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가다 김환기 색채의 미학 특별 전시회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가다 김환기 색채의 미학 특별 전시회


종로구 부암동에 가면 <환기미술관>이 있다. 청와대와 인접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높은 건물도 거의 없는 탓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입구에 심어진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와 조형미를 갖춘 미술관 건물만 봐도 탄성을 자아낸다. 수화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이 1992년 김환기의 그림과 유품을 정리해서 설립한 환기 미술관은 사설 개인 기념미술관으로는 국내 최초이다. 4월까지 ‘김환기 색채의 미학’ 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을 에스카사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높은 천장이 특색있는 본관과 별관, 달관 수향산방
김환기의 아내인 수필가 김향안이 그의 작품과 유품을 모아 사재를 털어 1992년도에 완성된 환기미술관은 크게 세 동의 건물로 나누어져 있다. 본관은 3개 층으로 6개의 전시장이 있으며 1층 중앙홀과 2,3층 전시장은 100호 이상의 대작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3층은 천장이 유난히 높다.

대형 캔버스에서 작업한 김환기의 작품은 천장이 높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특별히 이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별관은 카페테리아와 아트샵을 겸하고 있으며 기획전 전용 공간이 있다. 별관을 끼고 돌면 수화 김환기의 첫 자와 김향안의 향을 따서 지은 성북동 화실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수향산방’이 있다. 이 공간은 김환기 생전에 구상한 아틀리에 형태를 반영했다.


김환기 색채의 미학
김환기의 화풍은 크게 파리시대(1956~1959)와 뉴욕시대 (1963-1974) 로 나뉜다. 담백한 청색 주조 화면, 평면적인 면의 구성과 장식성 그리고 촉각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두터운 질감이 파리 시기 작품의 특징이라면 뉴욕에서 세상을 뜨기까지 작업한, 한국적인 정서를 서구의 모더니즘에 접속시킨 독특하고 독보적인 작품이 주를 이루는 뉴욕 시대로 나뉜다.


김환기의 전면점화(全面點畵)
이번 〈김환기, 색채의 미학〉 전은 ‘색’으로 발현되는 김환기의 예술세계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기획된 전시라고 한다. 뉴욕 시기의 김환기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하나의 점으로 응축하여 다양한 색의 전면점화(全面點畵)에 몰입하며 물감의 농담을 살린 독창적인 화면을 완성해낸다. 자신이 사용하는 채색재료를 ‘빛깔’로 표현하며 화가의 감각으로 ‘색의 미묘감’을 선사하였고, ‘색질감’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구하는 다양한 조형적 실험에 몰두하였다. 이번 전시는 김환기의 색에 대한 미학적, 철학적 질문과 성찰을 시작으로 실험과 시도로써 찾아가는 그의 색채를 향한 그의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을 되짚어 나가며 색에 대한 다각적인 해석과 감상을 끌어냄이 주목적이다.


김환기의 색채 ‘푸른 빛’
김환기의 색채라 불리는 푸른빛은 자신의 조형세계를 구축하면서 일관되게 펼쳐 나갔던 예술표현의 결정체로 다양한 푸른색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개성적인 표현과(左. 右) 김환기가 제작한 색상대조표 (中) 물감 유품 명상적인 분위기를 완성하였다. 순수추상의 깊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캔버스 화면 속의 푸른빛은 김환기가 우리나라 고유의 산천을 떠올리며 자연과 내밀한 교감을 이뤄나간 정서의 표현이자 전통의 미감과 동양의 철학을 내포한 민족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색과 질감의 다양한 섹션은 김환기의 실험과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작품과 바탕재에 스며드는 유채의 표현기법을 완성하기 위해 김환기 스스로 농담을 맞추어 제조한 물감, 그리고 직접 종이와 천위에 발색을 확인한 물감 블랜딩샘플 등을 함께 보여준다. 김환기는 순수한 추상의 세계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재료와 안료의 속성을 계속해서 연구하였고, 이를 과감하게 사용하여 고유한 빛깔을 완성해나갔다.



색으로 빚어낸 공간의 울림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점인 1970년대 대형점화가 이루어내는 점과 선, 면의 절제된 조형 감각에서 품어내는 투명하고 은은한 ‘색의 깊이’는 시공간을 초월한 명상의 울림을 준다. 김환기의 전면점화는 간결한 색점의 수많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고, 물감의 농담에 의한 강약의 조절·색이 캔버스 화면에 흡수되고 번져 나타나는 차이에 의해 순수 추상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생동감 있고 맑은 색점의 표현을 위해 바탕 면으로 코튼을 사용하였고, 코튼 위에 아교를 덧칠한 후 테레핀유(Turpentine Oil)를 묽게 푼 유화로 작업하였다. 우주적 공간을 담아내기 위한 작가의 선택인 점, 선, 면의 조형기호 그리고 청, 적, 녹, 황, 흑 등의 다채로운 색감의 확장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으로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김환기는 매일 반복되는 훈련을 인내심으로 견디며 수도자의 마음으로 자신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조형적 훈련과 실험에 매진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자신만의 개성이 녹아든 ‘색질감’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미술은 질서와 균형이다”라고 말하며 미묘한 색감이 더해진 화면의 조형성을 추구하였으며 작품이 발하는 ‘색질감’을 위해 다양한 회화 재료를 연구하고 자신만의 표현기법을 정련하였다.



수화 樹話 김환기 金煥基 (1913-1974)

한국의 추상미술 1세대 작가,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가로 불린다. 한국 모더니즘과 추상미술의 선두주자로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 예술 세계를 정립하여 한민족의 정서를 화폭에 담아 세계에 알렸다.

그는 1930년대 후반경부터 가장 전위적인 활동의 하나였던 추상미술을 시도, 한국의 모더니즘을 리드하였고 현대적이고 절제된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그의 예술세계는 50년대에 이르러 산, 강, 달 등 자연을 주 소재로 더욱 밀도 높고 풍요로운 표현으로 한국적 정서를 아름답게 조형화하였으며, 1956년부터 59년까지 약 4년간의 파리시대와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해인 1963년부터 작고한 74년에 이르는 뉴욕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파리시대와 서울시대를 포함한 50년대까지 그의 예술은 절제된 조형성과 순화된 색감으로 한국의 고유한 서정의 세계를 구현하였으며 1960-70년대 뉴욕시대에 이르러 점, 선 , 면 등 순수한 조형적 요소와 보편적이고 함축적인 구성으로 내밀한 서정의 세계를 심화시켰다.


“생각나면 붓을 드는 그러한 공부 가지고는 우리가 꿈꾸는 예술가가 될 수가 없다. 하루라도 팔레트에 빛깔을 짓이겨보지 않고는 한달이고 목욕을 못해 생리가 개운해질 수 없는 것처럼 돼버려야 한다. 날이면 날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생활이 돼버려야 한다.”
-딸에게 주는 편지 중에서-



김환기, 색채의 미학

전시기간
 2017년 11월 24일 ~ 2018년 4월 1일

전시장소
환기미술관 본관 전층

관람시간
오전 10:00~오후 6:00 (월요일 휴관)



글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사진및 자료 제공 환기미술관