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글에서 2년째 영화 제작 중입니다.” <부족Tribe>의 손수범 감독

“아마존 정글에서 2년째 영화 제작 중입니다.” <부족Tribe>의 손수범 감독


LA 에서 프로듀서로 활동중인 누나 손소명씨와 함께


2008년 한국 영화계와 뉴욕 한인 사회에 화제를 일으켰던 독립 장편 영화, 제목은 <페티쉬>였고 연출과 촬영은 손수범이라는 뉴욕대 영화과 졸업생이었다. 그는 여러모로 화제를 일으켰다. 무명 감독이 뉴욕에서 찍는 저예산 영화였음에도 당대 최고 스타인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그가 소재로 삼은 영화 내용도 그러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지 않아 많은 관객이 보진 못했지만, 뉴욕으로 시집온 무속인의 딸을 주인공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기묘하게 어울리는 색다른 스릴러인 <페티쉬>의 독특한 분위기는 영화를 단지 오락이 아닌 예술로 인정하는 소수의 관객에게 손수범이란 이름을 크게 각인시켰다. 유럽의 선댄스영화제 격인 독일의 올덴버그 국제영화제, 샌프란시스코 아시안영화제 등에서 받은 호평과 뉴욕현대미술관 초청 상연 역시 이 영화의 비평적 성과였다. 벌써 10년 전이다. 그의 영화를 본 관객은 아마도 다음 작품을 기다렸을지 모르겠다. 마침 올해 개봉 예정으로 두 번째 장편 영화 촬영이 끝나간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에스카사가 그를 만나러 갔다.


부족 (Tribe) 의 스틸 컷


두 번째 작품이 아마존에서 촬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부족(Tribe)’이란 제목의 영화인데 원시 부족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벨로 몬테라는 댐이 아마존강 서쪽에 완성되었습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댐이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댐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에 살던 부족들이 벨로 몬테댐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편법과 불법이 모두 동원되어 결국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환경과 원시 부족을 보호하는 업무를 해야 할 브라질 정부 담당자들은 건설업자의 뇌물을 받고 이런 현실을 외면합니다. 이런 실제 상황을 실제 원주민을 출연시켜서 픽션으로 풀어 본 작품입니다.


뉴욕에 사는 감독의 머리에서 쉽게 떠오를만한 영화 소재는 아닐텐데요.


조지 워싱턴 대학의 사브리나 맥 코믹(Sabrina McCormick) 교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어요. 환경 문제 전문가인데 몇 년 전 한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만난 인연입니다. 이분이 UN에서 펀드를 받게 되었는데 그 기금을 제작비로 단편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그러다가 기왕 만들 거면 좀 더 많은 관객층 확보를 위해 장편으로 키우자, 그렇게 된 거죠. 맥 코믹 교수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공동 연출하고, 물론 촬영은 제가 합니다.



다큐멘터리 소재로 더 적당해 보이기도 하고, 제작 여건상 다큐가 더 편하지 않나요.


맥코믹 교수가 처음부터 다큐를 생각했다면 저에게 의뢰하지도 않았겠죠. 저는 픽션과 CF만 찍던 감독이니까요. 그리고 이미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잖아요. 극영화로 만드는 것이 의미있고 더 효과가 크다고 판단을 했겠죠.


다큐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는 이런 소재와 주제의 영화가 극영화로서의 재미를 갖기 어렵지 않나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냈죠?


그걸 살리는 게 작가와 감독의 몫이겠죠. 즉 저의 책임입니다. 의미를 살리면서 드라마를 잘 뽑아내야죠. 중심 플롯은 이런 겁니다.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아라라족의 13세 소녀 카마자라 가족이 정부에 항의하러 가던 도중 소녀가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되어서 사창가에 팔립니다. 한편 주인공 로버트는 브라질의 부패한 관리인데, 뇌물을 받고 아마존 부족의 어려움을 눈감는 인물이죠.

그렇게 받은 뇌물로 매춘까지 합니다. 로버트가 사창가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카마자라에요. 너무나 어린 원주민 소녀를 마주한 그는 심각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소녀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고통을 실감하게 되죠. 부패한 인물인 백인 주인공이 왜 아마존 원주민을 위해 함께 싸우게 되었나 하는 것을 설득력있게 그리고 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드라마적인 장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마존 야외 로케가 대부분일 텐데 어려운 점도 많겠어요.


우선 덥습니다. 정말 더워요. 여름철엔 핀란드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기분, 겨울철엔 한증막에서 촬영하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2주 이상 계속 촬영하기가 어려워요. 2년의 기간 동안 틈틈히 작업을 해왔습니다.

원주민과의 소통 문제도 어려움이 있었고요. 실제 원주민을 배우로 출연시켜야 하는데 오디션 과정에서도 힘들었고, 막상 캐스팅한 배우가 너무 열의 없이 촬영에 임해서 중간에 교체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상으로는 임신한 여성을 캐스팅 해야하는데 대상자가 없어서 그냥 소녀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촬영 시작 1년 후 그 소녀 배우가 정말 임신을 했어요. 그래서 다시 원래 시나리오대로 찍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페티쉬 / 영화 배경이 된 아마존 부족의 실제 모습


계획대로 올해 공개가 된다면 데뷔작 페티쉬 이후 10년만인데 두 번째 장편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나 봅니다.


<페티쉬> 이후 극영화 아이디어가 몇 개 있긴 했어요. NYU 학생 때 만들었던 <물속의 물고기는 목말라 하지 않는다>라는 단편이 있는데 거기 나왔던 캐릭터의 10년 후 모습을 담은 영화를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까지 완성해 제작사를 찾기도 했어요. 미국 요리사가 한국의 절에 가서 요리를 배우는 <템플 푸드>라는 아이템도 구상한 적이 있고요. 성사가 되진 못했어요. 전업 감독이라면 한 작품 마치면 최소한 2~3년 이내 차기작을 만드는 걸 누구나 목표로 하죠.

저는 조금 상황이 다른 점이 우선 학교에서 강의합니다. 교수 생활을 시작한 것이 오히려 페티쉬가 개봉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니까요. 가르치는 일이 보람이 커요. 그리고 저는 촬영 감독이기도 합니다. 장편 극영화 연출만 안 했을 뿐이지 촬영 감독으로서 매년 한 작품 정도는 작업을 지속해서 해왔습니다. 그동안 영상 작업을 쉬어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계획입니다.


데뷔작인 <페티쉬>를 아직 보지 못했거나 모르고 있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기회가 되면 찾아볼 수 있도록 감독이 직접 소개를 해주시죠. 어떤 영화인가요?


무속인의 딸(송혜교)이 미국에서 자란 기독교 집안의 2세와 결혼해서 뉴욕에 살게 됩니다. 그 집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관한 영화. 이민 1세대는 기독교 커뮤니티가 중심적인데 한국 전통적인 정서는 샤머니즘적인 게 있지 않나, 그런 데에서 오는 서로 다름을 보고 싶었죠.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그걸 리얼리티로 풀고 싶지는 않았어요. 은유를 통해서 풀고 싶었죠. 허구의 영화적인 장치를 통해서 말입니다.


문소리 주연 장편영화 <사과>


* 손수범 감독
1969년생. 영화 연출부였던 누나 손소명(현재 LA에서 프로듀서 활동 중) 영향으로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앙대 사진과 졸업 후 삼성 메피스트 장학생으로 AFI (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촬영 전공. 뉴욕대 영화과 대학원 연출 전공. 졸업 작품 <물속의 물고기는 목말라 하지 않는다 (Island to Island)>로 시카고 국제 영화제, 스튜던트 아카데미 어워드 수상. 2005년 강이관 감독, 문소리 주연 장편영화 <사과> 촬영 감독. 2008년 <페티쉬>로 장편 영화 감독 데뷔. 롱아일랜드대학(LIU) 영화과 교수로 재직. 두 번째 장편, 공동 연출작 <부족(Tribe)> 제작 중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