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예술로 손 내미는 곳 복합 예술 공간 GALLERY CNK

편안한 예술로 손 내미는 곳

복합 예술 공간 GALLERY CNK

18세기 프랑스, 지성과 예술을 겸비한 이들이 모여 지식을 나누고 토론을 하던 살롱 문화는 이제 21세기 한국형 살롱 문화로 발전 중이다. 미술, 음악,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예술공간 갤러리CNK는 살롱 문화를 표방한다.


2019년 12월, 대구 문화의 길 이천로에 문을 연 갤러리CNK의 이름은 최진혁 대표와 김소연 대표, 두 부부 공동대표의 이름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단순하고 쉽다. 이곳이 지향하는 바와도 같다.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이곳에서는 평소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부터 예술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까지 누구나 쉽게 예술을 논할 수 있다. ‘편안한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손 내미는 곳, 갤러리CNK의 친숙한 손을 잡아보았다.



갤러리CNK는 특별한 구석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어떤 곳이죠?

C 기존의 갤러리와는 달리 창의적인 사유 공간이 되기를 꿈꾸는 곳이에요. 공간별로 설명하면, 웰컴존과 카페 기능의 공간으로 이뤄진 1층, 다양한 각도에서 초대형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2층으로 이어지는 스킵플로어 공간, 대형, 중형, 소형 작품을 다양하게 전시하는 2층의 갤러리B, 높은 층고로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좋은 3층 갤러리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지하에는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미술 감상을 주로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보면 될까요?

K 복합문화공간이라기보다 예술로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복합 예술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해요. 지하와 1층은 차 한 잔을 마셔도 눈과 귀가 즐거워서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 2, 3층은 시각 예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하의 음악감상 공간에 C대표님께서 많은 애정을 쏟았다고 들었어요.

C  2, 3층 갤러리는 전적으로 아내가 담당하지만 지하 공간은 제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여타 갤러리의 딱딱하고 상업적인 느낌을 없애고 싶었거든요. 내 집 거실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소파도 들여올 생각이죠. 조금 더 자리가 잡히면 작가와의 시간이나 북 토크 같은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에요.




언제부터 갤러리CNK를 계획했나요? 동기도 궁금해지네요.

C  옛날부터 막연하게 생각은 해왔어요. 구체화되기 시작한 건 두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부터였죠. 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25년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약간 지치기도 해서 에너지를 새로운 곳에 쏟고 싶었는데 아내가 구체적인 제안을 했어요.


K 제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들이 이곳으로 이끈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작품 활동을 열정적으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로 수업을 나가게 됐고요. 잘해나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40대에 접어들면서 고비가 오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가 40대쯤 예기치 못한 고비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마의 40대랄까요? 특히, 작품도 좋고 열심히 하는데 다른 여러 가지 환경으로 의지가 꺾이는 작가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음악과 미술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에게 ‘작가들과 함께 커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보자’라고 제안하게 됐죠.



부부가 공통의 이상을 가진 게 참 아름다워 보여요. 함께 갤러리를 운영해서 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C  그렇죠. 아내가 작가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작가들의 힘든 부분을 잘 알고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줘요. 또 오랫동안 학교에서 강의하며 제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왔기에 작가들이 얼마나 고뇌하고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잘 캐치 하죠. 한마디로 작가들과 깊은 소통 능력이 있어요. 사실 갤러리의 실질적인 대표는 아내라서 원래 아내 이니셜인 K가 먼저 오고 제 이니셜인 C가 와서 KNC가 돼야 했는데 발음 편의상 CNK로 결정됐어요. (웃음)


K 제가 작가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남편은 그 외적인 모든 것들을 맡아 줘요. 아마 혼자라면 못했을 텐데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이 되고 현실적인 운영 부분도 조언을 해줘요.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것도 도움이 됐죠. 저는 작가로서 작품을 보고 남편은 애호가로서 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죠.



작가에게 갤러리가 왜 필요한지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세요.

K 작품의 장점을 작가 본인이 알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갤러리가 필요하죠. 가장 기본적인 갤러리의 역할은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작가가 가진 매력 같은 면면을 꺼내서 알리는 것은 갤러리의 역량에 따라 달라져요. 제가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C  갤러리CNK는 작가들에게 전시 지원을 충분히 해줄 거예요. 그 후에 다른 갤러리에 전속이 되더라도 우리가 전시한 작가들은 책임지고 계속 홍보하는 역할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이미 대가인 작가의 비싼 작품이 아닌, 앞으로 역량을 가진 작가가 힘을 잃지 않고 대가가 될 수 있도록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K 마음가짐이나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의지가 강한 작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가들과 함께 더 성장해서 세계로 우리 미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 작가들이 우리 갤러리에서 전시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1년에 네다섯 작가의 전시만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K 대부분의 갤러리는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한 달 정도의 개인전을 해요. 전시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어요. 저도 개인전을 2주 정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참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들이 온 에너지를 쏟아 준비한 개인전을 다 보여줄 만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싶었어요. 갤러리CNK에서는 약 두 달 동안 전시를 행하기 때문에 작가님의 수는 적을 수 있지만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어요.



갤러리CNK가 지향하는 방향은?

C  제가 처음 생각한 것은 18세기 프랑스의 살롱 문화 같은 것이었어요.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에서도 지식인과 예술인 등이 미술과 음악을 공유하고 예술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 되었듯이 대구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일종의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요. 


쉽게 말하자면 저 같은 미술 애호가는 물론 미술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이요. 그냥 5분 10분 만에 휙 돌아보고 나가는 갤러리가 아니라, 이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길 바래요. 그러면 작품에 대해 더 잘 느낄 수 있고 작품을 보는 관점이나 감상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K 주변의 갤러리들을 보면 대부분 좀 딱딱하죠. 입구를 못 찾는 곳도 많아요. (웃음) 저희는 예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페 공간을 1층에 마련했어요. 그림을 보고 ‘얼마일까? 가격이 오를까?’ 이런 생각보다는 예술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갤러리를 지향해요. 예술을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궁극적 으로는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두 분 다 어린아이처럼 신나 보이세요. 어떤 부분이 가장 즐겁나요?

C 저희 모토가 바로 그거예요. “즐기자!” 의무적으로 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또 우리가 즐거워야 남들이 즐겁지 않을까요? 이렇게 10년에서 20년 정도가 흐른 후에는, 저희의 역사를 많은 분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K 몰랐던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작가를 섭외하러 작품을 보러 갔는데, 동행해주신 분께서 제 눈이 반짝반짝 빛났대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내가 작가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즐거워지더라고요. 작가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갤러리CNK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지금 개관 전으로 ‘김지선 작가’의 <Remembered Lights>를 진행 중인데, 앞으로 서너 번의 전시가 더 진행되어야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1-2년 정도 지나면 각기 다른 개성의 작품들이 모여 이 갤러리의 색깔을 나타내겠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C 반복된 일상에서 힐링이 필요할 때 갤러리 CNK를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굳이 멀리 해외여행이나 바닷가에 갈 필요 없이, 작품과 음악을 감상하고 커피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그런 힐링 공간으로 이곳을 떠올려 주세요.


K 이곳에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많은 걸 배워요.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저희가 느끼는 감정을 그냥 다른 사람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