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음악

구스타브 홀스트의 신비로운 행성 모음곡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걷다 문득 밤하늘을 보니 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인다. 음악가들에게는 다른 행성이 어떤 존재였을까?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의 ‘행성 모음곡’을 통해 음악가들에게 다가간 행성의 의미를 알아 보자.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는 점성술을 가르쳐 준 클리포드 백스의 제안으로 ‘행성 모음곡’을 작곡했다. 2년에 걸쳐 1916년 완성되었고1920년 10월 10일 버밍엄에서 초연되었다.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순으로 7곡의 모음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점성술 측면에서 각 행성이 불러오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작곡 당시는 명왕성이 발견되지 않아 8번째 곡이 되지 못했지만 2006년,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되면서 현재의 태양계 행성의 구성이 되었다.

 

첫 번째 곡인 화성, ‘전쟁을 가져 오는 자’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이미지로 우연찮게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작곡되어 점성술이 세간의 집중을 받기도 했다. 또 미국의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Star Wars’ 주제가에 차용해 우리 귀에 익숙해졌다.

두 번째 곡인 금성, ‘평화를 가져 오는자’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우아함과 온화함이 호른에 의해 서정적으로 표현되었다. 태양계의 첫 번째 행성이지만 세 번째 곡으로 작곡된 수성, ‘날개 달린 파발꾼’은 목관 악기의 활약이 여행의 신’ 헤르메스’의 빠르고 가벼운 움직임을 표현해 다음 곡과 연결되면서 강한 대조를 이룬다. 

네 번째 곡인 목성, ‘즐거움을 가져오는 자’는 신들의 왕, ‘제우스’를 표현했다. ‘9시 뉴스 테스크’의 오프닝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곡은 규모가 제일 크며 변화가 다양하고 4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다섯 번째 곡, 토성 ‘황혼기를 가져오는 자’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이미지로 공허한 화음과 우울한 선율이 쇠퇴와 절망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인생의 완성을 의미하는 장엄함과 천국으로 가는 안식을 나타내는 은은한 선율로 마무리된다. 

여섯 번째 곡 천왕성 ‘마술사’는 혁명과 도전의 신인 ‘우라노스’를 표현하였다. 일곱 번째 곡 해왕성, ‘신비로운 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표현했는데,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 2부 합창과 함께 하프와 첼레스타로 신비롭게 마무리된다. 명왕성은 홀스트가 죽고 난 후 다른 작곡가들에 의해 명왕성 ‘새롭게 하는 자’라는 제목으로 작곡되었다. 무려 6대의 호른 주자가 연주하는데 호른의 깊고 긴 관을 통해 우주 속으로 빨려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깊어가는 이 가을, 저 멀리 외계 세상을 음악과 함께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