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내실 있는 뉴욕의 명문 교육 기관 쿠퍼 유니언 대학 (The Cooper Un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Art)

작고 내실 있는 뉴욕의 명문 교육 기관 쿠퍼 유니언 대학 

(The Cooper Un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Art)


아이비리그를 다니지 않아도 주립대만 나오면 최소한 외부인들이 어느 지역의 학교를 나왔는지 알아는 준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학교와 전공 수준에 대해 지식이 있는 관계자들은 명문으로 인정하지만, 일반인과 외부인들은 이름도 위치도 잘 모르는 작은 대학교들이 미국에 많기 때문이다. 뉴욕시 이스트 빌리지 지역 쿠퍼 스퀘어에 위치한 쿠퍼 유니언은 내실있고 알찬 대학, 영민한 학생들만 선별해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작은 대학이다. 무엇보다 교육 철학과 사회 공헌 의식이 충만했던 이가 설립해 양질의 교육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높은 이상을 실현했던 기관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쿠퍼 유니언은 전교생 천 명 미만(900~950명)을 유지하는 작은 대학으로 공식 학교명은 ‘Cooper Un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Art’다. 학생 수에 비해 많은 교수진으로 내실 있고 친밀한 수업 분위기를 자랑한다. 1859년 이 대학을 설립한 피터 쿠퍼는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과학자이며 가장 부유한 기업가 중 한 명이었고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자선사업가였다. 

피터 쿠퍼는 1830년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프랑스의 에콜 대학 시스템에 감명을 받은 후 교육 기관 설립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 자신이 공식 학교 교육을 1년밖에 받지 못한 자수성가한 기업가라는 배경이 교육을 통한 사회 공헌에 큰 동기였다. 피터 쿠퍼의 대학 설립은 이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등 부유한 사업가들이 잇달아 대학을 설립하는 도화선이 됐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처럼 제공돼야 한다”는 설립자의 교육 철학에 맞게 전체 학생에게 학비를 전액 제공하는 대학으로 잘 알려져 왔지만 아쉽게도 재정 위기 이후인 2014년도부터 반액 장학금으로 바뀌었다. 학교 운영진이 기금을 헤지 펀드 등에 투자해왔는데 2008년 금융 위기 때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새로운 공대 건물 증축에 무리한 예산을 쏟아부어 재정난을 심화시켰다. 전액 장학금의 오랜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진이 노력했지만 결국 50% 축소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교생이 양질의 교육을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학교임에는 변함없다.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에 걸맞게 쿠퍼 유니언 입학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2014년 이전에는 3,000명 수준의 지원자가 몰려 10% 안팎만이 합격했고 건축과 입학률은 5% 내외일 정도로 치열했다. 장학금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후에는 예전보다 많은 인원을 뽑아 결과적으로 입학률은 14.4%를 보인다. 쿠퍼 유니언에는 건축과 미술 그리고 공학 (Architecture, Fine Arts, Engineering) 3가지 전공만 개설돼 있고 이들 전공은 모두 상위권 수준이며, 특히 매년 30명 안팎을 뽑는 건축대는 미국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주요 대학 건축학과 교수의 상당수가 이 학교 출신이다. 수업 규모는 20여 명의 소그룹으로, 교수가 학생들의 이름, 학업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유대관계가 깊다. 재학생 중 약 17%가 동양계이며, 히스패닉계가 7%, 흑인은 5%이다. 재학생 중 62%가 남학생, 38%가 여학생이다. 대부분 미국 대학들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으면 재정 보조를 받기 어렵지만, 쿠퍼 유니언은 신분이 절대적인 고려 대상은 아니다. 재학생 중 약 10%가 외국 유학생이다.



쿠퍼 유니언은 1학년 때부터 “실습교육(Hands-on education)”을 강조하는데 나노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실험실은 웬만한 대학원 실험실보다 나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학부 중심 대학이지만 건축과 공학 전공은 석사 프로그램도 있다. 졸업 후 취업률이 높고 스탠퍼드나 MIT 등 명문대학원 진학도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학부과정이 쉽지 않고 진급도 까다로워 많은 양의 학습이 요구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편 건축과 미술 전공 명문인 학교답게 쿠퍼 유니언의 메인 건물인 파운데이션 빌딩은 건축적인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건축가협회를 창립한 프레드 페터슨이 디자인한 이탈리안 브라운스톤 양식으로, 세계 최초 엘리베이터 갱을 사용하고 피터 쿠퍼가 발명한 철제 아이빔을 사용한 첫 건물로, 1961년 미국 역사 기념물로 등재되었다. 

파운데이션 빌딩 내 강당인 그레이트 홀은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명연설을 시작으로 그랜트, 클리블랜드, 태프트, 루스벨트, 윌슨,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의 대통령들이 거쳐 가며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발표했던 공간으로 명성이 높다. 랄프 네이더, 살만 루시디 등 저명 인사들이 연설도 이어졌던 그레이트 홀은 2008년 이후로는 외부 강연이 중단되었고, 대신 미래지향적인 첨단의 외관을 가진 41 쿠퍼 스퀘어 공대 빌딩이 2009년 건립 이후 학교를 상징하는 건물로 등장했다.


이 학교 출신으로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러셀 헐스(Russell Hulse),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인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 1939년부터 1962년까지 미국 연방 대법원장을 역임한 필릭스 프랭크퍼터(Felix Frankfurter), 배트맨을 창안한 만화가 밥 케인(Bob Kane)등이 있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