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를 만드는 웨딩 모델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함께하고 싶어요” 

드레스를 만드는 웨딩 모델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결혼식은 소중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녀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축복의 날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것은 아름다운 신부다. 그런 신부가 입는 예복인 웨딩드레스는 대부분 상당한 고가이기에 구매가 아닌 대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사실 드레스뿐만 아니라 막대한 결혼 비용 때문에 빚을 지면서까지 결혼하는 웨딩푸어족이 늘어났다. 이런 부담 때문인지 몇 해 전 부터 소규모의 실속 있는 결혼식이 새로운 결혼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우스 웨딩부터 웨딩원피스까지 다소 간소화된 형태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형태인데, 조금 더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현명한 소비형태가 결혼 문화에도 반영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웨딩 트렌드 속, 2019년 웨딩 업계는 어떤 모습일까? 웨딩 업계의 새로운 물결을 한발 먼저 내다보는 이를 찾아가 보았다. 모델 정연실, 당당히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웨딩드레스를 가장 많이 입어본 여자일 것이라 말하는 그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현직 웨딩모델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으로 자체 제작한 웨딩드레스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메리드마리의 대표 정연실 씨와 웨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Q. 다양한 방면의 모델 활동을 하셨지만, 현재 몇 년 째 웨딩 모델로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계시네요. 처음부터 웨딩 모델이 꿈이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웨딩드레스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처음부터 웨딩모델이 꿈은 아니었어요. 지금도 꿈은 워낙 많거든요. 웨딩 모델이 된 건 우연한 기회였어요. 그런데 제가 웨딩 모델로서 입지를 굳히는데 큰 영향을 준 계기는 따로 있었죠. 모델은 하나의 사진으로 일을 많이 따내는데, 저한테 그런 사진은 원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마스터 피스라인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 덕분인지 일이 정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은 지금 봐도 제일 잘나왔다고 생각해요. 


Q. 겉보기는 정말 아름답지만, 웨딩모델로서 힘든 점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네. 웨딩 촬영이 생각보다 참 힘들어요. 결혼식 단 하루만 입어도 몸살이 난다고 할 정돈데, 매일같이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 생활을 하다시피 하려니 정말 힘들었죠. 가장 힘든 건 숨을 못 쉴 정도로 압박을 하는 코르셋이었어요. 처음에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불편했지만, 이제 풍성한 벨 라인(bell line) 드레스를 입고도 화장실을 잘 가게 됐죠. 아마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웨딩드레스를 많이 입어본 여자 10위 안에는 들 것 같아요. (웃음)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Q. 웨딩모델 일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예전에 강남역 한 카페에 혼자 앉아있었는데, 제가 촬영했던 한 쇼핑몰의 고객님께서 절 알아보시고 “SNS 통해서 웨딩모델 화보 잘 보고 있다”며 말을 걸어 주시더라고요. 연예인도 아닌데 알아봐 주시는 게 참 감사했죠. 그분께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시길래 스튜디오를 추천해드렸는데, 나중에 보니 제가 추천한 그 샵에서 결혼 준비를 하신 거예요.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실 때는 제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산 원피스를 입으셨어요. 이렇게 제가 한 행동들이 그분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까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분과는 아직도 가끔 연락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저를 봤다고 하신 쇼핑몰이 제가 21살 때 촬영한 곳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저를 굉장히 오래 지켜보신 거잖아요. 랜선 친구라고 해야 하나요? 이런 식으로 계속 소통을 이어가고 싶어요.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Q. 웨딩모델일 말고도 쇼핑몰도 운영 중이시네요. 운영 중인 메리드마리에서는 주로 어떤 옷을 판매하나요? 

주로 웨딩을 콘셉트로 한 원피스와 드레스를 판매하고 있어요. 또 남성 슈트와 여성 웨딩슈트, 아기 드레스도 함께 판매해요. 돌잔치같이 특별한 날에 입는 옷이나 연주회용 드레스도 함께 하고 있어요. 결혼 준비하는 분들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분들이 메리드마리 홈페이지(http://marriedmari.com)에 들어왔을 때 “재미있고 가성비 좋은데 예쁜 옷들이 많다.” 그렇게 느끼도록 열심히 꾸려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메리드마리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상품들도 많아요. 제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어서 샘플을 만들 때 설명을 더 열심히 해야 하지만요. (웃음) 


그리고 메리드마리의 드레스 대여 비용은 8만 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해요. 그렇지만 800만 원짜리 드레스를 입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고객님도 계시고, 촬영용이 아니라 실제로 결혼식에서 입은 고객님도 계세요. 또 대부분 웨딩숍들은 사진을 못 찍게 하지만, 메리드마리에서는 가능하니까 신랑신부님들이 피팅 오셔서 즐겁게 사진도 찍고 재미난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Q. 어떻게 이런 쇼핑몰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워낙 웨딩을 좋아하기도 했고 쇼핑몰이라는 인터넷 통신 거래에 익숙했기 때문에 같이 접목했어요. 사실 결혼이라는 게 매일 하는 게 아니라서 이 시장이 그렇게 수요가 크진 않지만, 내가 생각하는 옷을 생각에만 두지 말고, 만들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보고 싶었어요. 또 트렌드가 하우스 웨딩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였죠. 미국에서는 결혼식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빈티지 드레스를 입거나 원피스를 심플하게 입곤 하잖아요. 언젠가 우리나라도 거품이 빠진 결혼식이 보편화 되리라 생각해요. 


Q. 결혼 후에도 메리드마리의 CEO로서, 또 웨딩 모델 일도 활발히 이어가고 계시는데, 가정이 생긴 후에 커리어에 변화가 있었다면? 

결혼을 하고 나면 모델 일이 당연히 줄어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 오자마자, 웨딩촬영을 쉴 수 없을 만큼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생각보다 결혼이라는 게 제 커리어에 많은 타격을 입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죠. 


또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든든한 내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일이 더 잘된달까요? 남편에게 참 고마운 게 제가 꿈이 많은 사람인데,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항상 응원을 해줘요. 사실은 제가 빨래를 잘 해주거나 밥을 잘 챙겨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쇼핑몰 일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새벽까지 밤이 새는 경우도 허다해요.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다 이해해줘요. 아마도 시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엄청난 워킹맘이셨어요. 평생을 일도 열심히 하시고 가정일도 소홀히 하지 않은 분이셨어요. 일을 잘하는 여자는 많지만, 일을 하면서 가정을 잘 지키는 여자가 되는 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시어머니를 정말 본받고 싶어요. 

(메리드마리 대표 정연실 / 사진출처=본사취재)


Q. 나이나 결혼은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시네요. 

네. 사실 모델 활동에서는 실제 나이보다는 딱 사진에 비치는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웨딩 모델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임신 육 개월째인데도 의류 모델을 하는 언니가 있어요. 이렇게 나이에 구애를 안 받으려면 자기가 관리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평생 20대가 하는 모델 일을 욕심내게 되면 세월을 거스르려고 성형도 많이 하게 되겠죠. 그것 보다 늙어가면 늙어가는 대로 나이에 맞는 모델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모델이 일반 직장인 만큼 노후가 보장된 건 아니니까 다들 무언가 다른 꿈 하나는 가지고 있는 직업 같아요. 다들 프리랜서잖아요. 저는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메리드마리를 통해서 고객과 소통을 하고 행복한 순간에 함께 하는 경험을 늘려나가면 앞으로 제 인생도 더 보람차고 더 행복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Q. 앞으로 어떤 모델 혹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메리드마리를 대박 나게 할 거예요' 이런 꿈보다도 제 최종적인 꿈은 조화로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가정도 화목하게 잘 꾸리면서 지금 하는 일도 계속 잘해나가고 싶어요. 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고 해서 모델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나이에 맞게 필요한 배역을 소화할 거예요. 후시딘 선전하는데 아가씨가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웃음) 그런 식으로 엄마 모델이 필요한 일이 있는 한 저도 계속 저를 가꿔서 모델 일도 하고 싶어요. 메리드마리도 제가 꿈꿔왔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면서 항상 조화롭게 살아가고 싶어요.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