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시장에서 생생한 문화, 그리고 예술인을 만난다 / 이민주 방천아트 대표

2019-05-07 21:10

방천시장에서 생생한 문화, 그리고 예술인을 만난다 / 이민주 방천아트 대표

대중이 느끼는 예술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누군가는 종이 한 장 차이만큼 가깝게 느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행선을 달리듯 결코 만날 수가 없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대중에게 예술이란 그 어떤 분야보다도 견고한 넘사벽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예술 작품은 먼발치서 보기만 할 뿐 그것을 오롯이 내 삶 안에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대중들이 이처럼 예술과 담 쌓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접근성’에서 찾기도 한다. 예술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이 전무한 데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도 제한적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예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1%의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대중의 외면 속에서 예술 분야는 계속해서 위축되고 대중들의 일상에서 멀어져만 갔다.이러한 예술의 거리감, 심리적이나 물리적 거리감의 철옹성 같은 경계를 허문 곳이 있다. 김광석 거리로 잘 알려진 방천시장 내 ‘방천 아트’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2014년 첫 문을 연 이곳은 현재 1,200여명의 예술가들의 작품 창작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시민들이 와서 작품을 보고 또 그것을 구입하는 과정까지 이뤄지는 예술 장터이기도 하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관 또는 갤러리라는 공간을 삶 가까이에 들여다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대구의 젊은 예술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방천 아트’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이민주 대표를 만나 방천아트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민주  현 미술작가 / 현 방천아트 대표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추상적인 페인팅 작업에서 시작한 이 작가는 새로운 전환점을 거쳐 추상적인 페인팅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urban life’연작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이 시리즈는 디지털 작업과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되는데, 이를 통해 페인팅과 디지털 작업, 설치에 대한 감각과 접근 방법의 차이, 풀어 낸 이야기가 갖는 감정적 차이에 대해 느끼게 된다. 추상적인 이야기에서 조형성을 강조하던 이 작가는 일종의 디자인 요소를 발견, 작업의 방향을 디자인적인 요소의 결합, 사진과 판화의 다양한 기법을 배합하는 방법 등으로 실험해 나갔다. 다양한 요소의 결합과 주변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짐으로써 작업은 빠르게 변화했다. 


오늘날의 그는 본인의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방식이라 여겨지는 디지털 드로잉 작업과 설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드로잉과 페인팅의 복제, 이미지의 변형, 오브제와의 배치가 결합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에서 추상적인 결과물이 아닌 현실의 자신에게 맞닿아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가지 주제를 반복해서 그리거나 표현하지 않고 시리즈별로 작업방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가로서 만족감을 얻고 있다.


“방천아트는 김광석 길, 방천시장 일대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로 지역의 청년미술작가, 청년공예작가들이 자생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문화예술 교육과 전시 기획과 진행, 아트마켓 등을 2014년도부터 활발히 진행 중에 있어요.”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안녕하세요. 방천 아트에 대한 시민들이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시는 독자들을 위해 방천아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방천아트는 김광석 길, 방천시장 일대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로 지역의 청년미술작가, 청년공예작가들이 자생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문화예술 교육과 전시 기획과 진행, 아트마켓 등을 2014년도부터 활발히 진행 중에 있어요. 함께 하는 작가는 현재 1,200여명 정도 됩니다. 점점 더 저희와 함께하려는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저희로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동안 방천시장, 김광석길 일대 토, 일 정기 방천아트마켓 운영 및 미술, 공예 교육/체험을 통해 아이들이나 시민들과 함께해 왔어요. 또 2016년과 2017년 ‘토요문화학교 꿈다락 소외계층아동 수업 선정단체’로 뽑혀 매주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또 ‘아름다운 시장 만들기’ 프로그램을 하면서 시장 상인 분들과 함께 간판을 그리고 환경 정비 작업을 진행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 하셨어요.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bangchunartmarket)에 들어오시면 저희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다 자세히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대표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시도 하고 설치 작업도 하시는 등 젊은 작가로 주목 받고 있으신데, 어떻게 방천아트를 이끌어 가게 됐죠?

미술작가로 활동하면서 아트마켓을 운영하는 작가는 아마 드물 거예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어렸을 때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고, 지금은 평화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고 계셔서 거의 시장에서 크다 시피 했어요. 그래서인지 자칭 ‘시장통’이라고 할 만큼 시장이 친숙한 공간이에요. 그러다 2014년 방천시장 ‘B커뮤니케이션’에서의 개인전이 결정적인 매개가 됐어요. ‘B커뮤니케이션’ 정세용 관장님이 아트마켓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셨고, 저도 지역의 미술작가, 공예작가들이 참여하는 아트마켓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맺은 방천시장과의 인연으로 2014년 방천아트를 만들어 지역 작가들과 함께하기 시작했어요.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시작으로 그림이 들어간 상품과 미술 교육, 현장 체험용 상품, 그리고 예술적 가치가 담긴 소품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보고 준비했어요. 3월 말부터는 매월 마지막 토, 일요일에 ‘그림장’을 열어 청년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이고 판매까지 할 예정입니다.


방천 아트 마켓을 운영하면서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시장에 대한 편견이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대목이에요.

정말 거리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제가 생각하던 아트마켓과 현실의 ‘방천아트마켓’간의 거리는 분명 존재했어요. 그러나 지금의 ‘방천아트마켓 ’은 그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했던 시기를 지나 김광석 길과 방천시장 사이에 안착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어요. 아트페어보다 좀 더 가볍고 친근하며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아트마켓을 토대로 미술시장의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보고자 방천아트마켓의 운영진인 미술작가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미술작가, 공예작가들과 함께 아트마켓에서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참여하는 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기도 했어요. 거리의 상품을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작품화 시켜보거나 반대로 예술 작품을 상품화 시켜보기도 하는 등 유연한 시도를 한 거죠. 또한 아트마켓은 그 존재 자체가 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16년 문화예술회관의 ‘살며 예술하며’ 단체전에 방천아트마켓이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참여 작가들 개개인의 작품으로 전시가 될 수도 있지만 마켓에 참여하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삶과 마켓의 이야기 자체가 전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아트마켓은 예술이라는 것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그 벽에 창문을 놓아주고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계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방천 아트 마켓이 기존의 아트 페어와 다른 차이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아트페어와 아트마켓은 닮은 듯 달라요. 가장 큰 차이점은 미술시장의 성격이 강한 아트페어는 예술작품 위주의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아트마켓은 예술작품 뿐 만 아니라 미술작가, 공예작가 또는 더 나아가 미술계와 무관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가벼운 소품이나 예술작품에서 파생되어 나온 소품까지 다양하게 거래되는 거죠. 또 무엇보다 아트페어의 벽은 높아요. 예술가들에게도 높고, 시민들에게도 높아요. 


그 높은 벽을 조금 허물어 아트마켓은 예술이라는 것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그 벽에 창문을 놓아주고 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계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같이 성장할 있고 작가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것을 시작으로 언젠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 하며 커피 한잔을 들고 아트마켓에 들려 지역 청년작가들의 그림을 한 점 구매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작가로서 개인 작업도 바쁠 텐데 한 단체를 이끌어 가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작가의 에너지 소모라는 측면에서 힘들지 않나요?

저는 방천아트에서 전시기획과 아트마켓을 진행하고 있어요. 예술 기획이나 행정 등에 대해 배우거나 한 적은 없지만 글을 쓰고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도상화 해내거나 뭔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원래부터 즐겨왔기 때문에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했다고 행각해요. 그 속에서 얻은 것들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고 누구에게도 배울 수도 없으며 같은 환경 속에 놓였다 해도 모두가 똑같은 것을 배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제 삶에서 균형을 잡으며 작업, 전시, 기획, 미술교육, 축제, 아트마켓 등의 다양한 일들을 따로 또 같이, 때로는 한꺼번에 모두 하기까진 저에게도 어느 정도의 적응기가 필요했어요. 시간에 쫒기고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집중과 휴식을 적절히 하며 동시에 여러 일이 가능하였고 그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행복하게도 좋은 동료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서로 다양한 견해를 나누며 해나가는 작업은 정해진 룰이 없어서 더 흥미로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 활동으로 파생된 것들이 작업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되거나 어떤 행위가 만들어내는 결과나 에너지가 될 수 있기에 이런 활동들 역시 작가로서 살고 있는 현재의 내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화랑이나 화상, 기획자분들은 본인의 입지를 침범한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고, 저의 행위들을 오해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입지가 아닌 다른 곳을 간다고 생각해요.”


후배 작가들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여요.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던데요. 기존 화랑이나 화상 등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얻은 게 많다 보니 저보다 어리고 활동의 기회가 적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위해 전시 기획을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죠. 아트마켓에 참여하는 미술작가, 공예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뿐만 아니라 마켓엔 참여하지 않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의 전시인 ‘정원의 귀환’, ‘방천청년아트페어’를 열기도 했어요.


특히 ‘방천청년아트페어’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지역의 청년작가들과 함께 작가가 주최가 되는 아트페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어쩌면 화랑이나 화상, 기획자분들은 본인의 입지를 침범한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고, 저의 행위들을 오해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입지가 아닌 다른 곳을 간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들었던 ‘방천청년아트페어’의 방향은 기존의 아트페어보다 너무나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방천이란 동네의 특색이 묻어나는 축제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그리고 지금 저희 방천아트 작가들이 별 볼일 없는 작가들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대구에서도 중심이 메인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별말씀 없이 지켜봐 주시고 있고 오히려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전국적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 드리는 것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편견을 없애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본사 취재)

앞으로 미술작가로서나 방천아트 대표로 임하는 각오를 전한다면?

예전의 저는 설자리가 없는 미술 작가였지만 제 스스로 제가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고 이제는 어디에 서 있는지 인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거죠. 작가의 삶을 사는데 있어 경제적인 요건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작가들이 서로의 경제적 상황을 걱정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작업 활동은 그림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여유가 있나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저 또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또 돈을 많이 벌고 싶기도 해요. 그러나 작가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예술 강사 활동으로 인해 경제적 자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되면서 최근 작업을 해 나가는 태도는 하고 싶은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방향이 되었고 이로 인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고 있어요.


이와 같이 예술가의 사회적인 다양한 활동은 작업적으로도 많은 긍정적 요소를 안겨다 준다고 봐요. 앞으로 더 많은 동료 작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고, 예술가들이 이곳에 이렇게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청년 예술가들의 설자리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출처 월간 에스카사 by STORY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