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소나무 대표 조원호


현재 운영하고 계신 ‘소나무’는 어떤 곳인가요?

‘소나무'는 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다이닝 라이브 바(DINING LIVE BAR)입니다. 운영하면서는 제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컨셉으로 항상 친숙하게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어서 그런지,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에요. 소나무를 찾는 손님의 비율은 주로 일본인이 60% 한국인이 40% 정도예요. 특히 일본인 손님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분이나 케이팝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게 이름을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 이름 ‘소나무'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소나무라는 나무는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철을 통해 푸르름을 간직하죠. 그래서 늘 푸르른 소나무처럼 ‘언제나 한결같이 변함없는 마음을 새기며, 손님을 위한 마음이 영원하리라’라는 뜻을 담아 저희 BAR 소나무의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오사카에 정착하기까지, 그 스토리를 듣고 싶어요. 

제가 처음 일본에 오게 된 계기는 유학을 위해서였어요. 원래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제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한국에서 IMF 소식이 들려왔어요. 정말 안타깝고 당황스러웠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상황이 조금 더 좋아질 때까지만 일본에서 일하다가 기회를 봐서 움직이려고 했던 게 한두 해가 흐르다 보니 이제 벌써 몇십 년이 되어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장벽, 의사소통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처음 일본에 와서 언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아리가또!” 외에는 단 한마디도 못 했었죠. 그렇게 길도 모르고 말도 몰라도 혼자 잘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급한 상황이 오면 모르는 일본인을 붙잡고 당황하지 않고 즉석에서 판토마임을 하듯 바디랭귀지로 의사소통을 했죠. 그때는 제가 좀 끼가 있었어요. (웃음)

일본에 와서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되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으로부터 한 7년 전쯤, 제가 경영하던 갈빗집을 경영악화로 접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장 밥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직장을 구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시간당 아르바이트로 ATC라는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때 제 나이가 마흔쯤이었어요. 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일본인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은근한 따돌림과 차별을 당하면서도 쓴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말도 못 할 정도로 자존심도 상하고 힘든 순간이었죠.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거겠죠?

 

그래도 일본에 오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되었던 순간은? 

사실 일본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매 순간 언제나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습니다. 또 지금의 제 아내를 만난 것, 이점 때문에 제일 일본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일본은 본인이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뒤돌아보고 망설이고 주저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거든요.

 

일본인 아내와 사랑에 빠졌던 순간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갔다가 우연히 손님으로 와 있었던 아내를 그때 처음 만났죠. 사실 아내를 처음 만난 순간, 제 감정은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었고 그다지 끌리는 느낌도 없었어요. 하지만 뭔가 모를 오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왠지 모를 저와 그 여자를 닮은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달까요? 인연이란 게 진짜 있구나 하며 처음으로 느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 그리고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 아내는 일본인은 아니고 여기서 태어나서 자란 교포 3세입니다. 감각적인 부분은 일본인에 가깝지만, 본인은 한국인이라는 점에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일단은 소나무를 쾌도 위에 올려놓는 게 우선입니다. 이곳 오사카에 사시는 분, 한국에서 오시는 분 모두가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앞으로 더 피땀 흘려 노력할 생각이에요. 그다음 계획으로는 한국에서 낚시를 즐기고,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초청해서 낚시투어를 열어 볼 계획이에요. 일본은 낚시로 유명한 황금어장이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여러 방면으로 한국과 일본의 교류방법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글 손시현 작가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