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글 Won Young Park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